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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3일 낮 12시 30분]


▲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캠프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을 하자 이명박 후보가 김 의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덕룡(서울 서초을·5선) 한나라당 의원은 "공작으로부터 친구를 지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는 "큰 힘이 된다"며 덥썩 손을 잡았다. 그간 중립지대에 머물렀던 김 의원이 23일 이 후보를 공개 지지 선언했다.

이로써 박근혜 캠프에 상임고문으로 합류한 서청원 전 의원을 제외한 과거 주요 민주계 인사 다수가 이명박 캠프에 몸담게 됐다.

김 의원과 함께 민주산악회 회원, 전 국회의원·옛 지구당위원장, 지방의회 의원 등 221명도 김 의원과 함께 이날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예비후보 쪽은 "경선구도에 미칠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본다"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김덕룡 "정치공작 심각... 온몸 던져 이명박 지켜야"

김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여의도 한나라당사와 인근 이명박 선대위 사무실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 이후 저는 공개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와 6·3 동지회 회원이자 오랜 동갑내기 친구 사이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지지 선언을 '지각의 변'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 박종웅 전 의원 등 민주계 인사들이 김 의원에 앞서 이명박 캠프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를 지지하게 된 이유를 '정권의 공작정치'에서 찾았다. 김 의원은 "그들은 지금 어떻게 하면 한나라당 후보들을 흠집 내어 낙마시킬 것인가에 혈안이 돼있다"며 "선두 경선주자인 이 후보는 그들의 집중적인 중상모략과 음해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를 무너뜨리고 나면 그들은 또다시 제2, 제3의 후보를 같은 방법으로 무너뜨리려할 것"이라며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 역대 선거 중 어느 정권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권력을 총 동원해 야당후보를 죽이겠다고 나섰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이기에 중립지대에 머물러 관망만 하거나 안주할 수는 없었다"며 "고뇌 끝에 나만이라도 온몸을 던져 그를 지켜줘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 아닌 이명박 선택한 이유는?

▲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정권이 이명박 후보를 집중적으로 음해하고 있다"며 고뇌 끝에 나만이라도 온 몸을 던져 지켜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지지를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 의원은 이·박 후보 양쪽에게서 끊임없이 영입제의를 받아왔다. 특히 친구인 이 후보는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합류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김 의원의 중국 출장(5~11일)을 전후해서도 이 후보가 김 의원과 여러 차례 만났다는 후문이다.

박 후보 쪽도 최근까지 김 의원과 같은 상도동계인 김무성 조직기획본부장 등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이 김 의원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김 의원은 박근혜가 아닌 이명박을 선택하게 된 데 대해 "저로서도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마음에 많은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저와 가까운 많은 동지들이 박 캠프에 포진해있고 박 후보와는 17대 국회 초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호흡 맞춘 일도 있다"며 "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우선 이 후보를 지키는 게 또 박 후보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후보 검증청문회에서 박 후보가 재차 "5·16은 구국혁명"이라고 말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정치적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재확인 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유신 시절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장으로서 이 후보와 함께 1964년 한일협정에 반대하는 6·3 시위를 주도해 옥고를 치른 적이 있다.

한나라당 중진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인 김 의원의 지지선언으로 호남 지역 당원들의 표심에도 영향이 있으리란 전망이다. 김 의원 쪽은 그간 "이른바 'DR계'로 분류되는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함께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해왔다.

김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과 호남이 손을 잡아 '국민 화합의 정부'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저의 이런 뜻이 호남지역의 당원협의회 위원장과 당원들에게도 전달돼 호응이 있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이 캠프 원기충천-박 캠프 표정관리

캠프 사무실에서 직접 김 의원을 맞은 이명박 후보도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을 '동지'라고 부르며, 그의 손을 잡고 하늘로 번쩍 치켜들었다. 박희태 선대위본부장, 이기택 전 총재, 박종웅 전 의원 등도 나와 김 의원을 맞았다.

이 후보는 "개인적으로는 김 의원과는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라며 "특별한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의원이 정치적 공작으로부터 이명박을 지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한 게 저에게는 큰 힘"이라며 반겼다.

캠프도 원기충천한 모습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제 대세는 기울었다"며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자 당내 호남 세력의 구심인 김덕룡 의원이 이 후보를 지지해 사실상 '이명박 대세'는 현실이 됐다"고 논평했다.

박 대변인은 또 "이 캠프는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경선판도에도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후보 선대위는 쓴웃음을 지었다. 캠프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홍사덕 선대위원장과 김덕룡 의원은 '40년 지기' 사이다. 게다가 지난 13일엔 한때 박 후보의 최측근이었던 전여옥 의원도 이 후보 쪽으로 돌아선 바 있다.

최경환 종합상황실장은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가시는 걸 어쩌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그는 "우리가 나서서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긴 부적절한 것 같다"며 "우리는 우리대로, 저쪽(이명박)은 저쪽대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경선구도에 미칠 파급력도 애써 낮춰 보려는 모습이다. 그는 "경선에 무슨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김 의원과 친분이 있는 캠프 내 한 인사도 "얼마 전에도 김 의원을 만났는데 이미 (이명박 후보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 같더라. 어쩌겠느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 한화갑 전의원의 지지자 모임인 `민주정우회`회원들은 23일 서울 여의도 박근혜 캠프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호남지역 민주정우회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YS 대선자금 비리 연루, 민주산악회·나사본도 이 캠프 입성

한편 이날 민주산악회 지부장, 전 국회의원, 옛 지구당 위원장, 전·현직 정당 간부, 지방의회 의원 등 221명이 김 의원과 뜻을 같이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소속 324명도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민주산악회와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표적 사조직으로 대선 자금 비리 연루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켰었다.

#김덕룡#지지선언#이명박#박근혜#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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