메뉴 건너뛰기

close

솔직히 2~3일 내에 불어 닥친 오마이뉴스의 문국현 바람은 심상치 않다. 과거부터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지지해왔던 사람들을 빼고, 갑자기 그가 대안 세력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소위 '잡탕 정당'으로 혹은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불리는 범여권의 민주신당이 문국현의 지적처럼 감동보다는 '식상'에 가까운, 반한나라당이라는 조급증에 바탕을 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 문국현이 일관되게 지지해왔던 재벌 위주의 경제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 일자리 창조, 그리고 타당성과 국민적 지지를 갖추지 못한 한미 FTA 반대, 양극화 해소 등은 반한나라당이지만 그렇다고 열우당이 기저세력이라고 여겨지는 범여권도 지지하지 못 하는 유민(流民)들이 그의 생각을 비로소 알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대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때문일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정치적 유민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인 이명박 전 시장이 박근혜 후보 지지세력의 시너지를 업고 5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한나라당의 지지율에는 버블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참여정부와 열우당에 실망한 대다수의 민심이 민노당으로 가지 못 하고 한나라당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 세력은 한나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기보다는, 일종의 참여정부와 열우당에 대한 반발 의식 그리고 지금까지 경제라는 가장 잘 먹히는 프레임을 사용해온 이미지로서의 이명박에 대한 가치적 신뢰가 먹혀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와중에 이명박도 아니고 범여권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어쩌면 정치적 유민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고 이명박과 경제라는 프레임은 같지만, 그 바탕은 전혀 다른 문국현의 출마 선언은 이명박과 극명한 대립각을 세우며 보다 적극적이고 서민 중심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이것이다'라는 신뢰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문국현이 살아온 여정이나 일관되게 유지해온 철학은 이인영 국회의원과의 대담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으며, 대안을 찾아오던 정치적 유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문국현 후보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인 유민이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문국현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그러나 이러한 갑작스런 지지세력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아직 바람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일각에서의 지적처럼 낮은 지지율로 바람을 일으켜 당선한 노무현 정부가 보여준, 실망뿐인 '노무현 학습효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끝날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범여권의 배타적인 시선 그리고 낮은 인지도 등 문국현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은 험하고 높다.

특히 그 중에서 '노무현 학습효과'는 무시 못할 요인이다. 개념이 맞고 삶의 여정이 일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바람이 대통령을 당선시키기는 했지만, 참여정부에 많은 실망을 가진 사람들은 적어도 지금 '노무현 대통령을 잘 알지 못해 찍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로야 무슨 좋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냐, 혹은 당선된 뒤에 참여정부와 똑같은 여정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깨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여기에 지금은 한나라당이 문국현 후보를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문국현 후보가 뜨려고 할 경우 네거티브나 그보다 더 심한 것들로 공격하리란 것은 자명하며, 아직 세력을 갖추지 못한 문국현 후보가 조직성을 가지면서 명색이 지지율 1위인 후보가 있는 한나라당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물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범여권이라는 세력도 될 수 있으면 한나라당과의 양강 대결로 가길 원할 것이므로 배타적인 시선은 계속 유지할 것이다.

바람은 이제 불기 시작하지만

대통령 선거일까지 시일의 촉박함에도 불구하고 문국현 후보는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많다. 적어도 기업인으로 살아온 그의 경제적 이념과 가치가 정치적 유민들과의 연대감을 얻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명박 후보의 어쩌면 '토목을 위주로 한 개발과 재벌을 위주로 한 성장'이라는 프레임에 '대비되어 양극화 해소와 분배 그리고 중소기업의 번영, 신자유주의 대한 반대' 등을 표명한 것은 명백하게 대립되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정치적 신념이 정치적 유민들뿐 아니라 특히 이미 한나라당 동조로 넘어간 사람들에게 얼마나 호소할 수 있는지 그것이 관건이다.

또 한 가지 요인은 그를 지지하는 대중들만으로는 바람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지지세력이 속출하고 자리 잡아야 하며,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경제계와 문화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힘이 동원되어야만 바람이 제대로 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문국현을 알지 못 했던 사람들에게 그는 신선한 이미지이지만, 각계에서 동조세력이 얼마나 작동하느냐가 바람을 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문국현, 그는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것은 어쩌면 순전히 그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은 많지 않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