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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
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 ⓒ 책세상
우리 음악이 없는 이 시대에 우리는 우리 음악을 찾아 나선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시대도 삼국시대에 이른다. '한흥섭'이다. 한흥섭은 <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를 통하여 우리의 전통음악을 찾아 나선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삼국시대라? 먼 옛날 이야기다. 삼국시대 하면 우리가 아는 지식이란 '광개토대왕, 의자왕, 김유신, 연개소문, 을지문덕 등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에 머물고 있다. 이런 빈약한 지식으로 결국 삼국시대 음악은 어떤 음악이었는지 알 수 없다.

<악기로 본 삼국시대> 거문고와 가야금 정도만 아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저자는 삼국시대 우리 악기를 중국에서 들어온 것을 독창적으로 개량했다고 강조한다. 고구려의 왕산악은 우리나라 최초의 독창적인 음악인으로 거문고를 최초의 개량악기로 만든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고구려를 강력한 군사국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지만 한흥섭은 말한다.

"고구려 음악이 일방적으로 외지로 흘러나간 것이 아니라 외국의 음악, 특히 서역계의 음악이 실크로드를 타고 고구려로 유입되기도 했다. 지금은 중국의 신강성인 당시의 구자 지방의 오현비파나 필률(피리) 같은 중앙아시아의 악기들이 일찍이 고구려에 들어온 것이 그 예이다. 이처럼 고구려는 우리가 짐작하는 이상으로 활발하고 광범하게 국제적으로 음악 교류를 했음을 몇몇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본문 30쪽 인용)

즉, 고구려는 활발한 문명 교류를 통하여 악기와 음악을 수입하거나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서역과 중국의 음악을 통하여 고구려에 맞는 음악으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우리가 지금 고구려 음악을 직접 듣거나 접할 수는 없지만 고구려도 음악이라는 문화가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백제는 안타까움이 더한다. 고구려는 거문고, 신라는 가야금-가야의 가야금이지만-이 있지만 백제가 만든 악기는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백제에 음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백제는 삼국 중 일본에 음악을 가장 많이 전한 나라이다. 지금 우리에게 백제 음악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신라는 가야의 가실왕과 우륵을 말한다. 가실왕은 기록으로 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체적인 음악사상가라 명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가야금을 두 번째 개량 악기라 말한다. 신라의 진흥왕은 다른 나라의 악기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왕으로 칭송하고 있다. 진흥왕이 주체적이고 심미 판단이 옳다고 말한다.

"신라 음악이 후세와 연결되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는 향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라의 향가를 사뇌가(詞腦歌)라고도 하는데, 이 사뇌가라는 말은 오늘날 시나위로 연결된다. 현재의 시나위 음악이 무속음악과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신라의 향가 즉, 사뇌가는 시나위의 원형이자 옛부터 전해오는 한국 고유의 풍속인 무속의 음악적 변용임이 틀림없다." (본문 36쪽 인용)

신라 음악이 지금 우리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거나 원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은 신라가 통일 이룩하고, 가장 오랜 기간 존속한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외면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음악으로 남아 있는 향가나 거문고, 가야금 같은 악기들은 삼국시대가 원형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 중국 정사에 왜 고구려의 현금이나 통일신라의 악기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는지 설명하면서 중국의 국가 이념인 예악사상과 천자국이라는 중화의식에 철저했기 때문에, 그리고 제후국 또는 주변국이 아닌 그들과 대등한 자주국으로서의 신라(통일신라)와 신라인이 독자적으로 개량한 악기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는 '독창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남의 것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에 맞게 개량하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가면 바로 우리 것이 된다는 것이다. 한흥섭은 삼국 시대 우리의 음악뿐만 아니라 그 음악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활동한 인물들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한 예를 들면 '가실왕', '우륵,' '진흥왕'이다. 가실왕은 대가야 왕이다. 우륵은 가야 사람으로서 가야금을 만든 사람이지만 신라에 투항한 사람이다. 이들의 복잡하고 복합적인 관계는 본문 50-61쪽에 자세히 나와 있다.

요즘 우리는 우리의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독창성은 갈수록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때 <악기로 본 삼국 시대 음악 문화>와 같은 책을 통하여 외국 문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 앞에 삼국 시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악기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었는지 안다면 우리는 분명 우리 것을 상실하지 않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 한흥섭 | 책세상 |


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문화

한흥섭 지음, 책세상(2000)


#가야금#거문고#삼국시대#진흥왕#대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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