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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책 표지 ⓒ 비룡소
2학년 필독도서 중에서 <종이 봉지 공주>는 짧으면서도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읽을 때 그 책이 쓰인 배경이나 역사를 알아보며 읽는 것도 좋으나, 이 책을 읽을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그런 지식은 오히려 순수하게 책을 읽는데 방해될 수 있어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도 해 주지 않았다.

밤톨이는 <종이 봉지 공주>를 읽고 독후 활동으로 독서퀴즈문제 10개를 만들었다. 엄마는 28개를 만들었다. 학습정보실에서는 각자 책 읽고 문제를 만든 다음에 집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시간은 식사 후 시간이다. 장소는 식탁이고.

[밤톨이] : 매일 식탁에 마지막까지 앉아있는 사람은 엄마랑 나네.
[엄마] : 그거야 네가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니까 그렇지. 아빠랑 오빠는 벌써 다 먹고 자기 볼일 보러 가잖아. 우리 과일 먹으면서 <종이 봉지 공주> 독서 퀴즈 하자.
[밤톨이] : 그래

- 누가 지었어요?
"어? 모르겠어."

- <종이 봉지 공주>의 주인공 이름은?
"엘리자베스 공주."

- 공주와 결혼하기로 한 왕자 이름은?
"결혼을 하기로 했지만 안 했지. 로널드 왕자."

- 공주는 어디에 살고 있었나요?
"성."

- 그 성에는 무엇이 많았나요?
"비싸고 좋은 옷."

- 성에 누가 쳐들어왔어요?
"용."

- 용이 어떻게 성을 공격했어요?
"불로 성을 다 태워버리고, 엘리자베스 공주 옷도 태워버리고 왕자를 잡아갔어."

- 옷이 없는 공주는 무엇을 입고 갔어요?
"종이 봉지로 옷을 만들어서 입었지."

[엄마] : 맞아 만약에 주변에 천이 있었다면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을 텐데.
[밤톨이] : 하지만 그랬다가는 옷을 만드느라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을 거야. 바늘도 없었을 테고. 엄마 옷이 다 타 버린 엘리자베스 허리 쪽에 연기가 있었거든? 왜 그런지 알아?
[엄마] : 몰라.
[밤톨이] : 거기가 급소거든. 연기가 가려 준거야.

- 용이 지나간 길목은 어땠나요?
"말뼈들이 뒹굴고 숲이 타 버렸다."

- 용이 사는 곳은?
"동굴(큰 문고리가 달린 문이 있는 동굴)."

......(중략)

- 지쳐서 잠이 든 용을 넘어 왕자를 구해 준 공주에게 왕자가 한 말은?
"종이 봉지를 입고 머리카락도 타 버리고 너무 지저분하니 다시 가서 공주처럼 입고 와."

- 공주가 왕자에게 대답한 말은?
"너는 옷도 단정하고 머리도 단정하고 왕자 같아. 하지만 너는 겉만 보는 껍데기야."

- 내가 왕자라면 공주에게 어떻게 이야기했을까요?
"나는 고맙다고 했을 거야. 옷도 없었는데 종이 봉지를 입고 와서 무서운 용을 물리치고 나를 구해주어서 고마워 라고."

- 엘리자베스 공주는 어떤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음! 똑똑하고 지혜가 있고 용감해. 그리고 왕자랑 결혼 안 한 것은 아주 잘했어. 그 사람의 진짜 좋은 점을 못 보고 겉모습만 보았거든."

밤톨이가 얻은 것은 생각보다 많다. 다른 지식 없이 책만 읽고 얻어낸 지식이 꽤 훌륭하다. 그렇다면 이 동화를 지은 지은이가 의도한 대로 아이가 책을 읽었다는 이야긴가? 궁금해서 비룡소 출판사로 가 편집자의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어린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최고의 스토리텔러 로버트 문치. 로버트 문치는 작가이기에 앞서 연기력이 뛰어난 엔터테이너이다. 그는 현재 캐나다에서, 대형 콘서트 홀을 빌려, 표정으로, 동작으로, 대사로 직접 동화 구연을 해서 어린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기 전에, 어린이들 앞에서 직접 수십 차례 구연을 하고 반응을 살피면서 원고를 손질해 나간다. 그의 동화가 출간될 때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종이 봉지 공주>도 7∼8년쯤 계속해서 구연만 했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문치의 부인이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왜 만날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만 하느냐? 공주가 왕자를 구하면 어때서?" 하는 문제 제기를 한 뒤에 시작되었고, 이 새로운 동화는 남녀 어린이 모두의 사랑을 받았다.' - 비룡소 편집자 리뷰 중에서


내용도 재미있고, 그림도 재미있는 이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비싸고 좋은 옷이 많은 성에서 공주는 왕자와 결혼하기로 되어있다. 용이 쳐들어와 성을 불태우고 왕자를 잡아가자 공주는 종이봉지 옷을 입고 왕자를 구하러 간다. 힘이 아닌 지혜로 용을 잠들게 한 후 왕자를 구하나 겉모습만 볼 줄 아는 왕자는 공주에게 고운 옷을 입고 다시 오라고 한다. 공주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신나게 출발한다.

밤톨이가 좋아하는 디즈니 시리즈의 공주와 왕자이야기. 그런 이야기와 다소 낯선 모습의 <종이 봉지 공주>이야기. 밤톨이는 그저 재미있을 뿐이다.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책을 보려고 하는 것은 밤톨이보다 어른인 엄마다. 지은이가 의도한 좋은 방향의 의미를 아이가 알아내면 좋은 것이고, 알아내지 못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의미를 아이에게 주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좋은 책은, 의도하지 않아도 책 속에 들어있는 고운 향기를 아이에게 풍기리라 믿으니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초등학교 2학년에 권하기 알맞은 필독도서다.

덧붙이는 글 | 종이 봉지 공주/ 비룡소/ 로버트 문치 글, 마이클 마첸코 그림/ 김태희 옮김/ 6500원


종이 봉지 공주

로버트 먼치 지음, 김태희 옮김, 마이클 마첸코 그림, 비룡소(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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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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