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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5일 저녁 6시 50분]

2007년 광복절,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남북정상회담 환영', '군사훈련 반대' 구호가 울려퍼졌다. 북한의 불참통보로 인해 남북해외가 한자리에 모이지는 못했지만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에 고무된 듯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대학로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남북정상회담 환영',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이 쓰인 만장과 깃발을 앞세우고 을지로와 시청을 지나 광화문까지 행진을 벌였다.

▲ 광복절인 15일 한국진보연대 주최로 열린 8.15 자주통일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2차남북정상회담 개최 환영, 을지포커스훈련 중단, 미군없는 한반도를 외치며 서울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들은 오후 3시 광화문 네거리 도로를 메운 채 한국진보연대가 주최하는 '자주통일 범국민대회'에 참석, "2차 남북정상회담을 환영 지지하며 성과적인 회담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또 "을지포커스렌즈 훈련 완전 중단과 미군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해 범국민적 운동을 펼치겠다"고 결의했다.

무대에 잇달아 오른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류선민 한총련 의장은 한결같이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정착을 염원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앞으로도 민주노동당이 노력하겠다."(문성현)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예정된 상태에서 열리는 올해 광복절은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민중의 염원에 따라 예속과 분단의 역사가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했다. 저울추가 '평화'쪽으로 기울고 있다. 노동자가 앞장서겠다. 분단이 아닌 통일,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 단결하자."(이석행)

"아프간 인질 억류 사태 역시 불평등한 한미동맹이 불러온 재앙이다. 제2남북정상회담이 예고되고 있는 이 때 불평등한 한미동맹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 있다."(류선민)

주최 측은 '남북정상회담 환영'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분홍색 대형 상징물을 등장시켜 참석자들의 흥을 돋구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상끼리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는 때에 북을 적으로 삼아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은 총을 들고 협상장에 나가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무기에 의한 안보 '아닌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는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한미군 영구주둔과 한미동맹의 침략적 재편을 강행한다면 온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한 뒤 "우리 민족은 멀지 않은 미래에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루는 제2의 광복을 맞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터뷰] 아시아 공동행동 일본연락회의 사코다씨

▲ 사코다 히데후미(일본·남·45) 아시아 공동행동 일본연락회의 회원
광화문에서 열린 한국진보연대 범국민대회에는 일본인 등 다른 나라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아시아 공동행동 일본연락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코다 히데후미씨는 15명의 활동가들과 한국을 찾아 위안부 할머님들의 수요집회에도 참석한 뒤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

- 진보연대 8·15대회에 참석하게 된 동기는?
"2001년부터 매년 8·15 관련 행사에 참석해왔다. 오늘(15일) 오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미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일·주한 미군 문제는 미 제국주의의 뿌리다. 미군은 아시아에서만 10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떠나야 한다."

- 특히 광복절에 한국을 찾은 이유는?
"일본은 한·일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다. 사실 남·북 분단의 뿌리는 일본에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일본은 남·북 통일을 위해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개인적으로 과거를 반성할 줄 아는 '인간'이 되기 위해 한국에 온다. 솔직히 창피하다. 일본은 가해자로서 피해자인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충분한 피해보상을 해줘야 한다. 매년 한국인들로부터 역사의 진실, 현 시대의 과제 등에 대해 직접 듣고 일본으로 돌아가 전달하고 있다."

- 한국 집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많은 젊은이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놀랐다. 평화의 문제를 자신들의 일로 느끼고 행동한다. 일본에서는 평화운동에 참석하는 세대가 대부분 50~60대다.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최근 한국의 모습도 우려스럽다. 활동하는 젊은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 오늘도 많은 청년들을 보고 놀랐다."

(사코다 히데후미씨는 올 해 15명의 활동가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정상회담, 김정일 통치기반 강화"
보수단체 구국기도회, 종묘공원 5000여명 운집

▲ 광복절인 15일 오후 종로에서 보수단체 연대모임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주최한 '북핵폐기 북한해방 8.15국민대행진'에 참가한 소속회원들이 2차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광복절인 15일 오후 종로에서 보수단체 연대모임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주최한 '북핵폐기 북한해방 8.15국민대행진'에 참가한 소속회원들이 대형 태극기를 앞세우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근 몇 년 그랬던 것처럼, 16일 아침 일부 조간신문은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집회를 나란히 사진 편집해 '쪼개진 광복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이유를 달 것이다.

오늘(15일)도 각 주장의 내용이 정반대인 집회가 종묘와 광화문에서 각각 열렸다. 그러나 민주주의 나라에서 보수와 진보의 주장과 사상, 또 그 표현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쪼개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름과 차이', 그것과 '쪼개짐'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주최한 집회 참가자들은 이화사거리를 지난 뒤 종로5가에서 우회전하지 않고 한 블록을 더 간 후 우회전했다. 이들에게는 집회코스가 다른 때와 달랐다. 대학로에서 종로를 관통해 광화문으로 가는 코스가 익숙하다. 그러나 오늘은 종로쪽으로 기수를 돌리지 않고 사거리 하나를 거 갔다. 종묘에서 보수우익단체의 대형집회가 열리기 때문에 우회한 것이다.

대학로 집회 참가자들이 을지로로 접어들 무렵, 근처에 위치한 종묘공원에서는 다른 주장이 터져나왔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주최한 '북핵폐기 북한해방 815 국민대회(구국기도회)'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군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과거의 용사들과 무한전진, 자유시민연대 등 보수우익단체 회원 5000여명(경찰추산)이 운집했다.

구국기도회에는 김동권 목사(예장중경총회장)를 비롯한 다섯 명의 목사들이 잇달아 연단에 올라 북한해방, 김정일 선군독재 종식, 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통일 등을 위한 기도를 했다. 국민대회에는 정기승 헌변 회장,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박근규 고엽제 전우회 서울북부지부장 등이 나서 대북지원 중단, 친북반미세력 척결, 남북정상회담 개최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김정일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치기반 강화의 도구로 쓸 것이다. 남조선 대통령들이 차례차례 찾아와서 알현하고 조공을 바친다고 선전하지 않겠나. 똑바로 보고 좌파정권 재창출 음모를 분쇄해야 한다"(정기승 헌변 회장)

이들은 그동안 늘 주장했던 '좌파정권 심판' '김정일 타도' '한미동맹 강화' 등의 주장에 '남북정상회담 결사반대' 주장 하나를 더 보태며 "북 김정일의 대선교란책동에 강력히 대처하여 친북좌파 세력을 분쇄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한 뒤 종각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진보단체와의 물리적 충돌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1신 : 15일 오후 3시 10분]

"경의선 타고 북한 가고 싶어요"


"우리 집 너희 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잘못이 있어도 모두 용서하고 타일러 서로 서로 도와가며 형제처럼 지내자. 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 동요 '서로서로 도와가며' 가사 중

'통일'을 염원하는 동요가 제62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 울려퍼졌다. 구리시소년소녀합창단 40여명은 이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주최한 '8·15 민족통일대회' 특설무대에 올라 '남북이 형제처럼 지내자'는 바람을 노래에 담았다.

이에 민족통일대회에 모인 5000여명(경찰 추산)의 소속 회원과 시민들은 하얀 풍선을 흔들고 환호했다. 마로니에 공원 앞을 하얀 물결로 채운 풍선에는 푸른 한반도의 모습과 함께 '환영 제2차 남북정상 회담'이 적혀있었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예정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축하하는 의미였다.

이날 행사는 오전 11시 시작부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리 마련된 5000여석의 좌석은 행사 시작 10분이 채 안돼 꽉 들어찼다. 무대 뒷편에서는 흥겨운 사물놀이가 진행됐다. 민족통일대회 본행사가 끝난 뒤 진행된 한반도 평화통일 문화제에서는 어린이들의 합창을 포함해 가수 안치환·마야의 노래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발길을 잡았다.

마로니에 공원 앞 가득 메운 하얀 풍선, "환영 남북 정상회담"

▲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한국진보연대 주최로 열린 8.15 자주통일 범국민대회에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는 상징물이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민족통일대회 본 행사에서는 사회 각계 인사들의 통일의 염원을 담은 연설이 이어졌다.

백낙청 민족통일대회 상임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온 겨레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분단의 어둠을 물리치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민족대단합의 길에 매진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백 상임대표는 "이번 대회는 민족공동행사가 아닌 지역별 행사로 열렸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역사적인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8·15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이번 통일대회는 서울과 평양 등지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다.

백 상임대표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온 겨레의 염원이 빚어낸 성과인 동시에 자주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이 나라 민중의 피땀 어린 열매"라고 추켜세웠다. 또 그는 "6·15공동선언 이후 지난 7년간 흩어진 혈육, 끊어진 도로와 철길을 연결하였고 그 과정에서 닫힌 마음의 문이 열렸다"며 정상회담의 성사로 더욱 굳어진 남북 화해의 분위기를 축하했다.

이어 백 상임대표는 정상회담을 앞둔 남북 당국자들에게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한반도를 만들 것 ▲양 측 정상이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을 발휘할 것 ▲남북교류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인 전환을 가져올 것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의 완화의 전기를 마련할 것 등을 제안했다.

백 상임대표에 이어 단상에 오른 박용길 남측위원회 명예대표는 격려사를 통해 "역사를 산다는 것은 '된다'는 일을 순순히 하는 게 아니라 맨발로 바위를 걷어차 무너뜨리고,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는 것"이라는 고 문익환 목사의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 "우리 각자의 마음에 들어앉은 분단의 장벽과 낡은 관념을 걷어치우자"고 당부했다.

이명신 여성본부 상임대표도 "62년 전 오늘 일제로부터 독립하면서 온 겨레가 품었던 꿈은 주변 강국의 간섭·지배에서 벗어나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의 전단계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커다란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경의선 타고 북한 거쳐 런던까지 가고파요"

"현재 일본에서 자행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과 재일동포들에 대한 정치탄압과 인권유린은 우리 민족에 대한 적대적 행위이며 일본 당국 스스로 '법치국가', '민주주의 국가'임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범죄행위다."

참석자들의 연석이 끝난 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남북해외 결의문을 힘차게 읽어나갔다. 이는 현 일본정부를 강하게 규탄하는 6·15공동선언실천 남·북·해외측위원회의 공동결의문이었다.

남·북·해외측위원회는 결의문에서 "(1945년 이후에도) 일본정부가 재일동포들의 집·사무실을 강제수색하는 등 민족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본의 그 어떠한 적대 행위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본 행사에 이어 진행된 한반도 평화통일 문화제에서는 기악단 '영산마루'의 퓨전타악, 민족춤패 '출'의 쟁강춤, 노래극단 희망새의 음악 공연, 구리시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 가수들의 노래 등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구리시소년소녀합창단의 박소연(여·13) 양은 "통일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고 소감을 밝힌 뒤 "경의선을 타고 북한을 거쳐 영국 런던까지 가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한편, 민족통일대회 참석자들은 오후 1시 20분께 마로니에 공원 앞 행사를 마치고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앞으로 향하며 '미군 없는 한반도 평화대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오후 3시께부터 광화문에서 한국진보연대(준) 주최로 '전쟁훈련중단, 미군 없는 한반도를 위한 반미반전 자주통일 범국민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인터뷰] 조현삼 범청학련 통일선봉대장

▲ 조현삼(남·26) 범청학련 20기 통일선봉대 총대장
- 오늘의 의미는?
"광복절은 일본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날이지만 미국에 의해 또다시 점령된 날이다. 이제는 8·15를 광복절이 아닌, '조국 통일의 날'로 만들어야 한다. 진보진영만 통일을 얘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북미관계가 호전되고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 정상회담이 대선용이라는 비판이 있다.
"정상회담은 대선용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꾸준히 회자돼 온 이야기다. 게다가 이번 2차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여론도 호의적이다. 모 여론조사에서는 시민 70%가량이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더라. 더이상 정치적인 이유로 민중과 시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도 민중이 만든 것이다."

- 정상회담에 기대하는 것은?
"남북은 경제협력을 확대시키는 방향보다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구체적인 통일 방안을 도출해 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 8월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고 들었다.
"전국에서 모인 통일선봉대 대원 200여명과 함께 오늘(15일)까지 총 15일 동안 서울·경기 동두천·충북 청주·광주·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통일을 위한 선전 활동을 벌였다. 일부 주한미군 기지에 '철거명령서'를 붙이고 기지 안으로 '물대포'를 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제는 대학에 돌아가 남북문제를 학우들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할 때다."

- 고생하지 않았나?
"보름 간 땀 냄새가 풀풀 풍겼다. 비가 많이 와 신발이 물에 젖어 발이 퉁퉁 불기도 했다. 그래도 대원들이 불만 한마디 던지지 않았다. 고생했다기 보다는, 일일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주·평화·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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