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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샤시 둥펑루의 한 농산물시장에 널려있는 돼지고기. 잡히지 않는 돼지고기 가격에 중국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창샤시 둥펑루의 한 농산물시장에 널려있는 돼지고기. 잡히지 않는 돼지고기 가격에 중국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 모종혁

"우리 집 세 식구의 한 달 식료품비가 300위안(한화 약 3만6000원) 안팎인데, 돼지고기 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어 1주일에 고기 맛을 한 번 볼까 말까예요."

지난 7일 중국 후난(湖南)성 창샤(長沙)시 둥펑(東風)루의 한 농산물시장. 장을 보러 나온 지옌리(51·여)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야채며 식용유까지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서 "무엇을 먹고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흥정하던 장타오(48)도 "작년만 해도 한 근(500g)에 5위안(약 600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던 비곗살을 지금은 8위안(약 960원)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다"며 "고기 값이 너무 올랐다"고 푸념했다.

중국인이 즐겨먹는 돼지고기, 연일 급등세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 및 소비 국가다. 매년 중국에서 4억9000여 마리의 돼지가 사육돼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져 식탁에 오른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 및 소비 국가다. 매년 중국에서 4억9000여 마리의 돼지가 사육돼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져 식탁에 오른다. ⓒ 모종혁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육류인 돼지고기의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다. 4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6월 한 달 동안 전국 36개 주요도시 돼지고기 가격은 여전히 급등세를 이어갔다"고 발표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46개 품목의 가격동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뼈 없는 돼지고기 가격은 전국 평균 한 근에 9.78위안(약 1170원)으로 전월대비 12.3%나 올랐다. 볶음요리를 즐겨 먹는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식용유 가격도 8%나 상승했다.

7일 <경화시보(京華時報)>는 "베이징 동자오(東郊) 농산물시장의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당 17.64위안(약 211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공급이 부족한 돼지고기를 확보하기 위해 새벽부터 상인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5일 관영 <신화통신>은 "급등한 부동산과 주가에 이어 돼지고기 값마저 뛰어올라 중국사회를 끓어오르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이 중국인의 식탁으로

중국 소비자물가 및 식료품물가 추이.
중국 소비자물가 및 식료품물가 추이. ⓒ 재정경제부
중국 식료품 가격 상승률 추이.
중국 식료품 가격 상승률 추이. ⓒ 재정경제부
중국인은 6000년 전부터 야생 멧돼지를 길들여 집에서 사육했다. 중국 음식에는 대부분 육류가 들어가는데, 전체 육류 소비량의 70%가 돼지고기다.

오랫동안 중국 정부에게 백성을 배불리 먹고 살게 하는 것은 쉽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58년 인민공사로 대변되는 대약진운동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천만 명의 인민을 아사시켰다. 1966년부터 10년 동안 중국 경제사회를 파멸시킨 문화대혁명은 중국인들에게 배불리 먹고 사는 원바오(溫飽)의 꿈을 갈구케 했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한 개혁개방정책은 13억 중국인이 더 이상 배를 곯지 않도록 빈곤에서 해방시켰다. 오늘날 중국은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샤오캉(小康) 단계에 다다랐다.

높아진 소득수준은 육류 소비로 바로 나타났다. 2005년 현재 중국은 118종, 4억90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해 전 세계 양돈량의 51%를 차지했다.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38㎏으로 세계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전염병에 사육량과 사료 원료 감소로 가격 급등

지난달 상승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돼지고기와 더불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계란 가격도 올해 들어 급등했다.
지난달 상승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돼지고기와 더불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계란 가격도 올해 들어 급등했다. ⓒ 모종혁
작년 6월 1㎏당 8위안(약 960원)을 조금 넘던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2005년, 예년에 비해 조금 상승했던 돼지고기 가격에 시장 상황을 오판한 사육농민들은 작년 봄 사육량을 대폭 늘렸다. 지방정부 또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아 돼지고기 공급량 증가를 부추겼다. 갑작스레 양돈량이 늘면서 작년 돼지고기 값이 폭락해 사육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고 올해는 사육량이 크게 줄었다.

돼지전염병인 청이병(靑耳病)의 창궐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육농가를 강타했다. 6일 <제일재경일보>는 "올해 들어 5월까지 194개 마을에서 4만5000마리의 돼지가 청이병에 감염됐으며 이 중 1만8000마리가 폐사 처분됐다"며 "현재 농가는 전염병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커서 돼지 사육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육식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식단 변화도 원인 중 하나다. 게다가 심각해져 가는 이상 기후로 돼지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대체연료인 에탄올 붐도 옥수수 품귀현상을 낳고 있다.

돼지고기 값 오르자 음식 가격도 동반상승

서민들이 주로 찾는 대중식당 하오커웨이는 8년 만에 음식 가격을 올렸다.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격으로 급하게 변경된 가격표.
서민들이 주로 찾는 대중식당 하오커웨이는 8년 만에 음식 가격을 올렸다.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격으로 급하게 변경된 가격표. ⓒ 모종혁
돼지고기 값이 상승하면서 음식 가격도 뛰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중식당의 음식 가격 급등이 뚜렷하다.

충칭(重慶)시 하오커우웨이(好口味)식당 주인은 "지난 4월, 8년 만에 음식 가격을 올렸다"면서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야채 가격도 상승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충칭 최대 중국식 패스트푸드점인 샹춘지(鄕村鷄)도 개점 이래 유지하던 음식 가격을 인상했다.

장링(31·여) 샤핑바(沙坪壩)점 매니저는 "돼지고기를 비롯한 재료비 상승에 따라 세트 찬(餐) 가격을 8위안에서 9.9위안(약 1180원)으로 올렸다"면서 "최소한의 이익 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신스지(新世紀) 슈퍼마켓에서 만난 궈원징(여)은 "직장을 다니면서 받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음식 가격은 갑자기 급등해 생활비 지출 부담이 늘고 있다"면서 "기본적인 씀씀이를 당장 줄이기도 어려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민 생활에 부담 주고 물가 불안까지 야기

돼지고기 가격 급등의 고삐를 잡으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돼지고기값 상승이 서민 생활에 큰 부담을 주고 물가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돼지고기 공급량을 늘리고 원활한 시장 질서를 유지토록 전국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재정부는 65억 위안(약 7800억원) 규모의 돼지사육 보험시스템을 도입해 매년 어미돼지 한 마리당 50위안(약 6000원)의 보조금을 지출토록 했다. 저소득층 생계보조를 위한 4억7000만 위안(약 564억원)의 예산도 책정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바람과 달리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는 쉽게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신화통신>은 "돼지고기를 사려는 사람은 변함없이 많은데 공급되는 양은 한정된 상황에서 가격 상승세를 당장 막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 정책의 가시적인 효과는 최소한 9월 이후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동안 중국은 돼지고기를 위시한 식료품 가격 상승이 가져올 사회 불안의 위험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13억 중국인들이 원하는 육류를 실컷 먹고 살게 하려는 중국 정부의 목표는 달성될 수 있을까?
13억 중국인들이 원하는 육류를 실컷 먹고 살게 하려는 중국 정부의 목표는 달성될 수 있을까?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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