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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걸즈
"사랑해"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속삭임이다. 그런 반면에 이별은 떨떠름하면서도 묘하다. 연극 <썸걸(즈) Some Girl(s)>(연출 황재헌)는 사랑의 달콤한 대신 그와 그녀들의 이별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남자주인공 강진우 역은 뮤지컬 <아이다>에서 라다메스 장군 역할을 한 이석준과 드라마 <마왕>의에 최덕문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나쁜 남자일지도 모르는 유명한 영화감독 강진우를 통해 남녀가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시도하려고 한다.

무대는 파란 침대와 빨간 원색 문으로 표현된 호텔 방이다. 가장 은밀하면서도 둘만의 대화가 가능한 공간에서 결혼을 앞둔 강진우와 이별했던 네 명의 여자들이 각각 등장한다. 네 명의 여자들은 강진우라는 남자에 대해 도마뱀이 꼬리만 남기고 사라진 모습만을 기억한다.

이미 지나간 이별이지만 "그 여자가 누구야"라고 묻고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강진우는 다시 한 번 헤어진 여자들을 만나면서 그녀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그럼에도 네 명의 다른 색깔을 지닌 첫사랑 양선(정재은)부터 시작해 연상의 누나 정희(박호영), 섹시한 민하(정수영), 지적인 은후(우현주)까지 이 남자에게 미련이 남아있다. 어떻게든 강진우는 착한 남자가 되어보려고 헤어진 여자들을 만나지만 그는 나쁜 남자다. 그래서 그에게 여자들이 복수라도 해야 시원할 듯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녀들은 말로 독하게 매정하게 뱉어내지만 정작 강진우의 포로로 존재한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내가 강진우의 그녀였다면 그 장면에서 강진우의 뺨을 강하게 때릴 텐데라며 울분을 토하게 한다.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줘야 하는 <썸걸즈>의 그녀들은 슬그머니 넘어가 버린다.

최근에 헤어진 마지막 여자인 은후가 했던 대사 "너는 나를 지금 두 번 죽이고 있는 거야."

어쩌면 그녀의 분노만큼 강진우를 심판하고 싶은 것이 진정한 여자의 마음이 아닐까. 관객석을 가득 메운 여성관객들은 공연을 보는 내내 강진우와 그녀들 때문에 울고 웃는다.

결국 강진우는 모든 여자를 만난 후, 전화기에 대고 결혼할 여자친구에게 "사랑해"라고 징징거리면서 또 다른 사랑을 구걸하는 철부지 어린아이다. 그런 남자에게 "어떤 여자야"라고 물으면서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네 여자들. 그와 그녀들의 이야기가 완벽할 수 없지만 화성과 금성에 사는 것이 남녀이기에 이별에 관해서 그들과 같은 시선이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ot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썸걸즈#연극#이석준#최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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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사람. 프로젝트 하루5문장쓰기 5,6기 진행자. 공동육아어린이집 2년차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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