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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빤쓰 나와’ 남학생에게 둘러메어 물가로 가면서도 여학생은 바짓단을 추스르며 속옷을 단속하고 있었습니다.
‘야! 빤쓰 나와’ 남학생에게 둘러메어 물가로 가면서도 여학생은 바짓단을 추스르며 속옷을 단속하고 있었습니다. ⓒ 임윤수
"야! 빤쓰 나와"

족히 수십m는 떨어져 있는 필자의 귀에도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인력선축제에서 경기를 끝낸 사람들, 대부분이 학생일 참가자들은 경기가 끝나자 뒤풀이를 하듯 장난을 시작합니다. 밀고 밀리는 장난 끝에 여기저기서 물로 빠지는 소리가 텀벙텀벙 들려옵니다.

쨍쨍 내려쬐는 햇살, 뜨끈뜨끈한 습기가 스멀스멀 땅바닥으로부터 피어오르는 후텁지근한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물에 빠지며 내는 '풍덩' 소리가 시원할 뿐 아니라 경쾌하게조차 들려옵니다.

물가에서만이 아니라 잔디밭 여기저기서도 장난이 벌어집니다. 장난을 치며 장난거리를 찾던 남학생들에게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걸려들었습니다.

남학생들이 에워싸자 여자는 어떻게든 위기의 순간을 모면해 보려는 듯 땅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우며 발버둥을 칩니다. 그러나 발동 된 남학생들의 장난기에는 역부족입니다. 8월 태양에 빨갛게 익은 고추처럼 장난기가 돋을 대로 돋은 학생들이지만 안전만은 챙겨야겠는지 주황색 구명조끼를 여학생에게 입히려 실랑이를 합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남학생들에게 여학생 한 명이 선택되었습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남학생들에게 여학생 한 명이 선택되었습니다. ⓒ 임윤수
주섬주섬 여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있습니다.
주섬주섬 여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있습니다. ⓒ 임윤수
허리춤으로 삐져나오는 속옷을 움켜잡으며 ‘야! 빤스 나와’하고 외쳤습니다.
허리춤으로 삐져나오는 속옷을 움켜잡으며 ‘야! 빤스 나와’하고 외쳤습니다. ⓒ 임윤수
여학생의 외침에 잠시 머뭇거리듯 땅에 내려놓더니 구명조끼를 다시 챙깁니다.
여학생의 외침에 잠시 머뭇거리듯 땅에 내려놓더니 구명조끼를 다시 챙깁니다. ⓒ 임윤수
주섬주섬 구명조끼를 입히며 여러 명의 남자들이 여학생을 들어 올리는 순간 '야! 빤쓰 나와'하며 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이어집니다. 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보다 속옷(빤스)이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여성으로선 더 당혹스러운가 봅니다. 빤스가 나온다고 소리를 지르니 짓궂기만한 남학생들도 잠시 주춤거리느라 여학생을 땅바닥으로 내려 놉니다.

물에 빠질 위기에 처해 있던 여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내심 이쯤에서 장난이 끝나기를 바랐을 거며, 여학생이 텀벙 물에 빠지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던 구경꾼들의 입장에서는 허탕을 치는 듯한 아쉬움이 교차되는 순간입니다.

이쯤에서 포기를 했다면 여학생을 땅바닥에 내려놓는 것으로 끝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땅바닥에 눕혀진 여학생에게 제대로 구명조끼를 고정시키고 있었습니다. 구명조끼가 다 입혀지자 덩치 좋은 남학생이 몸부림을 치는 여학생을 덜렁 어깨위로 둘러메더니 물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여학생을 둘러멘 남학생이 성큼성큼 물가고 다가가고 있는 순간에도 여학생은 속옷(빤스)이 노출되는 것에만 신경이 가는 듯 한쪽 손으로 바짓단을 움켜잡느라 급급합니다. 이렇게 한 무리의 학생들이 장난을 벌이고 있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그들만을 바라봅니다.

과연 저 여학생이 물에 빠질거나 아니냐를 스스로에게 내기라도 하듯 호기심 가득한 눈빛들입니다.

힘 좋게 생긴 남학생 한 명이 여학생을 덜렁 둘러멥니다.
힘 좋게 생긴 남학생 한 명이 여학생을 덜렁 둘러멥니다. ⓒ 임윤수
여학생은 남학생의 어깨에서도 사뭇 빤스가 노출되는 것에만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여학생은 남학생의 어깨에서도 사뭇 빤스가 노출되는 것에만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 임윤수
이제야 속옷 단속이 끝났는지 여학생은 두 손으로 남학생의 셔츠를 잡아당기며 안간힘을 써 봅니다.
이제야 속옷 단속이 끝났는지 여학생은 두 손으로 남학생의 셔츠를 잡아당기며 안간힘을 써 봅니다. ⓒ 임윤수
‘풍덩!’ 남학생의 어깨위에 있던 여학생은 물속으로 던져지고 말았습니다. 당사자인 여학생은 어땠나 모르지만 보는 입장에선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풍덩!’ 남학생의 어깨위에 있던 여학생은 물속으로 던져지고 말았습니다. 당사자인 여학생은 어땠나 모르지만 보는 입장에선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 임윤수
드디어 남학생이 물가에 도착하니 그때서야 속옷 채비를 끝낸 듯 여학생은 양 손으로 남학생의 윗도리를 움켜잡고 어떻게든 위기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칩니다.

그러나 그 순간도 잠시, '으악'하는 오침의 소리와 '풍덩'하는 자연의 소리가 허허롭게 허공으로 울려 퍼집니다.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도 웃고 있습니다. '풍덩' 물속에 빠진 그녀보다도 더 시원함을 느끼는 듯 목젖이 훤히 드러나도록 박장대소하며 뜨거운 여름 한낮을 시원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여학생이 풍덩 내동댕이쳐진 물가에서는 선체가 없는, 골격만 앙상하게 있는 인력선(?)을 가지고 물 위를 질주하는 것에 여러 학생이 도전합니다. 여러 명의 학생이 출발과 동시에 폴짝폴짝 제자리 뛰기를 해 보지만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꼬르륵하고 물속으로 가라앉기를 반복합니다.

물에는 빠질 수 있어도 빤스 노출만은 안 된다는 듯 "야! 빤쓰 나와"를 외치던 여학생이나, 갯벌 위를 펄쩍거리며 뛰는 망둥어처럼 물위에서 펄쩍거리며 뛰려다 꼬르륵하고 물속으로 가라앉은 도전자들의 모습에서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인력선 축제를 준비하고, 경기에 임하느라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보냈을 조선학도들이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맘껏 웃어봅니다.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폴짝폴짝 제자리 뛰기를 하다 꼬르륵 하고 물속으로 가라앉고야 맙니다.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폴짝폴짝 제자리 뛰기를 하다 꼬르륵 하고 물속으로 가라앉고야 맙니다. ⓒ 임윤수

#빤스#망둥어#인력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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