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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이주노동자 등을 현장에서 돌보고 있는 각계 전문가들은 6일 오후 한 토론회에서 교육소외계층 아이들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아동으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빈곤층, 이주노동자 등을 현장에서 돌보고 있는 각계 전문가들은 6일 오후 한 토론회에서 교육소외계층 아이들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아동으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동네 놀이터를 맴돌던 아이가 있었다. 나이가 8살이었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었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32살 신용불량자로 주민등록이 말소됐고, 어머니는 가출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학교에 보낼 생각조차 않고 있었다. 지역 공부방에서 동사무소를 여러 차례 방문해 10월 중순께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시켰다."

"방글라데시 출신 청소년 A는 지난 2005년 11월 '가짜 아버지'(한국인)를 통해 입양 형태로 입국했다. A는 한국어를 배워 한국에서 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가짜 아버지는 A를 찾아와 돈을 요구하며 협박했고, 그는 학교 갈 기회도 없이 공장일을 시작했다. 말이 서툰 A는 일을 못해 공장에서 미운 털이 박혔고,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가 두달도 못 버티고 한국을 떠났다."


한국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으로 살기는 쉽지 않았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자마자 조기교육 등의 혜택을 받는 아이들도 있지만, 빈곤 가정의 아이들에게 한국 생활을 녹록치 않았다.

이같은 현실은 최선숙 전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 정책팀장과 이은하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지역복지팀장이 각각 들려준 빈곤층 아이들의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주노동자 가정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각계 전문가들은 6일 오후 서울 덕성여대에서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우리나라 교육소외계층의 교육문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동 및 청소년의 현실을 꼬집었다. 토론회는 이날부터 사흘간 열리는 한국사회포럼 중 하나다.

빈곤층, 이주노동자, 농어촌, 장애아동 등을 돌보고 있는 이들은 "한국에서 아동으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라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미래에 또다시 빈곤계층이 될 확률이 높다"며 '빈곤의 악순환'을 우려했다.

[빈곤층] "미취학 영유아, 죽어야 발견된다"

최선숙 정책팀장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요아동지표'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의 아동 1200여만명(2004년 기준) 가운데 100만명(8.8%) 정도의 아이들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상대빈곤층(가계 소득이 중위권 소득의 50% 이하)의 아이들은 164만명(14.6%)이었다"며 "약 100만~164만명 아이들이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 정책팀장은 "계층간 교육격차가 일어나지만, 지원이나 개선 노력은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 교육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당연히 나쁜 길로 빠질 확률이 높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급식의 경우 학기 중에는 학교(교육부), 방학중에는 보건복지부가 책임지고 있다"며 "하지만 학기 중에 50여만명이 급식을 먹다가 방학이 되면 절반 수준인 25만명만 지원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나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양호한 편"이라며 "미취학 아동의 영유아(3세∼5세)들의 경우는 빈곤에 의한 죽음이 많다, 이들은 죽지 않으면 발견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교육은 의무가 아니라서 실태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복지 예산(6조) 중 기초생활수급권자에 대한 지원은 5조, 그 가운데 0.36%인 22억 정도만이 아동 복지를 위해 쓰인다"며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복지 혜택을 베풀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저소득측 빈곤아동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며 "아동에 맞게 적절한 복지시설이나 방과후교실 등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문화 가정] 의사소통 어려움→생활 부적응→가난 대물림

이은하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지역복지팀장
이은하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지역복지팀장 ⓒ 오마이뉴스 이민정
이은하 지역복지팀장은 두달동안 한국을 경험한 방글라데시 청소년 A를 예로 들면서 "이들이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겠느냐"고 이주노동자 및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다문화가정의 취학인원이 6121명(2005년 10월)에서 7998명(2006년 4월)으로, 6개월간 1877명이 늘어났다"며 "2012년에는 다문화가정 학생이 16만 5천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하 팀장은 "한국어가 미숙한 외국인 어머니와 생활하는 아이들은 언어 발달 지체를 겪게 된다"며 "이에 따라 학교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소극적이거나 반대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정서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팀장은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있다"면서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자인 데다 보육지원이나 의료보험 부재, 입학의 어려움, 불안한 학교생활 등에 시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이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면 부모를 따라 공장 노동자가 되기 쉽고, 취학 시기를 놓치면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다시 자퇴를 한다"며 "이는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심리적 위축, 불안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어 교육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면서 "학교 입학 전에 한국어를 교육받고 입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문화탐방 같은 '전시성' 교육행정보다는 급식비, 외국어로 번역된 가정통신문 발송 등 실질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포럼#소외계층#교육#다문화가정#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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