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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매매혼적 성격을 띠는 국제결혼은 이주 여성들의 각종 인권 문제를 낳고 있다.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는 지난 8월 3일 결혼 이주 여성 인권과 관련,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결혼 이주 여성을 한국어나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대상이나 복지 지원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 봐야 합니다.”(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그들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그들에게 빼앗긴 권리를 보장하는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에노이 유카리 일본 도요나카국제교류협회 사업과장)

우리 사회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의 인권 문제와 관련 한국과 일본 사회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양국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주 여성들을 ‘한국화’하거나 ‘일본화’하는 동화가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힘을 키워주는 진정한 다문화와 공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소장 허라금)는 지난 8월 3일 교내 포스코관에서‘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본 이주 결혼’을 주제로 첫 한일 연속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주결혼가족 시대를 먼저 열었던 일본과 이 문제에 관한 경험을 교류하고 이주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국제결혼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결혼한 부부 33만2800쌍 중 3만9690쌍(11.9%)이, 일본은 71만4265쌍 중 4만1481쌍이 국제결혼을 했다. 특히 여성이 외국인인 비율이 한국과 일본 모두 70~80%에 달했다. 주로 중국과 베트남, 타이, 필리핀 여성들이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자의 70% 이상이 여성인 ‘이주의 여성화’를 주목하며 전통적인 성역할에 따라 일자리가 배치되는 여성 노동력 이주와 더불어 “여성의 몸이 타자화하고 상품화해 국제결혼과 성산업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양국의 국제결혼이 중개 업체의 알선을 통해 (한국이나 일본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신부를 데리고 오는 매매혼적 성격을 띠는 현실은 결혼 이주 여성들의 인권 문제와 직결됐다. 한 대표는 이를 ‘아시아 여성의 상품화’라고 표현했다.

중개 업체들은 인신매매성 광고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물론, 가부장적인 여성 이미지로 아시아 여성들을 상업화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남성, 가족들은 외국인 아내들에게 가부장적인 성역할을 강요해 갈등을 빚는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고액의 중개료를 지불한 ‘돈을 주고 사 온 여성’이라는 인식이 신체적·정서적·경제적·성적 학대와 유기 등 인권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옥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강하게 도전받고 있는, ‘사라지고 있는’ 젠더화한 규범들이 문화적 전통으로 강제될수록 이중, 삼중 모순에 빠진다”고 말했다. 한국염 대표도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각종 지원책은 ‘동화주의’에 근간을 둔 ‘한국화’를 목표로 한다”며 “지나친 한국화의 강요는 문화적 폭력이며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을 다른 문화를 가진 우리 사회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시민’으로 대우받기는커녕 국적 획득에서부터 이주 여성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에서는 남편의 신원보증이 없으면 체류 자격이 갱신되지 않고, 한국 역시 남편이 보증하지 않거나 보증금 3000만 원이 없으면 국적 취득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 정책 역시 동화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해법으로 이날 심포지엄에서 소개된 일본 도요나카국제교류협회의 사업들이 눈길을 끌었다. 협회는 지난 1998년부터 ‘통역’이 아닌 ‘다언어 스태프’로 외국인 여성을 채용했다. 에노이 유카리 협회 사업과장은 “이것이 사업 추진의 큰 열쇠가 됐다”고 말했다. 이주 여성의 시각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된 셈이다.

외국인 엄마들의 교류 모임이 만들어졌고 자녀가 있는 일본인 여성과 가족을 자원봉사자로 발굴했다. 가정폭력 핫라인을 설치하고 이주 여성 자녀를 대상으로 일본어와 어머니 나라 말 학습을 지원했다. 또 초등학교의 영어 수업을 원어민 교사 대신 아시아권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이주 여성들이 맡게 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도요나카국제교류협회의 사업과 관련해 ▲다언어 스태프를 등용해 내국인 스태프와 외국인 피교육자란 이분법을 해체한 점, ▲이주 여성 자녀에 대한 지원을 당연한 ‘권리’로 의미화한 점, ▲생애 주기에서 비슷한 일본 여성과 외국인 여성을 ‘동등한 자리’에서 만나게 해준 점, ‘선생’이란 문화적 존경을 받는 지위를 이주 여성에게 확보해준 점 등을 들어 “이 프로그램들이 담은 시각은 한국의 결혼 이주자 여성을 포함한 외국 여성 지원 활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선희 기자 ksh@iwomantimes.com
#여성#우먼#베트남#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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