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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코너가 개설되어 있는 왕푸징 서점. 베이징 최대의 서점이다.
한국어 코너가 개설되어 있는 왕푸징 서점. 베이징 최대의 서점이다. ⓒ 김종성

베이징 시내에서 한국어 하는 중국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한국과의 경제관계가 긴밀해짐에 따라, 학자나 기업인·상인들 중에서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택시기사들은 손님의 중국어 발음이나 옷차림에서 '김치 냄새'가 난다고 판단되면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어요?"라고 말을 건네 한국 손님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에 '감동'한 한국인 손님이 대화를 주도하는 순간부터 택시기사와 손님 사이에는 오랜 정적이 흐르게 된다. 중국인 택시기사가 대화를 주도하도록 그냥 놔둬야 그의 한국어를 계속 '감상'할 수 있다.

또 로터스 같은 대형 쇼핑센터에 있는 직원들도 대체로 한국인 손님들을 알아보고 있다. 한국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몰라도 한국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알아차리고 있다.

베이징 상인들이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중국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왕푸징 거리를 방문하는 게 좋을 것이다. 지하철 1호선에 왕푸징역이란 곳이 있다.

7월 24일 오후에 이 왕푸징 거리를 들러보았다. 말은 '중국의 명동'이라고 하지만, 서울의 명동만큼 화려하거나 번화한 것 같지는 않다.

그 곳에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에게 무조건 한국어로 호객하는 상인들이 많다.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한국어는 "얼마?"이다. 손님이 해야 할 말을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두오 사오 치엔?(얼마예요?)"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 데에서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쇼핑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왕푸징 거리. ‘중국의 명동’이라고 불린다.
왕푸징 거리. ‘중국의 명동’이라고 불린다. ⓒ 김종성
왕푸징의 야시장. 아직 오후 5시라서 조명등이 켜지지는 않았다.
왕푸징의 야시장. 아직 오후 5시라서 조명등이 켜지지는 않았다. ⓒ 김종성
번화가를 지나면, 한국어를 정말로 잘 하는 중국 상인들을 만날 수 있다. 번화가에서 약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희귀 식품'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죽 늘어선 야시장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좋게 말하면 희귀 식품이고 나쁘게 말하면 '혐오 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들을 팔고 있다. 전갈·매미 번데기·뱀 등 각종 진귀한 생물들을 불에 구운 뒤에 꼬챙이에 꿰어 팔고 있다. "중국에서는 책상 다리 빼고는 다리 네 개 있는 것은 다 먹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음식을 사먹는 '손님'보다도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피부색이 제각기 다른 '카메라 기자'들과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만들어내는 '중국 탤런트'들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포장마차 몇 군데를 지나는 순간 갑자기 한국어가 들려왔다. "아저씨, 이것 좀 보고 가세요!" 전갈 등 가장 희귀한 음식을 파는 남자상인의 말이었다. 뜻밖의 한국어가 '너무 고마워서' 그가 파는 '희귀한' 꼬치를 15위엔(약 1950원)에 샀다.

그런데 고마워야 할 대상은 그 상인뿐만 아니었다. 지나치는 상인들마다 한국어를 몇 마디씩은 다 할 줄 알았다. "이것 맛있어요" "아저씨, 이것 드셔보세요" 정도는 기본이고, 어떤 여자 상인은 동양계 외국 남자로 보이면 무조건 "여보야!"라고 외치고 있었다.

상대가 일본인 남자일 수도 있는데, 그는 상대가 한국 남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서 "여보야" 한마디로 손님들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한국 남자들은 '여보'보다는 '자기'라는 말에 더 약하지 않을까.

아무튼 중국의 명동이라는 왕푸징의 상인들은 웬만하면 한국어 몇 마디는 다 할 줄 안다. 손님이 자신의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다고 판단되면, 음식을 홍보하기보다는 한국어를 계속 '발사'함으로써 손님을 끌려 한다. 손님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밉지 않은 상술인지도 모른다.

필자에게 한국어로 말을 건넨 중국 상인.
필자에게 한국어로 말을 건넨 중국 상인. ⓒ 김종성
베이징 최대의 서점인 왕푸징 서점.
베이징 최대의 서점인 왕푸징 서점. ⓒ 김종성
한국어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은 베이징 최대의 서점이라는 왕푸징 서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중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책을 선보이고 있는 서점이다.

이 왕푸징 서점 안에 들어가면, 한국어가 영어와 일어·독어 다음의 대접을 받고 있다. 물론 영어가 가장 압도적 인기를 누리고 있고 그 외의 외국어들은 '2부 리그'에 끼여 있다.

외교부 건물이 있는 차오양역 같은 곳에서는 외국어 학원 간판에서 영어와 러시아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데 비해, 상업 지역인 이곳에서는 러시아어가 한국어·일어·독어·불어 다음으로 밀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진열된 도서의 분량으로는 영어 다음으로 러시아어가 가장 많지만, 서점측에서 도서를 배치한 방식을 볼 때에 러시아어는 분명 한국어·일어·독어·불어보다도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한국어 등의 교재는 통로의 바로 옆에 있지만, 러시아어는 멀찍이 벽면으로 밀려나 있었다.

한국어 코너에서는 주로 회화나 문법에 관한 책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중 어떤 책들은 한국 대중문화를 매개로 한국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들이었다. 이른 바 한류를 매개로 한국어를 배우자는 취지였다.

길거리의 상인들은 일본어보다는 한국어를 더 잘하고 있지만, 서점에서는 한국어 교재보다는 일본어 교재가 3배 이상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어가 길거리 상인에게보다는 다른 부류의 중국인들에게 선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베이징에서 한국어는 점차 인기를 얻어 가고 있다. 앞으로 한·중 경제교류가 더 심화되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에, 한국어가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날로 더 인기를 얻어갈 것이라고 전망해 볼 수 있다. 상인 입장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겠지만, 이는 그만큼 한국의 국력이 강해졌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베이징의 한국어 인기를 관리하는 데에 있어서 베이징 등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책임도 클 것이다. 길거리나 식당 혹은 상점에서 보다 품위 있고 절제 있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국인과 한국어를 대하는 중국인들의 태도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어의 위력은 외국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품위에 의해서도 좌우될 것이다.

왕푸징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한국어 교재들.
왕푸징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한국어 교재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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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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