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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를 마치고 찍은 단체사진
ⓒ 정용국
인간과 역사와 평화를 위한 문학축전을 개최하고 있는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임헌영, 이하 포럼이라 칭함)이 2007년 행사의 시동을 걸었다. 16일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열린 ‘나눔의 집 문학축전’이 그것.

그간 분단, 노동, 민족상생, 아시아의 평화, 통일 등 다양한 주제를 천착하며 문단과 지식인들에게 끝없는 화두를 던지고 각성과 인식을 촉구하며 새로운 문학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포럼의 첫 발자국이 자못 장중하고 버겁다.

이 세상에 인간만큼 잔혹하고 극악한 존재는 없다. 어느 짐승이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먹이를 취하는 것 외에 더 큰 욕심을 보이는 개체는 인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을 던지는 이유는 인간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며 너무 많은 과오를 저지르는 자신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기사의 제목으로 붙인 ‘맙소사’를 전자사전에서는 ‘Oh no!' 또는 'Good god!' 이라고 적고 있으니 얼마나 상극의 표현인가.

행사가 열리기 전날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에는 일본 국회의원 45명이 막대한 돈을 들여 게재한 전면광고가 도배를 했다. “The Facts" 라는 제목이 붙여진 광고의 내용은 차라리 ‘우리들은 사람도 아니오’ 라고 하는 것이 나을 듯한 것이어서 속을 뒤집어 놓았다. 위안부 문제는 정부나 일본군부가 강제 동원한 것이 아니라 브로커들을 통한 ‘허가 받은 매춘으로 위안부들의 수입은 야전장교나 하물며 장군보다도 많았다’ 라는 등의 뻔한 내용이었다.

▲ 역사관에 전시된 김덕순 할머니의 그림 '끌려가던 날'
ⓒ 김덕순
이런 저런 문제로 아직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얼굴을 마주하기 힘든 상황에서 행사는 무겁게 막을 올렸다. 임헌영 회장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서의 기억을 회상하며 일본인들의 극악하고도 주도면밀한 역사왜곡에 치를 떨었다.

약 20만 명의 조선 여성들이 강제로 끌려가 노동은 물론 성노예로 동물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이 역사를 반성은커녕 인정조차 할 수 없다는 일본의 태도는 온 세계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것임에도 이를 부인하는 광고를 민간인도 아닌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미국 신문에 냈다는 사실은 세상을 무시한 일본의 거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첫 순서에 임한 포럼 부회장 김영현 시인이 ‘오빠 생각’ 이라는 감각적이고도 애절한 시어로 눈물을 자아내게 하더니 하모니카로 오빠 생각을 연주해 장내를 숙연하게 하였다. 이어서 손정순 시인이 낭송한 김선우 시인의 장시 ‘열네 살 舞子(마이꼬)’ 는 기어코 장내를 울음바다로 만들고 말았다.

이날 이어진 모든 춤과 노래와 굿은 차라리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고통 속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우리 엄마와 누님과 언니들에게 바치는 헌가요 헌무였다. 포럼이 그 동안 찾은 현장들이 거의 쓸쓸하고 험한 시절의 상흔지였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나눔의 집 행사만큼 간절하고도 상처가 큰 곳이 있었으랴!

▲ 나눔의 집 역사관에 재현되어 있는 위안부의 방
ⓒ 정용국
조계종에서 건립하고 운용하고 있는 경기도 퇴촌 ‘나눔의 집’ 엔 이제 다 돌아가시고 열 분도 안 되는 할머니들이 거의 인생의 막바지를 견디며 살고 계시다. 그 큰 상처를 어찌 잠깐의 만남으로 위안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보다도 더 큰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를 배우고 와야 하는 커다란 책임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너무 버거운 주제인 탓에 우울했던 분위기를 바꿔준 것은 더 슬퍼야 했을 오우열 시인의 굿판이었다. 사실 이 해원굿이 제일 슬픔의 꼭지가 될 것이라고 다들 예감했었지만 오시인의 기지는 정말 예언자처럼 빛났다. 원혼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던 오시인이 해학이 넘치는 재담과 익살을 넣어줌으로 그나마 박수와 웃음이 담장을 넘었다.

첫 행사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발한 포럼의 계획은 올해도 만만치 않다. 6월 항쟁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당장 다음 주(6월 23일)에 명동성당 입구 격전지에서 열린다. 이어서 7월 산청함양추모공원 행사와 카자흐스탄의 알마아타에서 열기로 예정되어 있는 ‘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행사도 주목을 끈다. 또 ‘올해의 문학상’이 제정되어 12월 중에 시상식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위안부#퇴촌#일본군#나눔의 집#한국문학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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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사무총장.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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