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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웰빙' 바람을 타고 건강 뉴스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 외신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일반인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너무 앞선' 연구 결과 보도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이에 비하면 현재 각 병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건강 강좌는 '알맹이'가 튼실한 편이다. 무엇보다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만큼 쉽고, 또 강좌에서 나오는 질문들도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오마이뉴스>는 각 병원에서 진행하는 건강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식도암팀 정훈용 교수
ⓒ 이정환
식생활의 서구화로 서양인의 고질병이 한국에도 자리잡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언론 보도에 자주 오르내리는 역류성 식도염도 그 중 하나다. 서양인의 80% 이상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거꾸로 올라와 식도를 자극해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 증세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1996년 3.5%에서 2006년 7.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더구나 식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역류성 식도염에 대한 관심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는 1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개최한 '식도암의 예방과 치료' 공개 강좌를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강연이 끝나고 1시간 동안 20여명의 사람들이 궁금증을 쏟아냈다. 그 중 상당수가 역류성 식도염과 식도암에 대한 관계를 묻는 질문. 그에 대한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식도암팀 정훈용 교수의 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 프로그램에서 역류 현상 때문에 식도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 과하게 표현한 적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보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다. 일반적인 역류 현상까지 식도암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다. 미리 생각으로 병을 갖지 말자. 의심스러우면 검진 받으면 된다. 단순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이날 식도암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소개하면서 정 교수가 청중들에게 강조한 또 다른 '건강 비결'이다. 그는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생활 패턴을 바꾸거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말할" 것을 주문했다.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부터 하라는 뜻이다. 정훈용 교수의 '식도암의 예방과 치료' 강좌를 지상 중계한다.

식도암은 왜 생기는가

"1980년대 의과대학 학생이었을 때, '식도암은 대단히 예후가 나빠서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1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교재에 나와 있을 정도로 굉장히 나쁜 병이었다. 환자를 보면 '어떻게 치료할까' 보다 '상당히 불행하구나' 하는 생각이 앞설 정도였다."

'불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식도라는 기관의 특성 때문이다. 정 교수는 "단단하거나 독성이 있는 음식물을 삼킨다 하더라도 불과 몇 초면 위로 내려가고, 식도벽은 방어능력이 뛰어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삼킬 수 있는 음식물로 인한 손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관 구조상 외부 자극에 의한 손상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다.

정 교수는 식도암의 원인으로 크게 다섯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물론 담배와 술이다. 식도암 발병률은 하루에 담배 15개피를 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2배, 25개피의 경우는 6배, 술과 담배를 같이 할 경우에는 20배에 달한다고 한다. "반주를 조금씩 오랜 시간 동안 하는 경우보다, '짧고 굵게 멋있게 왕창' 마시면 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손상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음식을 짜게 먹는 경우와 열 손상도 식도암의 주요 원인이다. 정 교수는 식도암이 많이 발병하는 나라로 브라질을 꼽고 "소금에 쌀을 볶아 그걸 또 쪄서 먹는" 식생활 탓이 크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식도암 발병률이 높은 편인데, 사이다와 위스키를 섞어 끓여 마시는 '애플'이란 술을 즐기는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며, 오이 피클과 뜨거운 차를 많이 마시는 중국 내륙 지역 경우도 식도암 발병률이 높다고 소개했다.

▲ 7월 1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개최한 '식도암의 예방과 치료' 공개강좌
ⓒ 이정환
영양 불균형도 빠지지 않는다. 비타민C 부족은 물론, 칼슘을 과잉 섭취할 때도 식도암이 발병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 교수는 "골다공증 예방 또는 치료 목적으로 섭취하는 칼슘제 용량 정도로 식도암이 발생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면서 "별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식도암은 가족력을 가지기도 한다. 아주 특별한 케이스지만, 이런 유전자를 가진 경우 45세까지 50%에서, 65세가 되기 전에 95%에서 식도암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두경부암(얼굴 부위, 즉 비강, 구강, 인두, 후두 등에 발생하는 암) 병력이 있는 경우 식도암 발생 가능성은 20배에 이르는 만큼, 두경부암 치료 환자의 경우는 식도 점막을 철저히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위산 역류다. "위산의 만성적인 자극으로 식도벽이 다른 종류의 세포로 변화해서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에 대한 저향력이 떨어져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양 사람들의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역류가 심한 경우가 많아 우리보다 식도암 발병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위산 역류 질환이 옛날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하지만 정 교수는 "지금은 노년층 병으로 볼 수 있지만, 식생활의 서구화로 향후 20년 정도 지나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역류 현상까지 식도암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확대 해석을 차단했다. 아무리 식생활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서양 사람들과 똑같은 체질이 될 수 없는 만큼,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식도암은 무서운 병임에 틀림없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 외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발생하거나 식도에서 잘 내려가지 않을 때, 목소리가 쉬거나 원래 목소리로 잘 돌아오지 않는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딸꾹질이 많아질 때 병원을 찾아보라는 것이 정 교수의 권유다.

'전이'도 식도암의 무서움이다. 정 교수는 "식도, 후두 등 호흡 통로에 위치한 장기들은 정상 방어 능력이 망가지는 순간에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기 발견이 아닌 진행 상태에서 발견하면 상당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식도는 짧고 벽이 얇아 위암 등 경우와는 달리 아주 초기에도 전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날 강좌에는 비가 오는 궃은 날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 이정환
검사나 치료 방법 역시 까다롭다. 정 교수는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는데, 식도가 굉장히 움직임이 많은 장기라서 아주 천천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위암이나 폐암과 달리 수술 방법이 까다롭고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입에서 위로 내려가는 장기이기 때문에 환자가 음식 섭취에서부터 애로 사항이 생기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로 꼽았다.

물론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1년을 넘기지 못하던" 시절보다는 치료법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많이 이뤄지는데, 이날 강좌에서는 전기 메스로 식도암 부위를 파내는 수술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식도벽이 뚫어지지 않는 한, 가장 깊게 전기 칼로 파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른 외과수술에 비해서는 합병증이 월등히 적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예방이 최선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 교수는 "만성적으로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종합비타민 복용이나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할 것 그리고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권유했다.

"서양인은 복압 높은 체질, 어려서부터 역류 발생"
[일문일답] 강좌가 끝나고...

- 강좌 중에 서양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역류가 심하다고 그랬다. 이유는?
"서양 사람들은 지방질이 많고 상체가 하체에 비해 비대하다. 복압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게 마련이다. 또 고지방식이 많고, 먹는 양도 많다. 그래서 역류가 워낙 빈번하게 발생한다."

-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역류 현상까지 식도암과 연결해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말과 연관된 것 같다.
"그렇다. 요즘 보면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비만인도 많아지고 역류 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어렸을 때부터 역류가 일어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체질 때문이 아니라 2차적인 요인에 의해 역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장차 50년 이렇게 되면 서양과 비슷한 패턴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위험성이 적다고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아무래도 서양과 같은 패턴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조금 과하게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다."

- 피클 이야기도 나왔다.
"기본적으로 짜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찬 정도로 피클을 먹는 것은 괜찮다. 아주 못 사는, 피클로 배를 채운다던가 하는 경우를 말한 것이다. 아까 소개한 중국 사례가 그런 것이다."

- 질문이 많이 나오더라. 아무래도 진료실에서 환자와 마주할 때와는 다를 것 같다.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그만큼 시간을 들이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나. 평소 부족하게 느끼는 부분을 많이 설명하고 채울 수 있어 좋았다. 의사로서도 좋은 시간이었다." / 이정환

태그:#식도암, #아산병원, #정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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