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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五券 無始無終

어떠한 것이 선(善)이오, 어떠한 것이 악(惡)일까?
어떠한 일이 옳음이오, 어떠한 일이 그름일까?
어떠한 삶이 옳고 선한 삶이오, 어떠한 삶이 그릇되고 악한 삶일까?

악한 자들이라고 모두 징벌함이 과연 옳은 일일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게 보인다고 해서 과연 옳은 것일까? 세상사의 모든 일이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인간은 그저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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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장창---

폭발음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다섯 명의 인물들이 궁수유의 거처를 덮쳤다. 문을 부수며 들어간 인물은 철기문의 문주인 옥청문과 옥청량이었고, 우측의 창문을 뚫고 들어간 인물은 바로 삼재 중 천과였다. 그리고 좌측 창문을 통해 들어간 인물들이 상만천의 그림자라던 바로 이군(二君).

“악----!”

두 명의 시비가 갑작스런 사태에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막 소청(小廳)의 탁자 위에 놓여진 다기를 치우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다섯 명의 인물들이 병기를 꼬나 쥐고 들이닥치자 놀라 지른 비명이었다.

“조용히 해라!”

옥청문은 놀라 주저앉은 시비들을 보며 엄한 목소리를 발했다. 그들이 궁수유의 거처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삼합회의 회주 궁단령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예리한 눈빛으로 전체를 훑었지만 궁단령은 물론 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남궁정과 귀비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청각을 극도로 끌어올려 주위의 움직임을 감지했지만 움직임은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치우다만 담자에 손을 대 보았다. 이어 놓여진 세 개의 찻잔들도 만져보았는데 담자는 물론 잔에도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곳에 얼마 전까지 있었다는 말이다.

“……!”

옥청문이 이군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어찌된 일이냐는 의미다. 궁단령 일행이 이곳에 있다는 정보를 가져온 인물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알 리가 없는 일.

“이곳에 분명 삼합회 사람들이 있었으렸다!”

이군 중 몸집이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대군(大君)이 무서운 목소리로 놀라 정신이 반쯤 나간 시비들에게 물었다.

“예… 나으리… 아가씨의 모친… 되시는 분이 다른 두 분과 같이… 계셨사옵니다.”

당장이라도 때려죽일 듯한 대군의 모습에 시비 하나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소. 어디로 갔느냐?”

옥청문이 찻잔에서 손을 떼며 대군에게 말하다가 대답한 시비에게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가셨는지는… 천비들은 모르옵니다… 언제 나가셨는지도….”

대답을 하던 시비의 얼굴이 퍼렇게 질리며 말을 더듬거렸다. 대군의 한 발작 다가서며 눈을 부라렸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옵니다…. 천비들은 찻물을 데워 가지고 들어왔는데… 안 계셔서….”

옥청량은 이미 이 방 저 방의 문을 열어보며 그들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이미 모두 뒤졌는지 그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천과의 붉게 충혈된 눈이 지그시 감겨졌다가는 고개를 저었다.

시비들이 거짓말 할 리도 없고, 더구나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옥청문의 표정으로 보아 그들이 바로 전까지 이곳에 있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여우같은 궁단령이 어떻게 어디로 간 것일까?

“다른 사람이 온 일이 있느냐?”

천과의 물음에 시비는 무릎을 꿇은 채 무릎걸음으로 천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없사옵니다…… 아가씨께서 운중각으로 가신 이후 저녁식사도 마다하고 차만 마시고 계셨사옵니다.”

더 이상 다그칠 필요도 없었다. 어쩌면 자신의 가솔들이 모두 살해되었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들 역시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었을 터. 자신들이 아무리 조심스럽게 이곳으로 왔다고 하지만 밖을 경계하고 있었다면 자신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천과는 머리 속으로는 생각을 하면서 고갯짓을 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이미 공격이 시작된 이상 자신들도 운무소축으로 가봐야 한다. 그가 걸음을 옮기자 옥청문의 손이 잠시 소매를 벗어났다가 다시 들어갔다.

시비들까지 죽일 필요는 없었다. 지풍(指風)은 시비들의 혼혈을 정확히 짚었고, 그녀들은 영문도 모르는 체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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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고 고아하게 지어진 운무소축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호선을 그으며 하늘로 올라간 처마 끝에 조각된 용머리(龍頭)가 제일 먼저 바닥에 처박히고, 악귀를 쫓고 복을 가져온다 하여 지붕위에 모셔놓았던 관운장상이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운무소축 안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며 창문이 떨어져 나가고 운무소축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뇌화탄(雷火彈)은 그 한 알만으로도 능히 오장 내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화르르륵---- 쿠쿵----

불길에 휩싸인 운무소축이 흉한 몰골의 잔해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데는 채 반시진이 넘지 않았다.

“……!”

그 불길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과 당황함이 떠오르고 있었다. 미세하지만 용추 역시 당황한 기색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가?’

독연에는 숨을 참고 견디었다고 이해는 하지만 저러한 불길 속에서 참아낼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 안에는 많은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단 한 사람도 뛰쳐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모두 앉아서 죽었거나, 아니면 빠져나갈 쥐구멍이 있었다는 의미다.

함곡은 그렇다 치고 풍철한과 같은 인물이 앉아서 죽음을 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비들마저도 놀라 뛰쳐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다른 생로(生路)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운무소축 주위에 연결된 비밀통로는 모두 파악하고 무너뜨려 막아놓았다. 용추가 아는 한 다른 곳은 없었다.

‘그 자도 그 쥐구멍만큼은 몰랐던 것일까?’

그럴 수도 있었다. 운무소축은 운중보 내에서도 언제나 정지되어 있는 그림과도 같아서 움직임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 자’가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라면 문제였다.

화마가 운무소축의 모든 것을 삼키고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연기를 뿜으며 타고 있는 기둥뿐이었지만 십여 장 밖에서도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저곳을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기야 이 정도로 당할 함곡이라면 상대할 가치도 없겠지. 하지만 함곡 자네는 이제 내 손을 빠져나갈 수 없네. 시작은 자네가 했어.’

용추는 씁쓸하고도 자조적인 미소를 입가에 매달았다. 그리고는 무의식적으로 운중각 쪽을 바라보았다. 보주의 존재는 언제나 목에 가시가 걸린 느낌이었다. 제자들과 저녁을 같이 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보주 역시 폭발음을 분명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가만히 있는 것일까? 그 이유가 무엇일까? 더구나 그 제자들까지 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해답은 분명 보주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에 있을 것인데….

덧붙이는 글 | 일주일의 휴가를 끝내고 연재를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양해해 주시고 기다려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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