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일공원 입구
통일공원 입구 ⓒ 김대갑
강릉 정동진에서 심곡마을을 지나 헌화로를 타고 내려오면 드라이브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동해의 칼바람과 해안가 절벽에서 내리 꽂히는 산바람이 알맞게 호흡하는 해안도로이다. 이 도로의 끝자락쯤에 가면 북한 잠수정이 아담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통일공원’이다.

통일공원은 지난 2001년 9월에 처음 개관되었다. 약 4만평의 부지 위에 통일안보전시관과 함정 전시관이 설치되어 있다. 통일안보전시관은 304평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국난극복사와 6·25, 통일 환경의 변화, 침투장비 등을 전시해놓았다. 그리고 바다 쪽으로 보면 퇴역 함정을 개조하여 전시관으로 만든 함정 전시관이라는 것이 있다.

이채로운 것은 함정 전시관에 쓰인 퇴역 함정의 역사이다. 이 함정에는 태평양을 넘나든 수많은 인물의 흔적이 오롯이 배여 있다. 또한 이 함정으로 인해 희생된 고혼(孤魂)의 울림이 갑판 사이로, 웅장한 규모의 주포 사이로 애처롭게 스며 있다.

원래 이 군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건조한 것이었다. 당시로선 대단한 규모였던 4천 톤 급의 구축함이었고,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 등에서 직접 전쟁을 치른 함정이었다. 1972년에 미국은 폐기 직전의 이 군함을 한국 해군에 인도하였는데, 당시 우리 해군은 이 함정에 DD-916 전북함이란 명칭을 붙였다.

함정, '전북함'
함정, '전북함' ⓒ 김대갑
그리고 99년에 은퇴할 때까지 우리 영해를 지키는 주력함이 되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선 절로 씁쓸함이 묻어난다. 미군이 쓰다버린 전함을 인수받은 한국 해군이라. 제3국에서 우리나라를 어찌 볼 것인가. 언제까지 미국의 무기우산 아래 군대를 유지할 것인가. 그저 입맛이 쓸 수밖에.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 해군이 이제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이지스함’을 실전배치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드는 부분이다.

함정 전시관 안에는 다양한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직접 군함을 타 본다는 이색체험도 할 수 있고, 배 안에 설치된 선박 전시물과 해군 관련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주포 조종실에 가서 거대한 포탄과 주포 발사 장치를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전언에 의하면, 이 함정을 설치하기 위해 삼천 톤과 천사백 톤 해상 크레인 두 대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직접 함정의 밑둥치를 본 사람은 이 말이 잘 실감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함정을 들어 올리는 크레인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믿기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발길을 돌려 북한 잠수정이 설치된 야외 데크로 나가 보자. 전북함의 선수에 해당되는 곳에 북한 잠수정이 마치 군함의 새끼인 양 귀엽게 전시되어 있다. 약 325톤의 상어급 잠수함인 이 잠수정은 전장 34m, 전폭 3.8m의 소규모 함정이다.

탑승 인원은 통상 25명에서 30명 정도로 추정된다. 놀라운 것은 도대체 이만한 인원이 어떻게 좁은 잠수정 안에 탑승했는가다. 직접 잠수정 내부를 둘러본 사람들이 갑갑함을 느낄 정도로 잠수정 안은 무척 조밀하다. 빼곡히 들어찬 통신 장비와 시설 안에서 25명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의문이 절로 갈 수밖에 없다.

북한 잠수정
북한 잠수정 ⓒ 김대갑
이 외에도 통일공원에는 전차와 장갑차, 공군수송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앞으로 강릉시청에서는 통일공원을 계속 개발하여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공원으로 확대할 생각이란다. 그러면서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참 서글프다. 분단의 아픔이 서린 존재들이 관광객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전락하다니. 이 모두가 우리 민족의 헤어짐이 만들어낸 씁쓸함이 아닐는지.

동해의 해안도로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는 북한 잠수정. 그리고 미군이 쓰다 버린 노후 전함. 묘한 대조를 이루며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는 그들이 이채롭다. 조금은 씁쓸하고, 조금은 묘하지만 어쨌든 통일공원은 이색적인 분위기를 안겨주는 곳임이 틀림없다. 동해를 지나는 이들은 전북함의 선수에 서서 통일을 염원하며 코발트블루를 감상하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으리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통일공원#북한#잠수정#이지스함#해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