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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유치한 짓이기는 하지만 얼마 전 열 살 된 딸아이에게 "너는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하고 물은 적이 있다. 마침 제 엄마가 옆에 없을 때여서인지는 몰라도 딸아이는 그런 내 물음의 의도를 십분 짐작하기라도 했다는 듯 냉큼 "아빠요" 하고 대답했다.

흐뭇해진 나는 "그럼 아빠 다음으로는 누가 좋아?" 하고 다시 물었고, 예상했던 대로 딸아이는 "엄마요" 하고 대답을 했다. 내친김이다 싶어 나는 이어 "그 다음은? 또 그 다음은?" 하고 물었는데, 중간에 좀 의외의 답이 나왔다. 외삼촌이 예상을 뒤엎고 까마득한(?) 후순위로 밀렸던 것이다.

평소 외삼촌과 이모 등 외가 쪽 친척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따르는 딸아이인지라 나는 그 이유가 뭘까 자못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는데, 딸아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외삼촌은 담배를 피워서' 싫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20년 가까이 담배를 피우다가 몇 해 전에야 겨우 끊은 터라 내심 가슴이 뜨끔해지는 대답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평소 외삼촌을 좋아하고 따르는 정도를 봐서는 그 이유가 다소 약하다 싶어 나는 다시 딸아이에게 물었다. "그냥 담배 피우는 거 하나 때문에 외삼촌이 싫은 거야?"라고 말이다. 몇 되지도 않는 가까운 친척 중 하나인데 딸아이가 싫어하면 안 되겠다 싶어 "그러면 집 안에선 못 피우게 하고 바깥에서만 피우라고 하면 되잖아" 하는 절충안까지 은근히 곁들여서….

그러나 딸아이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래도 싫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계단 쪽에서 피운다 하더라도 담배 냄새가 진동해 집에서 들고 날 때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것이었고, 앞서 한 번은 담배를 피우느라 자기가 애써 만들어 놓은 종이공작물을 재떨이로 써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기 때문에 담배만큼은 절대 용납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쐐기를 박기를 "외삼촌 담배 끊기 전까지는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그래요"하고 매정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설마 담배 피운다고 집에도 못 오게 하기야 하랴 싶었지만, 담배를 싫어하는 그 마음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흡연자들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고 하더니만 어린 조카한테까지 이런 수모를 당하는구나 싶어 새삼 담배 끊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담배를 꽤 오랫동안 피웠던 사람이고, 담배가 사람에게 일정 부분 기여하는 바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모든 사람이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공공장소나 실내 공간 같은 혐연권이 일정 부분 보장돼야 할 곳에서 함부로 담배를 피우는 일이라든가, 딸아이의 종이공작물을 재떨이로 만들어 버린 것처럼 흡연 행위와 관련해 빈 병이나 다른 무언가를 못 쓰게 만들어 버리는 일만큼은 더 이상 없도록 흡연자들이 좀 더 세심히 마음 쓸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 것이고, 흡연자는 혐연권에 맞서 당당히 흡연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담배를 끊을 수 없다면 흡연자들이 좀 더 지혜롭게 처신하고,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지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담배#외삼촌#딸#흡연자#비흡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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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순간 입술가로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사는이야기류의 글을 좋아합니다. 주로 이런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글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좀 더 낫게 고칠 수 있는 일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이런 쪽에도 관심이 많구요, 능력이 닿는데까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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