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송은주 미술치료사가 현재 꾸려나가고 있는 미술치료실 '그림마을'앞에는 마을 아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송은주 미술치료사가 현재 꾸려나가고 있는 미술치료실 '그림마을'앞에는 마을 아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 송상호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숲에다가 길을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선구자라 한다.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런 쉽지 않은 길을 경기도 안성에서 묵묵히 가고 있는 여걸이 있다.

그녀가 바로 '미술치료사' 송은주씨이다. 미술치료사의 길이 어찌 선구자의 길이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안성에선 그렇다. 서울이나 분당 등의 도시엔 미술치료가 보편화 되어 있고, 미술치료실도 넘쳐나고 있지만 안성에선 아직도 미개척분야가 바로 미술치료다.

전문적인 미술치료사가 자신의 미술치료실을 열어서 꾸려나가고 있는 곳이 '그림마을(안성 쌍용아파트 상가 내에 있는 그녀의 미술치료실)' 말고는 더 없는 걸로 알고 있다는 그녀의 말을 들어봐도 그렇다.

그녀는 안성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4년 정도 미술교사로 근무하면서 제도권 미술 교육에 한계를 느껴 5년 전 이 길에 접어들었다. 기능 위주로 가르치는 미술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자신의 소신이 초등학교 교사의 길도 마다하게 했던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미술접근 방법을 가지고 아이들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술치료 한다고 하니깐 엄마들이 자녀의 그림 한 장 달랑 들고 와서는 자신의 자녀 상태를 봐달라고 하는 일도 있죠. 마치 무당이나 점쟁이에게 자녀의 운명을 점쳐달라고 하듯 말이죠. 그것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미술치료는 진단보다도 과정이 더욱 중요하니까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술치료라는 게 그림 하나로 진단하여 아이에게 무슨 감기약 처방하듯 처방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각 아이의 문제는 개별적인데다가 정도의 차이가 아주 미묘하다는 것. 표준화된 어떤 진단 결과에 집어넣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신병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진단보다는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이 송 치료사의 제안이다. 더군다나 그 아이의 문제라는 것이 십중팔구 부모와 가정의 문제가 원인이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

송은주씨는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송은주씨는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 송상호
"제가 미술 치료를 다년간 해보니까 아동의 문제가 결국 부모의 문제라는 것을 실제적으로 많이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아동만 치료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는 말이죠."

이런 실정인데도 다행히 한 가정과 아동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치료과정을 무사히 끝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송은주 치료사가 말하는 치료 기간은 적어도 6개월 이상은 되어야 한단다.

"미술치료실에 온 아이들이랑 엄마랑 함께 상담해보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보다도 지나친 간섭과 과잉보호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겁니다."

대학 때 서양화를 전공한 게 끈이 되어 무엇을 하더라도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더라는 그녀는 이젠 미술 교사보다는 미술 치료사라는 것에 정체성의 무게를 더 둔다고.

이런 그녀가 안성에서 추구하는 것은 미술치료의 혜택을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술치료와 사회복지를 연결시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길 말이다.

미술치료실 벽면에는 아동들의 다양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치료실 벽면에는 아동들의 다양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 송상호
"안성지역에서 함께 할 동역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하죠. 복지적 마인드를 가진 전문적인 미술치료사가 없어서 혼자서 바쁘기만 하죠."

그녀는 미술치료사라면 적어도 대상자에 대한 책임감,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 복지적 마인드 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밥벌이만을 위해서 이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것. 밥벌이만을 위한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고. 왜냐하면 아직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이 길은 밥 굶기 딱 좋은 길이라는 게 그녀의 충고다.

그녀가 선구자적이라는 건 그녀의 청사진에서도 드러난다. 가깝게는 사회복지와 연결하여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며, 멀게는 안성지역에서 종합치료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미술치료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심리치료가 이루어지는 그런 곳인 게다.

현재 '그림마을'에 오는 아이들과 안성 중고등학교 특수학급의 장애 학생들과 만나며 열심히 지역 향상의 길을 열어가는 그녀는 안성에 몇 안 되는 선구적인 여걸이 분명하다. 안성에서 그녀의 성공을 보고 싶은 것은 결코 헛된 바람이 아닐 게다.

덧붙이는 글 | * 이 인터뷰는 지난 12일 안성 쌍용아파트 상가내에 있는 미술치료실 '그림마을'에서 이루어졌다.


#송은주 미술치료사#송은주#미술치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