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조순형 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조순형 의원은 뜨는 걸까? 지금은 그렇다.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범여권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2·3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약진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후다. 지금의 추세를 이어갈 것인지가 관심사다. 대통합파는 아니라고 한다. 일시적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래창조 대통합 민주신당'이 본격 세몰이에 나서면 일순간에 꺼질 거품이라고 한다.

반박도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 중 가장 늦게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언론 노출도도 적었던 것에 비하면 바람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주로 통합민주당 쪽에서 이렇게 분석한다.

아전인수다. 대통합파와 소통합파가 제 위치에서 제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조순형 의원의 입장에서 어디까지 뜨면 되는 걸까? 이 대답 내용에 따라 바람과 거품의 판정이 갈린다.

조순형 의원에겐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탄핵 주역이라는 점이다. 이는 범여권 핵심 지지층과 화학작용을 이룰 수 없는 이질성분이다.

게다가 조순형 의원 스스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도가 지나친 정치 개입을 하지 말고 평화운동에 신경 쓰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사실만 갖고도 중간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조순형 의원의 1차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다. 재 뿌리는 얘기 같지만 본인 스스로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난 22일 "이번 대선이 마지막 대선이 아니다, 5년 뒤에 대선은 또 있다"고 했다.

조순형 의원의 목표는?

중간 결론을 이렇게 도출해놓으면 상황 정리는 간단해진다. 조순형 의원의 목표는 이른바 '원칙'과 '품격'을 세울 수 있는 힘을 확보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범여권의 원칙 없는 대통합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다.

많을 필요가 없다. 최소 40만~50만 표를 얻으면 된다. 범여권이 오매불망 염원하는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구도가 실현된다고 전제하면 이 숫자만으로도 대통합파의 상투를 잡을 수 있다.

가능할까? 대통합파가 공언하듯이 '미래창조 대통합 민주신당'이 본격적으로 세몰이를 하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만 놓고 보면 세몰이는 고사하고 내부의 지분싸움부터 정리해야 할 판이다. 그러니까 빼자.

주요하게 짚을 요인은 두 개다. 하나는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의 선택이다. 만에 하나 박상천 대표가 통합민주당을 버리고 '미래창조 대통합 민주신당'에 합류하면 상황이 급변한다.

통합민주당 독자 경선은 마이너리그, 그것도 트리플A가 아니라 싱글A로 전락한다.

여기에 통합민주당 독자 경선에 반대하는 추미애 전 의원 등이 동조를 하면 통합민주당 독자경선은 김빠진 사이다 리그가 된다.

또 하나의 요인은 이명박 후보다. 그가 강세를 보여온 이유 가운데 하나가 범여권에서 넘어온 표라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검증공방 때문에 이 표의 일부가 이탈했지만 그렇다고 박근혜 후보로 넘어간 것도, 기존 범여권 주자에게 되돌아간 것도 아니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이 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에 하나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그래서 범여권에서 이명박 후보로 넘어간 표가 졸지에 거처를 잃어버리게 되면 조순형 의원에게 이사를 올 수 있다.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 'or'와 'and'가 교차하면서 다양한 조합을 만든다.

박상천 대표가 이탈하고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가 조순형 의원에겐 최악이다. 이 경우 조순형 의원은 급격히 자생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의 경우는 다르다. 박상천 대표가 잔류하고 이명박 후보가 패배하는 최선의 경우, 그리고 박상천 대표가 잔류하고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거나, 박상천 대표가 이탈하고 이명박 후보가 패배하는 중간 경우 모두 조순형 의원에겐 '넘어볼만한 산'이다.

그의 1차 목표가 대통합파의 상투를 잡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고, 이 힘을 기반으로 후보 단일화 단계에서 '원칙'과 '품격'을 강제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렇다. '독박'의 위험 못잖게 '대박'의 여지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