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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입구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입구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자 이들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자 이들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부득이하게 중단하오니 고객님들의 많은 이해바랍니다."

13일 오전 11시 반 롯데마트 서울역점 육류 판매장에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 일시 중지' 안내판이 들어섰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항의하는 농민·시민단체 회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중단될 때까지 30분 동안 판매장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이날 처음으로 시판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 시간은 1시간도 채 안됐다. 미국산 쇠고기가 있던 자리는 1등급 한우로 채워졌다.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다는 얘기를 듣고 온 소비자들은 빈 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부득이 판매 중단합니다" 30분만에 사라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쇠고기 판매를 중지하라."
"우리 국민들은 광우병 쇠고기를 거부한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문이 열리던 이날 오전 10시, 매장 앞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소리로 떠들썩했다. 경찰은 매장 출입구를 봉쇄한 후 농민·시민단체의 진입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판매 롯데마트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와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국민감시단'이 마련한 자리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한국생엽연합회 등 농민·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롯데마트의 비윤리적 상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시판과 향후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정주 한국생협연합회 회장은 "우리 가족들에게 병든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롯데마트는 대형유통업체로서 국민들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우병이 존재하는 미국의 쇠고기를 판매한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기환 전농 사무총장은 "롯데마트가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다면 모든 상품불매운동을 선언할 것이다"고 밝혔다. 최규엽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책위원장은 "추석 전 뼈있는 쇠고기까지 판매를 강행하려는 미국과 한국 정부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농민·시민단체 회원들은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끝내고 매장 안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들은 항의표시로 미국산 쇠고기를 바닥에 던지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결국 농민·시민단체가 진입하고 있던 매장 출입구의 셔터를 내렸다.

[농민·시민단체] "정부는 추석 전에 뼈있는 쇠고기 팔려고 한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같은 시각 매장 안 육류 판매장에는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잇고 있었다. 그 곳에는 '미국산 냉장 소고기 국내 최초 판매!' 안내판이 세워져 이날부터 18일까지 할인 행사기간임을 알리고 있었다.

쇠고기 안내판에는 "부위 : 윗등심, 등급 : 초이스, 원산지 : 미국"과 함께 "1550원(100g)"이라고 표시됐다. 또한 판매대 위쪽에는 "롯데마트 축산 전문가가 직접 미국 현장을 점검하여 믿을 수 있습니다"라는 선전이 내걸렸다.

최규엽 대책위원장, 김황경산 전농 정책부장 등 농민·시민단체 회원 5명은 다른 출입구를 통해 롯데마트에 들어갔다. 이들은 육류 판매장 옆에서 '절대 안돼!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안 팔고 안 사고 안 먹기'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들이 펼침막을 뺏는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전 11시 나머지 농민·시민단체 회원 90여명도 경찰을 따돌리고 기습적으로 매장 안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육류 판매장 앞을 점거했다. 경찰들은 이들을 둘러쌌고 판매장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소비자들을 발길을 돌렸다. 롯데마트 직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장대현 범국본 조직팀장은 '미국산 쇠고기를 믿을 수 있다'는 선전물을 가리키며 "허위과장 광고다, 경찰은 저걸 다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사무총장은 "점장이 판매 중단을 약속할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외쳤다.

이에 롯데마트 관계자는 "판매는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하는 것이다"며 즉각 나갈 것을 요구했다. 경찰 역시 "나가지 않으면 매장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모두 영업방해 현행범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11시 30분 경찰의 중재로 김영수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이 "오늘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지 않겠다, 본사에 여러분들의 의견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후에야 농성은 끝났다. 농민·시민단체와 미국산 쇠고기가 사라진 자리에는 '미국산 소고기 판매 일시 중지' 안내판과 함께 한우가 그 자리를 매웠다.

[소비자] "광우병 걱정되지만 워낙 값이 싸서"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입구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미국산쇠고기를 바닥에 널부러 놓았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입구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미국산쇠고기를 바닥에 널부러 놓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수입육 코너에는 미국산쇠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수입육 코너에는 미국산쇠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자 롯데마트측 김영수 지점장이 나와 미국산쇠고기 판매 중단을 약속한 뒤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미국산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자 롯데마트측 김영수 지점장이 나와 미국산쇠고기 판매 중단을 약속한 뒤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롯데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엇갈렸다. 하지만 대체로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에 비해 매우 싸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정영자(74) 할머니는 "값이 싼 미국산 쇠고기를 사러 오늘 시간을 내서 일부러 왔는데 오늘은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다"며 아쉬워했다.

이곳을 찾은 유아무개(66)씨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유씨는 "전단지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1㎏에 2만3000원이라 써있었다"며 "1㎏에 10만원에 가까이 되는 한우에 비하면 무척 싼 것이다"고 말했다. 광우병 위험에 대해 "예전에 LA갈비 등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먹었지만 이상이 없었다"며 "괜찮을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광우병이 염려된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어린 딸과 함께 온 김희정(40)씨는 "아이들에게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호주산 쇠고기와 한우를 같이 먹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국산 쇠고기는 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농민·시민단체에 의해 서울역점, 광주 상무점, 안성점, 충주점, 청주점 등 5곳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중단됐다. 이에 대해 김민석 롯데마트 홍보팀 계장은 "현재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대해서 회사 내에서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매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이뤄졌다. 김 계장은 "오후 4시 기준으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매출은 4400만원, 물량으로 2.3톤"이라며 "전체 수입산 쇠고기 오늘 하루 매출은 1억3000만원, 판매량으로는 5~6톤 정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지난 주 금요일 호주산 쇠고기만 팔았을 때 보다 매출이 3배 신장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국본·전농 등 농민·시민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 저지 활동을 늘린다는 입장이다. 김황경산 전농 정책부장은 "감시단 활동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안 팔고 안 사고 안 먹기' 캠페인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는 데도 노력을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산 쇠고기#광우병#롯데마트#범국본#전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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