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버선발이 살포시 허공을 스치듯 오른다. 움직임 속에 움직임이 없다. 학의 날개 같은 도포 자락이 어둠을 밀어내고 한 줄 바람을 살짝 들어올린다.
그의 시선은 고요하다. 정중동의 미.
한여름 밤에 펼쳐진 춤사위엔 정중동의 미가 흐른다. 사뿐사뿐 내딛는 춤꾼의 버선발엔 삶의 고독이 묻어나고 시름 한 무더기도 묻어난다. 그리고 그 고독과 시름을 흥겨운 가락에 나 뿜어낸다.
고요한 물살 같다. 격렬한 용트림이 없어도 간결한 용트림이 춤이 끝날 때까지 흐르고 흐른다.
처음 보는 춤이지만 독특한 맛을 풍긴다. 춤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고요한 춤사위마냥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