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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건너는 천상의 세계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오작교가 지상, 갑천에도 등장하였습니다.
은하수를 건너는 천상의 세계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오작교가 지상, 갑천에도 등장하였습니다. ⓒ 임윤수
오매불망 기다려온 그날, 애달프기조차 한 만남의 그날이 이틀 후로 다가왔습니다.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에 얽힌 전설을 생각하면 그리움에 대한 동병상련의 통증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며 명치끝 또한 뭉클해집니다.

일 년을 기다려온 그리움, 만남에서 쏟아내는 기쁨의 눈물이 철철 빗물로 된다더니 이번 칠월칠석에도 비가 온다니 가슴이 아려집니다. 사랑이 얽힌 이런 전설, 사랑이 깃듯 저런 전설이 많지만 일 년에 딱 한 번, 칠월칠석날 딱 하루만 만나 기다림의 갈증과 사랑의 회포를 풀어야 하는 견우와 직녀만큼 절절한 사랑이 담긴 이야기도 흔치는 않을 겁니다.

천상의 오작교를 만들러 떠나야 할 까치와 까마귀

오늘이나 내일쯤이면 이산저산에서 깍깍 거리며 날던 까치와 까마귀도 보이지 않을 겁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전해지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야 할 천상의 세계, 은하수가 흐르는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 견우와 직녀가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만들기 위해 고단한 날갯짓을 하며 떠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움과 사랑이 구구절절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축제가 벌어집니다.
그리움과 사랑이 구구절절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축제가 벌어집니다. ⓒ 임윤수
콕콕 머리를 짓밟히더라도 견우와 직녀가 건너야 할 은하수 다리가 되기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지상의 둥지를 떠나 천상의 세계로 날아오를 까치와 까마귀입니다.

천상의 세계에서 은하수를 건너게 해주는 오작교, 까치와 까마귀가 머리를 맞대 만들어내는 오작교가 있다면 대전엔 갑천을 건너는 오작교, 만남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오작교가 깜짝쇼에 등장하는 배경처럼 하룻밤동안 생겼습니다.

세상속의 오작교로 등장한 엑스포 다리

14일 저녁, 갑천을 가로지르는 엑스포 다리는 오작교가 되었습니다. 일찌감치 붙은 이런저런 조형물도 조형물이지만 만남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만들어 가는 다리, 함께 있고 싶거나 함께 걷고 싶은 사람들이 동행 할 수 있는 세상속의 오작교입니다.

불러 올 수도 없었겠지만 까마귀와 까치는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미 있었던 엑스포 다리에 의미만 더하면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과 연인들의 입방아에 엑스포 다리는 오작교로서 의미를 더해갑니다. 견우가 직녀가 기다려온 일 년 동안의 그리움과 만남에서 오는 기쁨이 엑스포 다리로 모입니다.

깜짝쇼를 하듯 대전 갑천, 엑스포 다리에 오작교가 등장하였습니다.
깜짝쇼를 하듯 대전 갑천, 엑스포 다리에 오작교가 등장하였습니다. ⓒ 임윤수

밤하늘을 대신해 조형별도 등장하였습니다.
밤하늘을 대신해 조형별도 등장하였습니다. ⓒ 임윤수

마음을 띄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조형물도 설치되었습니다.
마음을 띄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조형물도 설치되었습니다. ⓒ 임윤수
기다리던 마음이 감춰지거나 씻길까 그랬는지 비만 내리던 짓궂은 날씨도 모처럼 개였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아슴푸레하게 어둠이 깔리며 모닥불로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찾아오는 사람들 모습이 참으로 제각각입니다. 아예 쌍이 되어 나란히 손을 잡고 찾아오는 이도 있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마음으로 찾아오는 이도 있었습니다. 강물이 흘러가는 만큼 모여드는 사람도 비례적으로 늘어납니다.

은하수 위에 놓이는 천상의 오작교는 어떨지 몰라도 지구상, 갑천에 깜짝쇼처럼 등장한 오작교에는 견우와 직녀가 너무 많았습니다.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 견우와 직녀처럼 일 년쯤은 기다렸을 것 같은 눈빛, 그리움과 반가움이 철철 흐를 것 같은 그런 애틋한 만남도 있었지만 그냥 의례적인 만남도 보였습니다.

지상의 오작교에는 견우가 직녀가 너무 많았습니다.
지상의 오작교에는 견우가 직녀가 너무 많았습니다. ⓒ 임윤수
이만큼 떨어져 있어도 끈적거리는 땀이 온몸을 적셔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짝 달라붙어 한여름 밤의 뜨거움을 포옹으로 식히는 열렬한 모습도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부둥켜안은 팔뚝엔 불끈 근육이 솟았고, 바들거리는 손끝에는 끈적거림이 묻어납니다.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만남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우수에 젖게 하는 쓸쓸한 모습,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푸근한 모습도 보였지만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더듬는 모습도 가끔은 보였습니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연출되고 있는 만남은 한껏 달아 오른 한여름 밤의 뜨거움이 되어 강물에 녹아듭니다.

하늘에 꽃이 핍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뜨거운 불꽃이 되어 ‘뻥뻥’ 소리를 내며 어둔 하늘에 현란한 불꽃으로 피어납니다. 와와 거리는 사람들 함성도 불꽃을 따라 피어납니다. 쉼 없이 터지는 불꽃의 열정에 멀쩡한 눈빛마저 벌겋게 충혈 됩니다.

사람들 마음이 불꽃에 실렸습니다. 그리움이 가득한 보고 싶어 하는 마음, 구구절절함이 배어있는 사랑하는 마음, 함께 있어도 식혀지지 않는 그 뜨거움을 불꽃에 실어봅니다.

밤하늘에 불꽃이 피었습니다.
밤하늘에 불꽃이 피었습니다. ⓒ 임윤수

불꽃을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피어납니다.
불꽃을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피어납니다. ⓒ 임윤수

쉼 없이 터지는 불꽃놀이에 멀쩡한 눈빛마저 벌겋게 충혈 됩니다.
쉼 없이 터지는 불꽃놀이에 멀쩡한 눈빛마저 벌겋게 충혈 됩니다. ⓒ 임윤수
한여름 밤을 현란하게 수놓던 불꽃놀이도 끝났습니다. 가로등이 꺼지고 음악소리도 멈췄습니다. 그러나 관성이 붙은 한여름 밤의 뜨거움, 깜짝쇼처럼 등장한 오작교에서 만난 사람들은 쉽사리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밝아오는 여명처럼, 오랫동안 드리우는 석양처럼 그들의 만남은 불 꺼진 다리 위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오작교는 그리움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

견우가 한쪽 손에 들고 다닐지도 모를 단소나 퉁소, 직녀에 대한 그리움을 애달픈 곡조로 읊어냈을지도 모를 단소나 퉁소를 대신해 카메라 삼각대를 둘러메고 어둠이 깔린 지상의 오작교를 서성거려 보지만 마음으로 그리는 직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상의 오작교에서 만나지 못한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까치의 머리가 되고 까마귀의 몸통이 됩니다. 까치의 머리와 까마귀의 몸통은 천상의 오작교를 만들려 훠이훠이 날갯짓을 하며 상념 속으로 날아듭니다.

견우의 마음이 되어 서성거리던 오작교, 북적거리던 사람들이 모두 떠난 오작교에는 적막함보다 훨씬 큰 그리움만이 스며듭니다. 오작교는 그리움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 인가 봅니다.

오작교를 달구던 한여름 밤의 뜨거움도 강물에 젖어듭니다.
오작교를 달구던 한여름 밤의 뜨거움도 강물에 젖어듭니다. ⓒ 임윤수

덧붙이는 글 | 견우와 직녀의 마음으로 즐겨보십시오. 

2007 견우직녀축제는 18(토)∼19(일) 10:30∼17:30 (국립중앙과학관), 19(일) 19:00∼22:00 (꿈돌이랜드)에서 이어집니다.


#오작교#견우직녀#갑천#엑스포다리#칠월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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