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7080 통사모'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관악산에서 공연을 한다.
'7080 통사모'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관악산에서 공연을 한다. ⓒ 김주현

다음카페에서 '7080 통사모'를 검색해보니 규모가 꽤 큰 모임이었다. 2006년 8월 개설된 카페의 회원수는 600여명, 카페 메인 화면에는 관악산 공연 문의와 소감으로 가득했다.

관악산 공연은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주 한다. 통사모는 이 외에도 두 번째 토요일 3시 30분에 구리시 한양대병원에서, 세 번째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는 녹색병원에서 환자 및 보호자들을 위한 음악봉사를 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양평 장애인 복지관을 방문하기도 한다.

통사모는 7월 28일 토요일 오후 2시 부산 일광해수욕장에서 '전국 7080 통사모 공연'을 했다. '부산 & 경남 7080 통사모' 회원과 서울의 통사모 회원들이 함께하는 두 번째 공연이었다. 통사모 카페 회원 중 부산 및 경남지역에 사는 회원들이 모여 만든 '부산 & 경남 7080 통사모'는 부산에서 정기적으로 연습 및 모임을 하고 있다.

관악산 공연 시작 몇 시간 전. '7080 통사모'의 리더격인 전태경(52)씨를 만나 인터뷰를 시도해보았지만, '회장'이라는 호칭조차 피하는 그는 나서는 것이 싫다며 오랜 회원 중 한 명인 황사라씨를 추천했다.

음악봉사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통사모

황사라씨는 "선생님(회원들은 전태경씨를 '선생님'이라 칭한다)이 성격이 조용하셔서 누군가에게 찬사받는 걸 원치 않으세요. 우리가 좋아서 하는 행위인데 알릴 필요가 있냐고 하시면서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에 응한 '7080 통사모'의 회원 황사라씨
인터뷰에 응한 '7080 통사모'의 회원 황사라씨 ⓒ 김주현

- 처음에 어떻게 통사모 회원이 되셨나요?
"관악산에 왔다가 '노래 봉사하실 분, 노래에 뜻이 있으신 분 연락주십시오'라는 현수막을 보고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는 통사모 회원이 된지 일년 정도 되었지요."

-통사모 회원분들을 소개해주세요.
"아시다시피 '통사모'는 '통기타를 사랑하는 모임'의 준말이에요. 7080은 대학교 학번이지요. '7080 통사모'의 회원들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직장인, 주부들이 대부분이에요. 공연 고정 멤버는 13명으로 남자회원은 통기타 연주와 노래를 함께해요. 여자회원들은 아직 기타연주를 배우는 과정이라 공연 때에는 노래만 맡아요. 토,일요일 공연별로 파트가 나눠져있지요.

소속감을 위해 여자회원들은 분홍색 셔츠로, 남자회원들은 하늘색 셔츠로 유니폼을 맞춰입었어요. 때에 따라 셔츠 색이 달라지기도 하지요. 누구든지 음악을 배우겠다는 분, 음악봉사를 하고 싶다는 분은 통사모의 회원이 될 수 있답니다."

- 공연 준비는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매주 공연 희망곡을 카페 게시판에 올려요. 이를 올리지 않는 사람은 공연에 참여할 수 없지요. 개인연습을 마친 후 주 중에 두 번 모여 4~5시간씩 연습을 하고 매주 금요일에는 총 연습을 해요. 선생님이 판단하기에 금요일까지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은 무대에 오르지 못하지요."

- 공연 연습은 어디서 하나요?
"발성을 위해 실외에서 연습을 해요. 선생님 댁이 사가정역 근처라 사가정공원에서 주로 연습해요. 비가 오는 날에는 선생님 댁에 들어가서 연습하지요. 사모님께서 회원들에게 집을 내어주세요. 맛있는 음식도 해주시고 많은 면에서 도와주시죠."

7월28일 토요일 부산 일광해수욕장에서 '전국 7080 통사모 공연'이 열렸다.
7월28일 토요일 부산 일광해수욕장에서 '전국 7080 통사모 공연'이 열렸다. ⓒ 7080 통사모

관악산 공연에 자주 함께하신다는 사모님 정서영(48)씨는 "한때는 음악에 너무 빠진 모습이 싫어 말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좋아요"라며 "몸이 불편해서 너무 무리하시는 건 아닌지 늘 걱정"이라 말했다. 공연을 볼 때는 전혀 몰랐는데, 전태경씨는 척추가 불편하여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회원들이 공연 연습중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신입회원 한 명이 전태경씨로부터 "연습도 안 하고 늦게 와서 뭘 하겠다는 거야!"라며 꾸지람 듣는 모습이 보였다. 다음은 황사라씨와의 이어진 인터뷰.

관객들이 100만큼 행복하다면 저희는 200만큼 행복해요

- 가장 뿌듯할 때는 어떤 때인가요?
"관악산 공연을 하고 나면 카페 회원이 늘어나있어요. "좋은 시간 즐기고 간다"는 댓글을 보면 뿌듯하지요. 공연 중에 회원분들이 나서서 노래에 같이 참여하실 때, 그리고 가끔 덩실덩실 춤추는 분들을 볼 때, 산 공연에 300명 이상 모일 때에는 저희도 신나죠. 환자분들이 저희 병원 공연을 매주 기다린다고 하실 때, 보호자분들이 고맙다는 말씀을 해 주실 때에도 기분이 정말 좋아요. 듣는 분들이 100만큼 행복하다면 우리는 200만큼 행복한 거죠."

- 관악산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공연 중에 엠프가 고장나서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공연을 일찍 접겠다고 관객들께 말하자 다들 절대 안 된다며 그냥 공연을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관객들의 호응에, 마이크와 엠프 장치 없이 그냥 노래했어요.

비가 와서 관악산 공연을 한 주 빠진 적도 있어요. 카페에 아쉬워하는 댓글이 많은 것을 본 선생님이 "오전에 비가 오더라도 일단 산에 가서 2시 직전까지는 연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씀하셨죠. 그때부터, 공연시간에만 비가 안 오면 무조건 공연을 하는 것으로 정했어요."

- 공연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저희가 음악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 크게 힘든 점은 없어요. 단지 유니폼을 맞추거나 회식을 할 때, 장비를 살 때 드는 비용을 회비로 충당하기에 벅찰 때에 약간 힘들어요. 모니터용 엠프가 고장났는데 가격이 비싸서 아직 장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쉽네요.

관악구청에서 통사모의 공연을 위한 무대설치를 해준다고 했어요. 장마가 끝나면 해주신다길래 다들 그날을 기다리고 있지요. 노래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는 통사모의 활동을 하나의 '봉사'로 좋게 봐주시는 분이 있다면, 그리고 그 분이 자그마한 후원을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어요."

- 앞으로 '7080 통사모'의 계획은?
"다들 음악봉사를 통해 행복해하고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내가 뭔가를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도 얻고 있지요. 통사모는 앞으로도 관악산공연, 병원공연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음악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어요."

관악산 공연에 모인 관객들
관악산 공연에 모인 관객들 ⓒ 김주현

인터뷰를 마치고 아버지와 나는 '7080 통사모'의 공연을 끝까지 관람했다. 초등학교 동창회를 할 겸 관악산에 올라왔다는 한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최성수의 '풀잎사랑'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기도 했다. "노래하고 싶은 분,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는 전태경씨의 말에 관객 중 한 명이 나와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열창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요즘 랩은 너무 빠른데, 오늘 공연에선 좋은 가사를 차분하게 들을 수 있어 좋다"며 옛날 대학교 시절 생각이 난다는 아버지 말씀. '7080 통사모'가 공연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듣는 이보다 노래 부르는 이가 더 행복합니다"
[인터뷰] '7080 통사모'의 리더 전태경씨

▲ '7080 통사모'의 리더 전태경씨
ⓒ김주현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치던 그가 몇 개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었다.

- 통기타 공연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75년부터 부산에서 기타학원을 운영했어요.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끝까지 하지는 못했지요. 자영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기타와 70년대 음악이 그리워지더군요. 그래서 기타를 메고 아차산에 올라갔어요. 혼자 기타를 치니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아차산 토요 한마당' 공연을 2년 동안 했어요. 1년 전 즈음 관악산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통사모를 만들었고 지난 3월 말부터 관악산 공연을 시작했어요."

- 통사모의 음악봉사를 통해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사랑을 받는 사람보다는 주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처럼, 노래를 듣는 이보다 부르는 이가 더 행복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죠. 음악이 있는 한 저는 행복합니다."

- 통사모의 공연을 기다리는 분들께 한 마디 해주세요.
"다른 악기 연주가 더 멋있고 거창할 수도 있겠지만, 통사모는 앞으로도 계속 통기타 연주와 노래를 할 것입니다. 그 시절 그 노래를 일요일에 관악산에서, 토요일에 한양대병원과 녹색병원에서 들을 수 있다는 걸 새겨주시고, 와서 옛날의 그 때로 잠시나마 돌아가보세요."

#통사모#7080#음악봉사#관악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