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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올해 대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여성 대선주자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여성 대통령과 총리 도미노 탄생, 탈냉전으로 인한 환경, 교육, 복지 등 여성 친화적인 이슈 부상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최초 여성 대통령'에 도전장을 낸 박근혜, 한명숙, 심상정, 추미애 후보의 삶의 이력, 정치성장 배경, 리더십 유형, 대선 후보로서의 강점과 단점 등을 비교 분석해보고, 올 대선에서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원칙·소신 강점...퍼스트레이디 경력 이점

한나라당 경선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과연 이명박 대세론은 유지될 것인가? 답은 '안갯속'이다. 6월 20일 현재,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과의 격차를 오차 범위 내로 좁히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정책 검증 공방에서 '대운하'를 내세운 이 전 시장에 판정승을 거둔 데다, 잇따른 이 전 시장의 불법 비리 시비로 도덕적 우위를 점한 덕분이다. 혹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박 전 대표의 위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17대 총선과 5.31 지방선거, 각종 보궐선거에서 특유의 헌신성으로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해냈고, '테러 사건'을 통해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도 성공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지지층은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이고, '박정희 향수'에 젖어 있는 50대 이상 저학력,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의 이념적 성향은 강한 보수이며, 깨끗한 이미지와 원칙과 소신이 강점으로 꼽힌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퍼스트레이디로 정치력, 외교력 등 국가경영에 대한 다양한 능력을 키워왔다는 점도 큰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정수장학회, 영남대 이사장 시절 부패 연루 의혹이 불거지는 등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적 유산은 그에게 민감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강한 여성 리더십', 이른바 마거릿 대처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대통령 가능성 1위에 올라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여성' 이미지를 덧입히겠다는 전략이다.

그가 만약 한나라당 최종 후보로 선정된다면, 한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첫 여성총리 각인...포용·화합 리더십도 호감

6월 18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한명숙 전 총리의 지지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대항마로서 한 전 총리의 주가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인 한 전 총리는 풍부한 국정 경험이 큰 장점이다. 초대 여성부 장관, 환경부 장관을 거치며 행정 경험을 쌓았고, 총리 재직 시 안정감 있는 국정 운영으로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1970~80년대 재야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으로 1년 반 동안 옥고를 치렀고, 통일혁명당사건으로 투옥된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를 13년 동안 옥바라지한 인생 역정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또 여성민우회, 여성단체연합 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한국여성운동사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여성계 대표, 여성부 장관 재직 시절, 남녀고용평등법, 여성발전기본법, 영유아보육과 방과후 보육정책 수립 등 굵직굵직한 여성 친화 정책들을 관철시켜냈다.

하지만, 정치세력 간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만큼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불분명하며, 친노 세력이라는 것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범여권 주자를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이해찬 전 총리의 2파전 양상이 뚜렷해질 경우 일각에선 한 전 총리가 경선 '흥행카드'나 '킹메이커' 역할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단호한 결단력·거침없는 추진력... 진보세력 호평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심상정 의원은 불과 3년 만에 당 대선주자로 출마할 만큼 급부상했다.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답게 단호한 결단력과 거침없는 추진력, 탄탄한 정책 입안 능력, 오랜 노동운동 경험에서 우러난 협상력은 그의 강점이다. 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 그는 교섭단체가 아닌 소수정당은 모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관행에 거세게 항의하며, 여야 정당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주요 현안을 중재, 조정해나갔다.

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취약 분야였던 경제 문제를 사회 이슈로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최근 민주노동당의 위선적인 여성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여성주의와 진보는 한몸임을 역설한 심 의원은 민주노동당 창당 초기 모든 선출직과 임명직에 30% 여성 할당을 주장해 관철한 주역이다. 국가예산이 양성 평등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성인지예산' 개념을 국가재정법에 포함시켜 통과시킨 것도 그의 눈부신 성과다.

최근엔 생리기간 중 수영장 이용 할인, 여성 큰옷 제작 의무화와 같은 '생활 속 여성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이념적 진보계층, 시민단체 등 오피니언 리더와 20~30대 젊은 층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진보정당의 낮은 지지율과 대중성 부족이라는 한계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추미애 민주당 전 의원] 통합세력 다크호스 급부상...영·호남 화합 상징

칼을 빼들고 돌아온 '추다르크', 과연 정치적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추미애 전 의원이 중도통합민주당의 대표로 올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2004년 4월 총선 낙선 이후 3년 2개월 만에 민주당사를 방문한 추 전 의원은 "민주세력 후보는 분당과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어야 하고, 민주세력의 역할과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며 민주당 분당 사태를 끝까지 막으려 했던 원칙과 소신이라는 강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대구 출신인 추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정치적 양딸이라는 후광과 함께 영호남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며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탄핵 역풍을 맞은 17대 총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공천 물갈이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그는 지지 세력 재결집을 호소하며 눈물의 3보1배를 한 바 있다. 총선 낙선 이후 그는 홀연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와 국제외교 분야를 집중 연구했다. 이번 대선 공약도 '국토개발'이라는 과거 산업화 세력에 대항해 21세기 '지식경제'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판사 출신 여성 파워엘리트인 그의 매력은 단연 '당당함'이다. 아울러 강한 카리스마와 힘찬 투쟁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혹자는 그를 '빨강'에 비유한다. 뜨거운 열정을 지녔지만, 이면엔 냉혹한 우아함도 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오만과 무능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 민주개혁세력에게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일갈한다. 자신이 모든 것을 함께 녹여낼 뜨거운 용광로가 되겠다면서. 그는 "(범여권) 통합후보로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범여권 대통합에도 참여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대선 출마는 정치적 재기를 위한 카드이며, 실제론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도 솔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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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치학자들이 본 '해외여성정치인-여성대선주자' 닮은꼴


박근혜, 한명숙, 심상정, 추미애 후보의 리더십 유형을 현재 맹활약 중인 세계 여성 정치인들에 견주어 본다면 어떨까. <우먼타임스>는 올 대선을 앞두고 '세계가 주목하는 여성 정치인의 리더십'(13인 정치학자 공저)이라는 책을 펴낸 여성 정치학자들에게 '2007년 대선에 여성 후보들이 대거 출마한 배경과 의미', '여성 후보 4명의 리더십 유형' 등을 물었다.

유진숙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해 아버지 후광형이라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수카르노 대통령 딸)과 같지만, 보수적 현실주의 정치 성향에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미니즘적 리더십이 아닌 전통적 남성 리더십이 강하고, 고전적 이미지를 가졌다는 면에서도 일면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여성 리더는 원칙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미지와 일관되게 행동하고 소신 있게 조직을 이끌어가는 특성(박채복 숙명여대 교수, 메르켈 총리 연구)"이 있는데, 이는 메르켈 총리와 박 전 대표에게서도 보이는 리더십 특성이라는 것. 박 전 대표는 현재 영국병을 치유한 마거릿 대처 총리를 자신의 모델로 삼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칠레의 최초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노르웨이 최초 여성 총리 그로 할렘 브룬틀란과 닮은꼴이다.

이순주 부산외국어대 이베로아메리카연구소 교수(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연구)는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인사 출신에 보건복지부 장관, 국방장관 등을 거치며 행정 경험을 쌓은 점 등은 바첼레트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 성장의 길을 걸었다고 밝혔다. 또, 페미니스트로 남녀평등과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브룬틀란 총리의 여성 리더십 유형에 가장 가깝다고 했다.

한편, 정미애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교수(도이 다카코 일본 전 사민당 당수 연구)는 "일본의 도이 다카코는 페미니스트적인 여성정책을 추진하지만 추진력과 비타협성으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남성적 리더십을 보이는 유형으로 헌법학자이며 호헌 활동가로서 정계에 입문했다. 4명의 여성 후보 중에서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도이와 가장 근접한 경력과 리더십, 이념 성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진숙 교수는 추미애 민주당 전 의원의 경우, 특유의 카리스마로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을 주도한 율리야 티모셴코와 견줄 만하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우크라이나 최초 여성 총리를 지낸 율리야 티모셴코는 선동적인 남성적 정치행위 양식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여성적 매력을 내세웠다는 면에서 추 전 의원과 닮았다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한 여성 정치인이 최고의 정치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데 영향을 주는 궁극적인 변수는 자신의 전문성, 정치적 능력과 리더십 등 개인적 변수라고 주장했다.

연구 총론을 집필한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계 여성 정치인 13명 중 다수는 비교적 진보적인 정당에 소속되어 있었고, 후광형의 여성 정치인들은 보다 몰성인지적인 성향을, 자수성가형의 정치인들은 페미니즘적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오늘날과 같이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는 성인지적 성향이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세계 여성 정치인들을 통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미애 교수는 "차기 대통령은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비롯한 각종 갈등 및 남북문제 등을 사회통합으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며, 세계화 시대에 부합하는 인물이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결단력, 추진력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기존의 남성적 리더십보다는 포용과 관용의 여성적 리더십이 21세기형 리더십으로서 더 적합하다"고 내다봤다.

#여성#우먼#정치#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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