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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부터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여름에 온 산타-산타 할아버지, 지금 뭐하세요?'이 마련된다. 사진은 전시장 안내도.
7월 12일부터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여름에 온 산타-산타 할아버지, 지금 뭐하세요?'이 마련된다. 사진은 전시장 안내도. ⓒ 부천만화정보센터
만약 산타클로스가 사고로 산타 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영화 <산타클로스>는 이와 같은 비상사태가 생겼을 때 산타가 어떻게 후계자를 정하는지 그렸다. 물론 체계적으로 짜여진(?) 비상 시스템에 의해 산타의 임무는 무사히 이어진다.

단 하루 만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는 괴력의 인물 산타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이오나 키리치-티지오티는 <산타도 선물이 필요해>란 책에서 빨래를 하다 산타복이 줄어들었을 때 벌어질 상황을 재구성했다.

우치다 린타로는 '산타는 외로울 때가 없을까'란 의문에서 시작한 <외로운 산타 할아버지>를 펴냈고, 1980년대 TV 시리즈로 유명한 <환상 특급>(The Twilight Zone)의 '그 주의 밤'(Night of the Meek)편은 '산타가 선물을 누락한 상황'을 토대로 드라마를 만들었다.

또 있다. 동화 작가로 유명한 레이먼드 브릭스는 '산타가 여름에는 도대체 뭘 할까'에 대한 답을 담아 <산타할아버지의 휴가>를 펴냈다. 책에 따르면 산타는 여름에 휴가를 떠난다. 파리, 스코틀랜드, 라스베가스 등 좋다는 곳은 다 간다.

여름에 '웬 산타 이야기'냐고 물을 수 있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산타는 무조건 눈 내리는 한겨울에 등장한다는 것은 순전히 우리식 생각이다. 지구 반대편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한여름이다. 그 시기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해변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모래로 눈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여름에 온 산타' 재미있지 아니한가. 두툼한 옷을 입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는 산타의 모습을 떠올려 보시라.

오는 7월 12일부터 10월 14일까지 경기도 부천시 부천종합운동장 내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여름엔 온 산타-산타 할아버지, 지금 뭐하세요?>전(이하 산타전)은 '여름'과 '산타'라는 이 어색한 조합을 주제로 만든 전시회다. 어린이만화연구회 '아이처럼'(대표 김병수)이 기획했다.

1년 내내 선물 만드는 산타의 아들

김정수의 '크리스마스가 제일 싫어'. 선물 만드느라 지친 산타 아들과 선물 만들기를 강요하는 아버지의 갈등을 담았다.
김정수의 '크리스마스가 제일 싫어'. 선물 만드느라 지친 산타 아들과 선물 만들기를 강요하는 아버지의 갈등을 담았다. ⓒ 김정수
레이몬드 브릭스 <산타할아버지의 휴가> 초대전을 비롯해 테마기획전, 연재작가전 등이 열린다. 가장 시선을 끌 만한 행사는 테마기획전이다. 산타할아버지의 일과 일상, 가족사, 연대기, 크리스마스 전날 밤 이동경로, 일생 등 산타의 숨겨진 일상이 최초 공개(?)된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07년 산타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받는다. 웬만한 집마다 보안경보장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장치를 뚫고 몰래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선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터 요원 정도의 실력이 필요하다.

너무 인구가 많아져서 생긴 일화도 공개된다. 산타가 모든 어린이들에게 다 선물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착한 일을 한 아이에게만 주는데, 워낙 영악해진 요즘 어린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기 위해 집집마다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런데 아뿔싸. 여기에 잡히는 것은 어른들의 은밀한 일상이다. 이때부터 산타는 '몰카'의 재미에 푹 빠져 버린다.

가부장적인 산타의 모습도 드러난다. 알다시피 산타가 활약하는 시간은 25일 단 하룻밤이다. 겉으로 보기엔 단 하루만 일하는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365일 중 364일은 선물을 만들고 포장하는 데 시간을 쓴다. 그렇다면 그 일은 누가 할까? 바로 산타 할아버지의 아들이 한다. 하루종일 선물을 만들고 포장하지만, 아버지는 선물을 챙겨주지 않는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불만이 극에 달한 아들의 관계는? 답은 나도 모른다.

연재작가전에선 어린이만화연구회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보름에 한 번씩 작품을 바꾸기 때문에 전시회 기간 동안 각기 다른 여섯 번의 전시회가 마련되는 셈이다. 여기서 전시된 작품들은 이후 어린이용 만화책으로 출간될 계획이다.

산타 캐릭터 그리기, 산타할아버지 복장 맞추기, 만화 그리기 등 체험행사가 부대행사로 열린다.

<산타할아버지의 휴가>서 전시회 영감 얻어

황경택의 '크리스마스 이브 지키기'
황경택의 '크리스마스 이브 지키기' ⓒ 황경택
이번 행사는 김병수 '아이처럼' 대표가 기획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는 데 영감을 얻은 작품은 레이몬드 브릭스의 <산타할아버지의 휴가>. 이 작품을 흥미있게 본 김 대표는 '산타 할아버지가 조선에 갔다면'이란 작품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굴뚝으로만 드나드는 산타가 조선의 초가집을 보고 난감해 하는 장면, 양말과 버선을 구분 못 해 난감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양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기차 장난감을 줬다가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얻기도 하고, 밖에 묶어 놓은 루돌프의 뿔을 마을 사람들이 '녹용'이라고 잘라가는 일도 벌어진다.

어린이만화연구회는?

어린이만화연구회는 김병수 대표 주도로 지난해 9월 발족했다. 2006년 11월 2-6일 PISAF 어린이 만화행사를 기획 운영했고, 같은 기간 전국만화전공대학생 만남의 밤을 마련했다. 올해 2월 에는 '미디어믹스 시대의 어린이 만화 어떻게 볼 것인가'를 개최햇으며, 매달 1회씩 정기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현재 김신 김정수 김태형 남경민 박경배 박순구 박용하 윤경희 이경석 윤혜연 이화성 임덕영 정재훈 조준호 최정규 하민석 황경택 홍수진 허정숙 작가가 회원으로 참여 중이다. / 김대홍
이 작품을 구상해 그려나가다가 동료 작가들한테 '같이 해보자'고 건의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해서 이번 전시회가 만들어졌다. "'산타 할아버지 조선에 오시다'가 이번에 전시되냐"고 묻자 김 대표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번 전시회를 갖고 유럽에 진출할 생각이다. 산타는 유럽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인 데다가, 한국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최근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수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톡톡 튀는 재미가 넘치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글루 안에서 TV를 보고 라면을 끓여 먹는 산타도 볼 수 있다"며 전시물 곳곳에 웃음이 넘치는 산타가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산타…전'은 지난 5월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진행한 '어린이를 위한 만화전시 기획공모'를 통해 선정된 기획전시다.

덧붙이는 글 | 전시회 안내 : 부천만화정보센터. 032-320-3745


#산타클로스#만화#어린이만화연구회#김병수#한국만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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