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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뒤 방문한 개성면옥으로 손님들이 들어가고 있다
DJ가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뒤 방문한 개성면옥으로 손님들이 들어가고 있다 ⓒ 맛객
그제(9일) DJ가 영화 관람을 했습니다. 5.18을 배경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를 본 것이죠.

DJ는 5.18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인 17일 체포되어 7월 15일까지 중앙정보부 지하실에서 악몽 같은 세월을 보냈다고 합니다. 당연히 5.18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말이죠. 그러다가 1987년 9월 8일, 16년만에 광주를 방문해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러 가는 내내 대성통곡을 했다네요.

그런 그가 5.18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를 보았으니 감정이 복받쳐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자신은 갇혀 있을 때 광주 시민은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구나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흘린 눈물의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영화관람 후 영화 속 명장면을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마지막 결혼식장면을 꼽았습니다.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주인공과 시민군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지만 살아남은 신애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판타지 장면입니다. 5.18은 아직 아픔이 지워지지 않았고 그래서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요. 어쨌든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대통령다운 명장면이 아닌가 싶군요.

관람을 마친 DJ가 간 곳은 마포구청역 부근에 있는 '개성면옥'이었습니다. 어떤 음식을 들었을까? 맛은 어떨까? 호기심이 발동한 맛객 어제(10일) 당장 다녀왔습니다. 가면서 생각했죠. 개성면옥은 함흥냉면 전문이라는데 DJ가 든 음식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는 당연히 함흥냉면이겠지만 미식가로 알려진 DJ가 함흥냉면을 먹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냉면 맛 좀 안다는 사람은 함흥냉면보다 평양냉면을 더 쳐주니까요. 그렇다면 평양냉면을 들었을까?

그러는 새, 개성면옥에 도착했습니다. 마포구청역 4번 출구로 나와 30여m 직진하면 크게 보입니다. 사실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앉은 자리를 물어 똑같은 음식을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포기했습니다.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55분경인데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와 있더군요. 대통령 홍보 효과인지 원래 손님이 많은 집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어제 대통령이 오셔서 어떤 음식 드셨어요?"
"설렁탕요."
"그럼 설렁탕 주세요."


그렇군요. DJ는 함흥냉면도 평양냉면도 아닌 설렁탕을 들었답니다. 맛객, 냉면집에 와서 설렁탕을 주문해 보기는 처음입니다. 앞뒤 좌우에서 냉면을 먹는걸 보니 맛객도 냉면이 먹고 싶지만 꾹 참았습니다. 오늘의 목적은 대통령 따라 먹기.

설렁탕 6천원
설렁탕 6천원 ⓒ 맛객
깍두기와 배추김치, 뚝배기에서 덜때는 약간 부족한 듯 덜어야 남기지 않게 됩니다
깍두기와 배추김치, 뚝배기에서 덜때는 약간 부족한 듯 덜어야 남기지 않게 됩니다 ⓒ 맛객

금세 설렁탕이 나옵니다. 여태껏 먹어본 설렁탕 중에서 가장 큰 뚝배기 같습니다. 밥은 따로 나오지 않고 토렴을 한 후에 국물을 밥 위에 부은 식입니다. 수육 서너 점에 밥과 면 육수가 전체적으로 양이 많습니다. 맛객은 양 많은 게 싫어 별로 반갑지는 않지만 든든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할 것 같네요. 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고추와 쌈장이 전부입니다.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파를 듬뿍 설렁탕에 넣었습니다. 파 많이 넣어 먹는 식성이라 하하….^^;

밥은 국물속에 숨어있다. 풍부한 양은 고맙지만 왠지 남길 것만 같은 예감
밥은 국물속에 숨어있다. 풍부한 양은 고맙지만 왠지 남길 것만 같은 예감 ⓒ 맛객

설렁탕에 들어간 수육이 먹음직해 보인다
설렁탕에 들어간 수육이 먹음직해 보인다 ⓒ 맛객

토렴한 밥은 부드러워 국물과 하나가 된다
토렴한 밥은 부드러워 국물과 하나가 된다 ⓒ 맛객

후추를 약간 뿌린 후 일단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 맛을 봅니다. 개운하고 깔끔합니다. 설렁탕에 미원을 과하게 넣는 집도 있다지만 안 들어간 듯, 아니면 덜 들어간 듯 느끼하지가 않습니다. 잡맛도 잡냄새도 잘 잡았군요. 하지만 맛객의 입맛에는 2프로 부족하단 생각입니다.

좀 더 진국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하얀 국물보단 약간 노릿한 국물을 선호합니다. 개운하고 깔끔한 맛보다는 구수한 맛을 선호합니다. 그렇다고 개성면옥의 설렁탕이 후지다는 게 아니고 맛객이 선호하는 맛은 따로 있다는 얘기입니다. 설렁탕은 오랜 시간 푹 고와야 맛이 나는 음식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푹 고와진 그의 대북경험이, 정상회담을 앞둔 이 중요한 시기에 더욱 맛을 내기를 기대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설렁탕#함흥냉면#화려한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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