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관람객들이 객석 의자 뒤 설치된 LCD 화면을 통해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관람객들이 객석 의자 뒤 설치된 LCD 화면을 통해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김한내
불이 꺼져 캄캄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 무대는 저녁에 있을 공연 준비로 어수선했다. 세종문화회관 공연장 견학에 참석한 초등학생 40여명이 신기한 듯 무대와 객석을 둘러보았다. 국내최초로 의자에 설치된 LCD 화면이 켜지자 여기저기서 "우와~" 감탄을 연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10분 정도 LCD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의 소개를 담은 영상을 본 후 무대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무대 위 '오케스트라피트'라 불리는 곳에 섰다. 오케스트라피트는 평소에 무대로 쓰이지만, 뮤지컬 등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공연을 할 때는 4.2m 깊이까지 내려가는 곳을 말한다. 오케스트라피트에는 어른 100명 정도가 넉넉히 설수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이곳에 모습을 숨기고 연주를 한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래로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하자, 조용하던 아이들이 시끄러워졌다. "으, 무서워", "재밌다", "이상해요, 느린 엘리베이터 같아요." 아이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었다.

"박해미가 썼던 분장실?"... "너무 좋아"

무대 뒤에 있는 메인 분장실, 나무 바닥 위에 가구들이 깔끔히 정돈되어 있다.
무대 뒤에 있는 메인 분장실, 나무 바닥 위에 가구들이 깔끔히 정돈되어 있다. ⓒ 김귀자
지난 24일 있었던 세종문화회관 공연장 견학 풍경이다. 관람객들은 1시간가량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부터 1층 무대, 분장실, 3층 역사관, 4층 자료관까지 둘러볼 예정이었다.

2005년에 시작된 공연장 견학 프로그램은 공연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보여주고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 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문화회관이 최초로 시도했다. 견학하면서 평소에는 찍지 못했던 공연장 사진도 마음껏 찍고, 무대 뒤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 할 수도 있다.

무대를 구경한 뒤 아이들은 막에 가려 평소 볼 수 없었던 무대 뒤로 이동했다. 앞서 가던 인솔교사가 "무대 뒤에서는 조용히, 살금살금 걸으세요"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한다.

무대 뒤편은 공을 가지고 뛰어놀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널찍했다. 무대의 서 너 배 정도 되는 무대 뒤편 한쪽에는 무대설치에 필요한 의자와 나무대가 쌓여있었다. 무대뒤편은 가끔 무대로 이용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간 곳은 분장실이었다. 대극장에는 총 15개의 분장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가 간 곳은 메인분장실이었다. 조수미씨나 박해미씨와 같은 주연급들만 쓸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박해미가 썼던 대래?"하며 호기심을 보였다.

분장실은 나무 바닥위에 화장대와 고풍스런 느낌의 테이블, 푹신한 의자로 꾸며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남자아이 2명이 분장실 의자에 앉아보더니, "너무 좋아, 너무 좋아"를 연발했다.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아요"

한 여자아이가 커다란 법고를 치고 있다.
한 여자아이가 커다란 법고를 치고 있다. ⓒ 김한내
서양귀족풍 옷들과 다양한 악기가 전시되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그 중 커다란 악기 몇 개가 눈에 확 들어왔다. 관람객들은 쇠가죽으로 만든 북, 법고를 직접 쳐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서로 쳐보겠다고 손을 들며 '저요, 저요'하고 외쳤다. 법고는 아이들이 치기에는 조금 버거워 보였다.

법고 옆으로는 삼고(三鼓)와 거문고가 있었다. 아이들은 거문고를 삥 둘러싸고 신기한 듯 줄을 퉁겨보았다. 거문고가 여섯 줄이라는 것을 맞춘 아이는 포상으로 사탕을 받기도 했다.

1층 대강당 오른쪽 벽면으로 98개의 음색을 내는 80억 고가 악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1층 대강당 오른쪽 벽면으로 98개의 음색을 내는 80억 고가 악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 김귀자
파이프오르간은 98개의 음색을 가지고 있다. 30억원이나 하는 고가 악기로 우리나라에는 명동성당, 세종문화회관 딱 두 곳에만 있다.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해 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에 안내원은 살짝 웃으며 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했다. 파이프오르간 공연은 1년에 두 번 열리며, 가끔 클래식 공연에서도 볼 수 있다.

더블베이스, 하프시코드, 비브라폰 등 다른 악기들도 있었다. 비브라폰은 큰 실로폰 같은 악기로 아이들이 두드릴 때마다 맑은 음색을 냈다.

고다해(10) 어린이는 "북치고, 거문고 줄을 뜯어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단순히 악기들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연주해봄으로써 즐거움이 한층 더한 시간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3층으로 내려갔다. 입구에는 '문화예술회관'이라고 쓴 박정희 전대통령의 친필 액자와 그가 앉았다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아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곳 중 하나였다. 김시화(9) 어린이와 박설리(8) 어린이는 "대통령의자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10살 남짓 되어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박정희 액자와 의자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박정희는 물러가라, 독재타도"라고 외쳐 안내원과 인솔 교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어디서 배웠냐는 교사의 물음에 아이는 책에서 읽었다고 대답했다.

대극장 전면기둥에 설치된 부조작품으로 1978년 김영중씨가 제작했다. 두 선녀가 생황과 피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대극장 전면기둥에 설치된 부조작품으로 1978년 김영중씨가 제작했다. 두 선녀가 생황과 피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 김귀자
3층을 돌고, 2층 객석으로 내려갔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2층 객석 음향이 가장 좋다. 이 때문에 무대와 가까운 1층 객석보다 오히려 2층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내원은 공연예절에 대해 설명했다. 안내원은 "공연장에는 다른 관객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꽃다발을 갖고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발레와 오페라는 전환시기에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늦으면 꼼짝없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야한다"고 아이들에게 공연 시간에 늦지 말라 당부했다. 공연장에 꽃다발을 갖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안내원이 세종문화회관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이것저것 궁금증을 풀어놓았다. 세종문화회관은 언제 설립됐는지, 지을 때 얼마나 들었는지, 시민회관에는 왜 불이 났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시민회관은 세종문화회관 전에 있던 건물로 2번이나 화재가 났었다. 그 위에 세워진 것이 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이다. 화재 당시 인명피해가 컸다.

안내원은 화재사건 이후 경비원들 사이에서 8번 문이 잠가도 잠가도 다시 열린다는 으스스한 '괴담'이 전해 내려온다고 말했다. 순간 여기저기서 술렁술렁 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귀신 있어?", "문이 고장 난 거 아니야?" 푹푹 찌는 여름 공연장견학에 적당한 서늘함을 불어 넣어주는 이야기였다.

"공연장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고 싶어"
[인터뷰] 홍보팀 김아림씨

- 공연장 견학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공연장을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외국에서는 이런 백스테이지 투어가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문화회관이 최초다. 공연장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진행하는데 관람객들은 공연장도 보고, 무대 뒤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다."

- 주로 누가 참가하나.
"현장체험학습이 필요한 아이들이나 외국인 관광코스, 대학교 건축학과나 공연예술학과에서 많이 온다. 2005년에 시작했는데, 첫해는 무료로 개방해 4000명이 왔고, 2006년부터 유료화 되었다. 지난해에 1200명, 올해는 8월까지 1000명 넘는 사람이 왔다 갔다."

- 관람객들 반응은 어떤가?
"평소에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 그런지 반응이 좋다.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피트를 재밌어 하고, 어른들은 역사 자료관을 보고 신기해한다. 체험하고 사진 찍는 것 외에 전시해 둔 예전 공연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다."

- 견학 안내는 누가, 어떻게 하고 있나?
"투어매니저들이 한다. 안내원 중에 8명을 뽑았다. 투어는 한 번에 30명까지 받는 데, 오늘처럼 관람객이 많을 땐 팀을 나눈다."

- 관람객들에게 바라는 점은?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무대 뒤 견학은 색다른 경험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역사가 오래되어서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이 보러 오시라." / 김귀자

덧붙이는 글 | 공연장 견학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과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10시 반에 시작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참가신청은 온라인과 전화로 가능하다.


#세종문화회관#공연장 견학#백스테이지 투어#공연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