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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번 콜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강하다. 이미 지난달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통위의 주요 관심은 높은 통화 증가율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높은 유동성 수준이 오랫동안 계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콜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이어 여의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7월중 금통위가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쏟아냈다.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은 무엇보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현재와 같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을 경우 아무래도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자산거품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돈이 많이 풀려 있다보면 물가가 들썩일 가능성이 크고, 물가 안정 책임을 맡고 있는 한은 입장에선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유동성이 적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늘어난 유동성이 기업으로 흘러갔는지, 아니면 부동산 등 다른 곳으로 갔는지는 파악해봐야겠지만,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얼마나 시중에 돈이 풀렸길래...5월말 1913조원

그렇다면 시중에 얼마나 돈이 풀렸을까. 한국은행이 최근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광의유동성 잔액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1913조5000억원이었다. 4월에 비해서 25조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4월에는 12조8000억원이 늘어났는데, 5월 유동성 증가율이 4월보다 거의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 작년 5월과 비교해 봐도 12.2%나 상승했다.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다는 것이다.

광의의 유동성이란, 쉽게 이야기하면 현금을 포함해서, 곧바로 돈으로 찾아 쓸 수 있는 모든 금융상품에 들어있는 돈을 말한다. 따라서 현금을 비롯해, 예금, 적금, 채권 등이 포함된다.

어디로, 왜 돈이 몰렸을까. 통화당국은 현재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려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렸지만,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규제가 심해져 증시와 기업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각종 주식형 펀드상품을 팔면서, 금융상품으로 돈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한달동안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몰린 돈만 4조3000억원이었다.

이밖에 요즘 증권사와 은행간 자금 모집 경쟁까지 붙으면서 은행들도 정기예금 금리를 높이면서 돈을 끌어 모으고 있고,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도 크게 증가했다. 한마디로 최근 유동성의 팽창의 큰 원인에는 시중은행들이 크게 역할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영향 미칠까...대출금리 오르고, 환율 하락 가능성도

금통위의 콜금리 인상은 당장 일반 소비자들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작게는 대출금리 인상부터 환율 등까지 경제전반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변동 이율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대출이자도 올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행 대출담당 관계자는 "콜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일반 가계 대출의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물론 금액에 따라 일반 가계에서 느끼는 효과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환율에도 영향을 끼친다. 현재와 같이 원달러나 원앤환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이럴 경우 수출이 많은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 등은 한은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콜금리 인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물론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번 0.25% 포인트 인상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한은쪽에서 이번 인상으로 유동성 흡수에 별효과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인상 가능성이다. 일부에선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9, 10월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대선정국 속에 돈의 흐름 옥죄기에 나선 통화당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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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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