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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한쪽 구석진 곳에 파묻혀 선생님과 동무들 사이에서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던 이들이 있으니 학교와 반의 꼴찌들이다. 뭇 동무들의 외면 때문에 스스로 일어서려고 해보지만 무관심한 동무들과 선생님 때문에 그들은 학교를 벗어나도 꼴찌 인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중에는 모진 고생 끝에 물질의 부를 이룬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인생살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충남교육청은 이 꼴찌들에게도 내일의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는 작은 일을 시작하였다. 2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충남도교육청은 22일 관내 초·중·고교 구성원들의 의견에 따라 생활규정을 만드는 것을 뼈대로 한 새 학교생활 규정집을 확정했다. 2학기부터 적용되는 새 규정집은 107쪽으로, 학생들의 신발, 양말, 스타킹 색깔과 머리카락의 길이를 천편일률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자기 머리조차 마음대로 깎을 수 없었다. 획일화된 머리 규정은 아이들을 통제하는 좋은 방법이다. 학생들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권리보다는 통제라는 이유가 더 중요했다. 이는 살맛나는 학교가 아니라 죽을 맛 나는 학교가 되었던 것이다.

충남도교육청은 또 학생회 임원 선거 자격도 '성적 우수자'에서 '일정 인원 이상의 학생 추천을 받은 자'로 고쳤다. 성적 우수자가 인생의 우수자인 시대이다. 성적이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세상에 작은 반기이다. 교육청 관계자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새 규정집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급학교 생활규정 가운데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많다'며 개정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충남도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4월 일선 교감, 학생생활지도교사, 학부모, 장학사 등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만들었다. 함께 머리를 맞대면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공부라는 굴레와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자신을 다스릴 수 있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을 연구하였기에 새 규정집을 만들 수 있다. 통제가 아니라 자율의 이름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중등교육과 윤석은 장학사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 규정집은 학생 인권을 존중하되 완전 자율화가 아니라 학교별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현실에 맞고 지킬 수 있는 규정을 만들라는 뜻으로 이 규정집의 정착을 위해 도 교육청 교육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학생인권보호 특별지원팀'을 운영할 예정이다."

충남도교육청의 새 규정집이 전국 교육청으로 확산되어 정말 꼴찌도 반장이 될 수 있고, 자신의 머리카락만큼 기본권을 회복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학생인권#학교생활규정집#충남교육청#학생회장#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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