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검게 잘 읽은 오디와 아직 덜 익어서 붉은 오디의 모습.
검게 잘 읽은 오디와 아직 덜 익어서 붉은 오디의 모습. ⓒ 임재만
지난 26일 저녁나절에 짚 앞 논둑에 있는 뽕나무로 달려갔다. 동네 아주머니가 이곳에 오디가 아주 잘 익었노라고 귀띔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개구쟁이 친구들과 입술을 까맣게 물들이며 맛있게 오디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집집이 누에를 많이 길렀다. 그래서 주변에는 뽕나무 밭이 많이 있었는데, 시골 처녀들이 뽕나무밭에서 누에 먹이로 뽕잎 따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자라는데 먹성이 매우 좋아서 한 소쿠리 얹어 주면 금세 먹어 치우곤 하였다.

다 자란 누에는 크기가 커서 꾸물꾸물 움직일 때마다 무척 징그러웠으나 어른들은 참 잘도 만지곤 했다. 그 누에가 하얀 새알 같은 고치를 만들 때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누에고치는 정말 하얀 것이 알사탕처럼 참 예뻤다.

산밭에도 뽕나무가 많이 있었는데, 산뽕나무에는 장수하늘소도 살고 있었고, 나비, 잠자리, 벌 등 많은 곤충들의 즐거운 놀이터였다. 그때 먹던 오디가 지금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단맛이 더 진했던 것 같다.

탐스럽게 잘익은 오디.
탐스럽게 잘익은 오디. ⓒ 임재만
뽕나무에 익어가는 오디.
뽕나무에 익어가는 오디. ⓒ 임재만
막내와 함께 모가 푸른 물감을 색칠하며 무럭무럭 자라는 논둑으로 달려가 보았다. 한 그루의 뽕나무가 논두렁에 비스듬히 서 있는데, 뽕잎도 싱싱하고 열매도 탐스러웠다. 예전의 맛을 떠올리며 까∼맣게 제일 잘 익은 놈을 하나 따서 입에 쏙 넣으니, 아주 깊은 단맛이 입안에 가득 돌며 군침이 마구 쏟아지는 느낌이다.

옛날에 할머니께서 바가지에다 오디를 가득 따다 주시며 옛날 얘기를 들려주시곤 하셨는데…. 대충 생각해 보면 이렇다.

"옛날 아주 옛날에…, 뽕나무가 방귀를 뽕∼ 하고 뀌었더니, 대나무가 ' 댓기놈∼' 하며 야단을 쳤대…. 옆에서 참나무가 뽕나무와 대나무의 이야기를 듣더니…, '참아라, 참아야 하느니라∼∼∼' …."

예로부터 뽕나무는 여러 가지로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나무였다. 뽕잎을 따서 누에고치를 치는 일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예전에 동네 어르신들께서 주고받는 이야기를 기억해 보면 뽕잎으로 쌈을 싸먹으면 향긋하니 아주 맛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여린 잎을 따서 쌈 싸먹는 모습은 지금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 기회가 되면 가족들과 함께 잎을 따서 쌈으로 한번 먹어봐야겠다.

뽕나무 아래에서 휴식하는 잠자리.
뽕나무 아래에서 휴식하는 잠자리. ⓒ 임재만
그밖에도 자료를 찾아 보면 봄의 어린잎을 나물로 장아찌로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이 있으며, 이른봄에 취한 가지(상지), 나무 속껍질(상백피), 겨울에 취한 뿌리껍질(상근피), 한여름에 취한 뽕잎(상엽), 열매의 미숙과(상심) 등으로 달임차를 만들어 음용하기도 한다.

또 새봄의 어린 새순을 덖음차로 활용하며 전초를 발효차로 가능, 한여름의 무성한 잎과 잔가지를 이용한 발효차는 최고의 맛을 낸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와 뿌리를 약술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뽕나무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어디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나무라고 한다.

뽕나무의 효능으로는 신경통, 고혈압, 부종, 기관지염, 보혈, 당뇨, 비만, 강장의 불로장수약으로 불릴 만큼 여러 가지 질병에도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저혈압, 소화불량, 맥박이 느린 자는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뽕나무에서 오디를 사진으로 찍다 보니 잠자리와 나비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뽕나무는 사람들에게만 이로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곤충들에게도 훌륭한 친구가 되어줌이 분명하다. 오랜만에 만난 검은 잠자리가 물가에서 놀던 기억을 더듬게 한다.

먹음직스러운 오디.
먹음직스러운 오디. ⓒ 임재만
이렇듯 뽕나무는 예전에 어린 시절의 이야기 친구로도 마을에서 함께 자랐다. 때로는 농촌 처녀들의 일터로 생동감이 넘쳤고, 어린 꼬마들의 꿀맛 같은 먹을거리로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있다. 요즘에는 아이스크림이나 맛있는 과자가 많이 나와서 인기가 별로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입에 까맣게 물들이며 오디를 먹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일 듯싶다.

오디향에 취해 있는 나비.
오디향에 취해 있는 나비. ⓒ 임재만
그때 그 시절 뽕밭에서 오디를 먹으며, 입술을 까맣게 물들이며 웃던 그 개구쟁이 친구들은 지금 이 맛을 기억하고나 있는지. 뽕나무에서 딸과 오디를 따 먹으며 어린 시절 그 모습을 떠올려 본다.
#충남 연기군#뽕나무#오디#추억#누에고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