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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쇼바이벌
<쇼바이벌>.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쇼(Show)와 서바이벌(Survival)의 만남이라니. 제목만 봐선 좀처럼 감이 오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리얼리티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와중에도 쇼와 서바이벌 게임을 접목시킨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쇼바이벌>(MBC, 토요일 오후 5시 40분 방영)에선 주말 오후 오락 프로그램 특유의 가벼움, 익숙함(나쁘게 말하면 진부함)과 함께 기존 오락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참신함, 도전정신이 느껴진다. 비록 프로그램의 형식은 인기 연예인이 대거 등장하는 여타 오락 프로그램들과 별로 다를 게 없지만 출연자들 모두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 서 있는 신인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매주 20팀의 신인 가수들이 치열한 예선을 거쳐 쇼바이벌 무대에 오르고, 본선에 진출한 7팀은 자신의 노래가 아닌 기존의 가요나 팝송으로 대결을 펼친다. 무대는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매주 바뀌며 판정단도 해당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진다.

단, 정원관, 이윤석 등으로 구성된 3명의 심사위원단은 투표권은 없지만 판정단의 의사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심사평을 할 수 있다. 7팀의 신인 가수들이 각자 무대 위에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면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판정단이 각자 마음에 드는 팀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4회까지 방영된 현재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영자씨의 노련한 진행과 패기 넘치는 신인들의 도전정신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점차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다. 신인 가수들에게 안정적인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가요계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제작진의 포부가 당차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기가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당초 취지와 달리 그저 그런 오락 프로그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고, 신인 가수들과 제작진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 아무쪼록 초심을 잃지 말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쇼바이벌 무대가 신인 가수들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양면성 때문이다. 이제 갓 데뷔한 신인들은 무대 위에 서는 것 자체가 감격스런 일이겠지만 냉정한 팬들의 시선과 맞서 싸워야 하는 무대가 장밋빛일리만은 없다. 때론 무대에서의 작은 실수 하나가 가수로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예전처럼 신인 가수들이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팬들의 인기를 얻으면 곧바로 정상급 가수가 되는 시스템에선 노래를 잘하지 못해도 얼마든지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쇼바이벌>에서처럼 신인들이 냉정한 팬들을 상대로 자신의 장단점을 낱낱이 평가받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면 실력 없는 가수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쇼바이벌>은 신인들에게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하는 심판대와도 같다. 실력 있는 신인들에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무대이지만 실력 없는 신인들에겐 더없이 잔인하고 두려운 무대, 그러나 시청자들에겐 신인 가수를 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앞으로 쇼바이벌이 당초 목적인 실력 있는 신인 발굴과 가요계 활성화에 이바지하면서 그와 동시에 대중가요 수용자들에게 신인 가수를 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담당한다면 기존의 쇼와 차별화된 형식의 오락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직 초창기라서 그런지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들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본선 진출자를 선발하는 방식이 그리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특히 20명을 10명으로 줄이는 1차 선발 과정은 도박적이기까지 하다.

검은색과 흰색 공 중에서 어느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운명이 엇갈리는 상황은 "실력 있는 신인 발굴"이란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한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3명의 탈락자를 추가로 걸러내는 작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흥미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불필요하고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쇼바이벌> 제작진 역시 이와 같은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만간 다른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 16개 팀이 토너먼트 대결 방식으로 예선을 치러 1위를 가려내고, 1위 팀에게는 <쇼 음악중심> 5주 연속 출연이 보장될 거라고 한다.

아무래도 지금처럼 운에 좌우되는 방식이 아니라 토너먼트 대결로 예선을 치른다면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당초 취지를 살리는 데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4회가 방영되면서 언더그라운드 밴드인 '슈퍼키드'와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V.O.S' 같은 실력 있는 팀들이 빛을 보았고, 반대로 다소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준 신인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두 번이나 최하위를 차지했던 D.CAPRIO가 세 번째 도전에선 당당히 3위를 차지하는 모습에서 이 프로그램의 긍정적 측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진부함을 완전히 걷어내진 못했지만 신인 가수들을 검증하는 절차로서 '쇼바이벌'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또한 신인 가수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무대를 갈망하는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과 잔잔한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 불안 요인들이 있긴 하지만 <쇼바이벌>의 용기 있는 도전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쇼바이벌#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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