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난 모 은행에 근무했었다. 지금은 또 다른 은행으로 합병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첫 직장이었던 만큼 애착이 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난 처음으로 주식투자를 해보았다.

지금도 간접투자로 펀드는 하고 있지만 주식투자를 해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렇게 큰 돈을 한 번에 만져본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1999년도의 일이다.

당시 직원들은 우리사주조합에 가입해 있었는데 은행이 증자를 하면서 주식을 액면가인 5000원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액면가로 사는 기회기는 했어도 퇴사할 때까지는 매각이 불가능했다. 또 당시만 해도 은행권 주식이 워낙 좋지 않아서 모두 별로 사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강제로 배정이 되었고 당시 신입사원인 나는 2000만 원을 무이자로 융자받고 내 돈 1000만 원을 보태 배정된 3000만 원어치 주식을 샀다.

그 후 간혹 경제 신문을 보면 주가는 6000~7000원 선이었다. 어쨌든 손해 보는 것은 아니라서 만족을 하고 퇴직할 때까지 묻어둘 생각이었다.

그러고는 2년 정도가 흘렀다.

난 개인 사정으로 은행을 사직하게 되었다. 3년 근무한 직장에서 퇴직금으로 받은 돈과 적금을 깨서 주식 사려고 무이자로 대출받은 돈 1000만 원을 갚고 사직을 했다. 주식은 바로 바로 팔 수도 있었지만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언젠가 목돈이 되겠거니 하고 말이다.

그리고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 때 드디어 한국에도 증권바람이 불었다. 난 증권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3000만 원어치 사뒀던 주식이 바람을 타고 1억 여 원어치까지 올랐던 것이다. 거의 2년 반 정도를 팔지 않고 묻어둔 돈이었다.

목표금액에 도달하자 난 눈 딱 감고 미련 없이 팔아치웠다.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한다. 그 때 전화로 매도 신청을 했는데 여직원이 축하한다고 했다. 그 때까지 들었던 축하 인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사였다.

3일 후인가에 그 돈을 찾았다. 그 돈으로 대학원 학비를 포함해 한 몇 년 공부하는 데 유용하게 썼다. 그러고도 남아서 지금까지 재산을 늘리는 종자돈이 사용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내가 은행에 입사하던 1995년 어느 날 꿈에 은행에서 장학금을 받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학교도 아닌 회사에서 장학금을 받아서 참 의아했는데 이 돈이 꿈 속의 장학금이 아닌가 가끔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대박·쪽박의 기억> 응모글


#주식#우리사주#목돈#은행#증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