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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아과 의사의 이유있는 잔소리, 테라사와 마사히코가 쓴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 겉표지
한 소아과 의사의 이유있는 잔소리, 테라사와 마사히코가 쓴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 겉표지 ⓒ 시금치
<아픈 아이들의 세대>, 미세먼지의 위험을 경고하는 우석훈 박사가 쓴 책의 제목입니다. 저는 그가 쓴 책 제목에 참 많이 공감합니다. 요즘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들은 대부분 아픈 아이들입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유아대안학교에도 아픈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아토피를 가지고 있고, 비염 때문에 일년 내내 코에 반창고 모양으로 된 침을 붙이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도 있고, 툭하면 아파서 결석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가까이에서는 2살, 5살된 제 조카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감기, 중이염, 축농증, 폐렴, 천식 증상이 거듭해서 반복됩니다.

테라사와 마사히코가 쓴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는 아픈 세대로 태어난 아이들이 병에 걸리면 예전처럼 잘 낫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여 쓴 책입니다. 소아과 의사인 지은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약이 듣지 않거나, 같은 병을 반복적으로 앓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합니다. 그는 12년 전 소아과병원을 개원한 후로 지금까지, 항생제 효과가 없는 소아환자가 자꾸만 늘어간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아이들을 관찰하였는데, 해마다 이런 추세가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 조사에 따르면 중이염으로 통원치료한 건수가 1975년에는 990만 회였는데, 현재는 3000만 회를 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중이염이 점점 낫기 힘든 병이 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 본문 중에서

이런 현상은 바로 항생제 내성균 때문이라고 합니다. 항생제란 질병의 원인이 된 '세균'을 몸 안에서 제거하기 위해 개발된 약인데, 세균을 없애버리거나 늘어나지 않게 하는 약입니다. "문제는 항생제 공격을 여러 번 받은 세균이 항생제에 대응하는 힘, '내성'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지은이는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하여,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소아환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항생제 남용'이라고 합니다.

항생제로 낫지 않는 요즘 아이들

"많은 경우 바이러스성 질환인 감기에도 항생제를 처방하거나 세균성 질환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예방차원에서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특히 대부분의 세균을 한꺼번에 퇴치할 수 있는 광범위한 항생제 종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본문 중에서

테라사와 마사히코는 "항생제는 보통 2~3일 복용하면 약효가 나타나기 때문에 원인이 된 세균에 적합한 항생제라면, 병은 그 기간 동안에 호전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일주일 이상 항생제를 치료해도 낫지 않는 감기, 농가진, 급성중이염, 폐렴 등은 대부분 항생제 내성이 원인인 경우라고 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조사결과를 보면 "최근 경우 급성 중이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 중에 80%는 내성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내성균 감염을 연구하던, 의사들은 '건강한 아이들'도 내성균 보균자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세균 조사에서 전체 조사대상자 중 5.5%에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MRSA는 환자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대표적인 내성균으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보균하고 있던 내성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약도 못써보고 사망했다는 외신기사들은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계 일이 아닙니다."

1929년에 개발된 항생제는 누구나 한 번쯤 먹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흔한 약이지만, 인류를 세균으로부터 구원해준 역사상 가장 소중한 약이기도 합니다.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에 유럽에서는 페스트로 인하여 3500만 명이 죽었으며, 세계 1차대전 무렵까지만 하여도 전쟁에서 다친 많은 사람들은 세균감염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처음 개발된 항생제 페니실린은 몇 가지 특정세균에만 효과가 있었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여러 가지 세균에 효과가 있는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였습니다. 그 후 페니실린을 능가하는 광범위 항생제가 개발되었고 몸 속 세균들을 일망타진하는 방식으로 치료학 되었습니다.

항생제 마법에 걸린 사회, 만병통치약은 없다

광범위용 항생제 사용으로 원인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었고,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사용 즉시 세균퇴치가 가능했고, 부작용도 적어 의료현장에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광범위용 항생제 사용은 결국 '세균들의 역습'을 불러왔습니다.

"약이 듣는 범위가 넓어진 만큼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던 세균들도 무차별적으로 없어지게 됩니다. 우리 몸에 이로운 균들도 함께 없어진다는 것은 항생제 내성균들에겐 경쟁이 필요 없는 환경에서 마음 놓고 자손을 번식할 수 있는 그야 말로 내성균의 세상을 의미 합니다." - 본문 중에서

즉, 사람이 건강할 때는 내성균들이 다른 세균과 경쟁하기 때문에 수가 적지만, 몸 안에 항생제가 들어와서 다른 세균이 없어지면 생존환경을 독점하여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하룻밤 사이에 1억 개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광범위 항생제가 남용되게 된 것은 제약회사들의 이윤논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나온 항생제들은 특정 세균에 효과를 발휘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확하게 원인이 되는 세균만을 치료하였지만, 이런 약은 많이 팔 수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외면하게 되었다는 것 입니다.

또한 의사들의 인식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데, 수술 전 1회만 사용해도 되는 감염예방 항생제를 수술 후에도 장기간에 투여한다거나, 감기와 같은 사소한 질병에도 세균감염 예방을 위하여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들입니다.

항생제가 세균을 이길 수 없는 이유

그렇지만, 1929년에 개발된 항생제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발달하는 동안 세균들 역시 꾸준히 역습을 시도하였으며, 이제는 항생제 개발을 앞서서 더 빠르게 진화(내성 확장)하고 있습니다.

1929년 페니실린이 개발된 후 1946년에 벌써 세균감염의 14% 가량은 페니실린이 듣지 않았으며, 40년대 말에는 59%까지 내성률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1960년에 페니실린을 개량해 강력한 항생제인 '메티실린'을 개발하였지만, 곧이어 1961년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알균(MRSA)이 출현하였습니다.

1970년 들어서 광범위 항생제인 세펨계열 항생제가 널리 사용되면서 MRSA는 거의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는 '다중 약제 내성균'으로 변화하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일본에서는 1996년 '반코마이신' 내성균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였으며, 2002년 7월 미국에서는 더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되었습니다. 1999년 일본에서 긴급 결핵사태를 선언한 것도 여러 항생제가 듣지 않는 다중약제 내성 결핵균이 급속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항생제를 개발하는 인간과 세균간의 전쟁에서 인간이 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세균들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개발한 항생제를 무력화시키지 못하면, 지구상에서 영원이 멸족 당할지 모릅니다. 따라서 그들은 훨씬 더 절박한 상황에서 자기(세균) 생명을 걸고 항생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진화(돌연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불필요한 항생제가 내성균 증가, 천식증가, 유방암 증가 등의 위험률을 늘릴 뿐만 아니라 영구치에도 이상을 미칠 수 있으니 아이들의 항생제 복용은 좀 더 신중하게 대해야 하는 문제 입니다." - 본문 중에서

바이러스 감염에 항생제는 무용지물

의사인 테라사와 마사히코는 편도선염, 기관지염, 폐렴 등이 아닌 단순 감기의 95%는 보통 바이러스성 감염이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또한 세균 감염인 경우에도 수막염처럼 일각을 다투는 병이 아니라면 세균배양 검사를 한 후에 적합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는군요. 어떤 세균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항생제를 사용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합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지요.

또한 소아과에서 내성균 때문에 가장 애를 먹는 급성중이염의 경우도 바이러스성이든, 세균성이든 80%는 자연히 낫는다고 합니다. 축농증의 경우도 절반 50%는 바이러스성이기 때문에 항생제가 소용이 없으며, 호주 <항생제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환자를 2주간 관찰한 결과 항생제를 사용한 사람은 84%가 나았고,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70%가 자연적으로 나았다고 합니다.

또한 소아과 의사인 지은이는 항생제 사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균 감염을 예방하고, 면역을 기르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고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지요.

예방치고는 너무 시시한 것 같지만, 하루에 5번 이상 손을 잘 씻기만 해도 감기와 위장병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60초 동안 공들여 손을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서 60초 동안 헹구는 손 씻기와 더불어 맹물로 하는 가글링은 목 안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

지은이는 무조건 의사의 처방에 자신의 몸을 내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의사라면 주저 없이 근처에 평판이 좋은 다른 의사를 찾아가야 하며, 만약 의사의 진료에 의문점이 있다면 주저 없이 질문하라고 합니다.

"현명한 환자가 명의를 만든다."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를 쓴 테라사와 마사히코는 결국 명의는 현명한 환자가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그냥 막연하게 항생제가 위험하다고만 알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올바른 항생제 사용 10계명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필요한 기간동안'

테라사와 마사히코가 쓴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독자들이 꼭 기억해야 할 만한 중요한 내용만 가려서 정리하였습니다.

1. 세균 감염이 의심되면 반드시 세균검사를 하라.
2. 항생제가 처방되면 용량과 기간을 지켜서 먹이라.
3. 예전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전에 먹던 항생제를 먹여서는 안 된다.
4. 항생제를 먹을 때는 증상이 완화되어도 끝까지 먹어야 한다.
5. 음식속의 항생제에 주의하라. 항생제의 70%는 동물에 사용되고 있다.
6. 콧물, 기침, 발열, 목의 통증, 설사 증세의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항생제를 함부로 사용하지 마라.
7. 작은 상처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낫는다.
8. 눈병에는 대체로 항생제 안약투여는 무의미하며, 중증일 경우는 내복약을 먹으라.
9 항생제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내성균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세균배양검사를 받으라.
10. 항균용품 - 가글용액, 항균비누, 항균세제, 항균화장품 등 - 도 항생제 내성을 일으킨다. 항균용품은 정상 균의 활동을 억제하여 내성균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
/ 이윤기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 테라사와 마사히코 지음, 고희선 옮김, 김미나 감수 - 시금치/ 158쪽, 8900원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

테라사와 마사히코 지음, 고희선 옮김, 김미나 감수, 시금치(2007)


#테라사와마사히코#항생제#항생제내성#세균#아이들의병이낫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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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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