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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교통행정과 정보공개행정이 몇 사람의 공무원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청 전경.
수원시 교통행정과 정보공개행정이 몇 사람의 공무원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청 전경. ⓒ 김한영

지난 5월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와 관련, 일방적으로 비공개 결정을 내려 논란을 빚은 수원시 교통행정과 정보공개행정이 사실상 공무원 몇 사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며 실무 담당 공무원들에 대해 지방공무원법 위반(직무태만 등) 혐의로 징계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원시 교통행정과는 지난 5월 수원경실련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버스운송수입금 및 운송실태조사 용역결과 보고서'에 대해 현행 정보공개법상 '법인 등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되고, 업체에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이유를 들어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수원시는 용역보고서 비공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정확한 법령해석과 객관적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교통행정과 일부 간부와 담당 공무원 등 몇 사람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확인돼 공정성에 문제를 드러냈다.

객관적 절차 등 없이 공무원 몇 사람이 정보공개 여부 결정

수원시는 이어 지난달 25일 수원경실련이 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당초의 비공개 결정을 번복해 지난 3일 용역보고서를 공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문제의 용역보고서의 공개 과정 역시 내부 심의기구인 '수원시정보공개심의회'를 거치지 않고 교통행정과 담당 공무원 등 몇 사람에 의해 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현행 정보공개법 시행령 제11, 12조는 국가기관은 정보공개심의회를 설치하고, 공개 청구된 정보의 공개여부를 결정하기 곤란한 사항이나 이의신청, 정보공개제도의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시 교통행정과는 전담 심의기구의 권능까지 깔아뭉개며 원칙과 기준 없이 일부 공무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다시 '공개' 결정을 내려 정보공개행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자 수원경실련은 "수원시의 정보공개행정은 전국에서 최악의 수준"이라고 혹평하면서 지난 10일 수원시 교통행정과 손아무개 실무 담당자와 지아무개 팀장 등 2명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수원시장에게 제출했다.

"수원시 정보공개 행정은 전국 최악 수준"...공무원 2명 징계요구

수원경실련이 수원시의 정보공개와 관련해 실무 담당 공무원들의 징계를 요구한 것은 지난 2월 건축과 공무원에 이어 두 번 째다.

수원시 건축과 담당 공무원은 수원경실련이 지난해 9월 아파트분양가와 관련된 정보공개를 청구해 공개결정이 난 자료를 5개월 동안 공개하지 않고 미뤄오다 지난 2월 수원경실련이 징계요구서를 제출하자 곧바로 자료를 공개하면서 징계요구가 철회됐다.

그러나 이번 교통행정과 담당 공무원들은 당초의 정보 비공개 결정을 번복해 자료를 공개했지만 징계요구서가 제출되는 '불운'을 맞았다. 이는 수원경실련의 수원시 정보공개 업무처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원경실련은 징계요구서를 통해 "이들 공무원은 자의적인 법률해석으로 정보공개를 2개월 동안 지연시켜 행정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지방자치의 주민참여확대를 방해했다"며 "이는 명백한 직무태만으로,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징계해 달라"고 요구했다.

수원경실련은 또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항은 제9조에 명시돼 있음에도 이와 상관없는 제11조 3항(제3자 의견청취)을 근거로 비공개한 것은 명백한 법률위배에 해당되며 법인 등의 경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제9조 7항)도 부적절하게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수원경실련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원 판례와 행정자치부의 '정보공개 세부기준 매뉴얼' 및 유권해석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수원시는 지난 2005년 9월 수원경실련이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시내버스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내역에 대해 이번과 똑같은 사유를 내세워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가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뒤 정보를 공개한바 있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운수회사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내역과 적자노선 실태 등이 영업비밀에 해당되고, 공개될 경우 운수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한다는 수원시의 비공개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정보가 공개될 경우 사실상 운수업체의 불이익이 있다고 해도 정보공개로 달성될 공익과 비교할 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법원이 운수업체의 영업비밀이나 이익침해보다 공익적 가치를 더욱 중요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행자부도 정보공개 세부기준 매뉴얼에서 "법인의 영업비밀이 정보공개에서 참조는 되지만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제3자의 의견청취와 관련해 "제3자의 의견만을 근거로 정보를 비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수원경실련 "업체 편들기식 비밀행정 더 이상 용납 못해"

수원경실련 관계자는 "그동안 수원시는 업체와 관련된 정보를 제3자 의견청취와 기업의 영업·경영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계속 비공개결정을 내렸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업체 편들기식 비밀행정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정보공개 업무처리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실수를 저질렀다"고 문제를 인정했다.

그는 "간부들의 의견을 들어 비공개결정을 내렸으며, 시민단체의 이의신청에 대해 다시 간부들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공개했다"면서 "내부적으로 정보공개 의견이 우세해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민단체의 이의신청 자료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정보공개업무에 더욱 신중을 기해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 잘못 인정...그동안 비공개 문제되면 슬그머니 자료공개

한편 수원시는 그동안 수원경실련의 정보공개 신청에 대해 잇따라 비공개 결정을 내려왔으며, 법적인 문제 등이 발생하면 슬그머니 자료를 공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쓰레기봉투가격원가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행정소송을 내자 자료를 공개했고, 지난 2005년 9월에는 '버스재정보조금내역'을 비공개했다가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후 자료를 공개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아파트분양가관련내역'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고도 5개월 동안 자료 공개를 미뤄오다 지난 2월 5일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요청서가 접수되자 다음날 바로 자료를 공개했다.

수원시의 이같은 행정처리에 대해 수원경실련 관계자는 "법으로 정해진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는 물론 지방행정에 대한 주민참여를 가로막고 행정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범죄행위"라며 "수원시 공무원들의 행정정보 공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뀔 때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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