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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산 공원 계단 입구
용두산 공원 계단 입구 ⓒ 김대갑
새점 풍경
새점 풍경 ⓒ 김대갑
슬플 것이다. 용두산은 슬플 것이다. 일제시대와 6·25를 거쳐 용두산과 용미산을 거쳐 간 수많은 조선 민중의 비원을 담고 있기에 용두산은 슬플 것이다. 그리고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을 안고 있을 곳이다. 부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용두산에 얽힌 추억 하나 쯤은 다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용두산 공원은 부산 사람들의 영원한 노스탤지어니까.

꽃시계 앞에서
꽃시계 앞에서 ⓒ 김대갑
오래된 흑백 사진 하나를 본다. 부산 타워와 꽃시계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까까머리 중학생 머슴애와 초등학생 가시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 옆에는 너무나 촌스러운 선글라스를 낀 총각 하나가 한껏 멋을 낸 채 서 있다.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바둑 좀 두자
바둑 좀 두자 ⓒ 김대갑
허벌나게 예쁜 그녀들
허벌나게 예쁜 그녀들 ⓒ 김대갑
그 추억의 뒤안길에서 용두산 공원의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간다. 계단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힘들게 올라갔는데, 이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편하게 올라간다. 그래서 낭만은 별로 없다. 어릴 적 느꼈던 계단의 모습이 아니라서 너무 실망스럽다.

먹이 줄 게 빨리 와
먹이 줄 게 빨리 와 ⓒ 김대갑
어허, 이럴수가. 아직도 저것이 존재하다니.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눈물까지 글썽인다. ‘새점’이란 커다랗게 쓰여 있는 표지판이 눈에 아리도록 반갑다. 어쩜 저렇게 하나도 안 변했는지. 대학생 때, 아름다운 그녀와 함께 저 새점을 보고 난 후 얼마나 민망했는지. 그때 저 새점은 우리들의 이별을 예고했었다. 그녀와 나는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 후 거짓말처럼 우리는 헤어지고 말았지. 아아, 그 시절의 향수여!

용의 포효
용의 포효 ⓒ 김대갑
꽃시계도 여전하고, 공원 한쪽에서 바둑 두는 노인들도 여전히 그대로구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그대로인데, 지나가는 세인들의 얼굴은 참 많이도 변했구나. 세태가 변하고, 시절이 하수상하고, 사람들의 인상도 스러지고.

용미산을 바라보는 이순신 장군
용미산을 바라보는 이순신 장군 ⓒ 김대갑
아이들. 그리고 광장의 비둘기들.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는 저 아이의 표정은 35년 전의 내 표정이었다. 어쩜 저리도 똑같은지. 잠시 착각이 생긴다. 내가 과거로 온 것은 아닌가. 어쩜 이리도 모든 것이 그대로인지. 이곳은 세월마저 붙들어 매는 빙설의 계곡인가.

쌍거북의 합창
쌍거북의 합창 ⓒ 김대갑
용두산에서 용미산을 바라본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용미산. 용의 대가리가 있으면 용의 꼬리가 당연히 있는 법. 간악한 일제는 용의 꼬리가 힘을 쓴다 하여 용미산을 발파하고 말았지. 그 자리에 부산부라는 관청을 만들었지. 부끄러운 역사,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들. 그래도 용두산은 아직도 부산 시민에겐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런 지위를 누릴 것이다. 영원히.
#부산#용두산#용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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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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