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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는 약수터에만 올라가도 더위를 조금은 잊을 수 있는 것 같다. 강동구 고덕동과 상일동에 걸쳐 일자로 곧게 뻗어있는 산 일자산에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일자산은 '강동그린웨이' 시작지점으로 지난 5월23일 완공되어 걷기 좋게 오솔길을 잘 조성해놓았다.
잔디광장을 출발해 숲 속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바깥의 온도와는 차이가 나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원한 나무그늘아래 약수터에는 약수를 마시거나 병에 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음용수로 적합하다는 문구가 써있었다.
"우리, 딸이 이번에 관광을 보내준다는데, 내가 싫다고 했어! 그랬더니 용돈을 주는데 그냥 받았어!"
"자식이 여행 보내준다고 하면 가고, 용돈주면 그냥 받아야 돼! 안 받으면 필요 없는 줄 알고 그다음에 안준다니까!"
"아이고 나는 자식이 그냥 속만 안 썩여도 살겠네. 용돈은 커녕…."
나무그늘 아래서 할머니들이 나누는 대화가 울려 퍼진다. 매일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똑 같을 터인데, 나무그늘아래 자리 잡은 할머니들은 올여름 더위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숲길을 걷다보니 나뭇가지를 닮은 곤충이 지나간다. 참, 신기하게 생겨먹은 놈이다. 나무 막대기로 '툭' 건드렸더니 움직임이 없는 게, 진짜 나뭇가지 같이 생겼다.
숲길 양옆에는 이름 모를 꽃과 산딸기들이 피어있어 지나는 길을 심심치 않게 한다. 오래되어 쓰러진 나무는 살아서는 시원한 숲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더니 죽은 후에는 피곤한 몸을 쉴 수 있게 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나무다.
올 여름도 무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더위를 피해 멀리가지 못한다면 가까운 집주변의 동산을 찾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 될 것 같다. 숲길을 돌아 나오며 다음에 숲길을 또, 찾아올 때는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좋은 공기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고마운 나무를 더욱 사랑하는 마음으로 숲길을 걸어야겠단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