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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가 물러간 후 왕은 다섯 좌평과 함께 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적의 원군을 두고 볼 수는 없으나 고도의 계책을 따른다고 해도 반드시 김무력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좌평 관석의 당연한 말은 행여 왕이 공주의 소식을 접하고 감정적이 되어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김무력을 사로잡느냐 사로잡지 못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소? 적의 원군이 그렇게 많다면 관산성을 공격하고 있는 태자의 배후가 위험하오. 김무력이 자신의 영지에서 관산성으로 진군할 수 있는 길은 두 갈래가 있는데 어느 길로 그들이 지나가겠소?”

좌평 서함이 나서서 말했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관산성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석개산을 넘는 길입니다. 또 다른 길은 남쪽으로 멀리 우회해 다시 북쪽으로 올라오는 길인데 석개산으로 가는 길보다 이틀은 더 걸릴 것입니다. 그러니 석개산으로 가는 길이 조금 험하기는 해도 그들은 그편을 택할 것입니다.”

“저들이 석개산을 지난다면 매복하여 기습하기에 좋습니다. 제게 군사 일만을 주시면 해보이겠나이다.”

좌평 신려가 먼저 나서자 다른 좌평들이 공을 다투어 나섰다.

“아니올시다. 제가 출전하겠나이다.”

태자가 선봉을 맡아 관산성을 치고 있는 마당에 그에 버금가는 공을 세우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었다. 왕은 먼저 나선 신려에게 일만의 병사를 편성해 서둘러 떠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나머지 오천여 병력은 천천히 관산성으로 진군시켰다.

한편 관산성에서는 태자 여창과 대장군 가량이 관산성 안에 들어박혀 있는 신라군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관산성안의 신라군은 남부여군에 비해 그 수에서 조금 밀리긴 했지만 식량과 무기가 넉넉한지라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그들의 지휘관인 각간 우덕과 이찬 탐지였는데, 그들은 연이은 패배로 병사들의 신뢰를 잃고 있었다. 구원병을 청했으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김무력 마저도 서둘러 군사를 이끌고 오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절망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김무력이 일부러 오지 않을 리는 없고 아마 도중에 남부여군과 접전을 벌이고 있을 것이오.”

탐지가 날로 침착함을 잃어가며 밤에는 술에 취해 있는 우덕을 위로하느라 말했지만 우덕은 부정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소식이 없으니 날로 군심이 동요되는 것 아니오! 적의 본진까지 합세하면 성안의 병력으로는 막아낼 수가 없소.”

탐지도 툭하면 술기운에 화만 내는 우덕에게 더 이상 고분고분하게 상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적이 늘어나기 전에 마땅히 나가 싸워야 하지 않습니까!”

“나가 싸운다고? 비장들은 성위로도 올라가려 하지 않고 군사들도 성벽 위에 들러붙는 적이나 겨우 막아내는 판에 누가 나가 싸운단 말이오? 이찬 그대가 나가 볼 것이오?”

탐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제가 기병 약간을 이끌고 뚫고 나가 원군의 상황을 알아보면 되겠소이까?”

우덕은 피식 웃으며 술 한 잔을 입에 탁 털어 넣은 뒤 풀린 눈으로 탐지를 쳐다보며 이죽거렸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이찬 그대가 도주하는 걸로 알고 병사들의 사기가 더욱 떨어질 것이오!”

“그럼 어쩌자는 것입니까? 이대로 성을 들어 항복하오리까?”

“닥치시오!”

우덕이 술잔을 바닥에 힘껏 내리쳤다. 그 바람에 토기로 만든 술잔은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흩어졌다. 탐지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아뢰오!”

비장 하나가 손에 무엇인가를 든 채 급히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이런 것이 성안으로 날아들어 왔나이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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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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