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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시작

나와 뜻이 맞는 친구들이 모여 암 환자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는 모의를 시작한 지 어느덧 세 달이 되어가고 있다. 같은 학교 친구와 단 둘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깊은 밤이 되도록 이야기를 하던 것이, 하나 둘 동료가 늘어나 어느새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학생 십여명이 모여 주 2회의 회의를 하는 모임이 되었다.

나이는 스물 둘에서부터 스물일곱까지, 전공도 경영학, 생명공학, 불어불문, 신문방송 등 각양각색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그러나 덩치에 비해 아직까지 딱히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 순서가 있는 법.

우리는 지난 기간 수없이 많은 시간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토론으로 꽉 꽉 채워나갔다.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 젊은 친구들이 실수를 하는 경우는 이 계획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인데, 그 점에 있어서는 우리 모두 조바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바른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내려진 결론은 우리 사회에 올바른 '암 문화' 정착을 위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겠다는 것.

암 문화? 암 환자들도 문화가 필요해?

문화가 무엇일까? 영화? 음악? 그림? 노래? 꼭 그런 것만이 아니다. 문화에 대해 간단한 정의를 하자면 '공동의 집단내에 속한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나 규범체계'를 의미한다. 즉,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가치관이나 규범체계가 모두 문화가 되는 것이다.

영화나 법, 유행이나 사회적 금기는 모두 이러한 문화의 요소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화는 딱 한개만 있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주류 문화는 다양한 하위문화가 얽혀 있어 이런 다양성으로 인해 균형 잡힌 주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문화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하고 묻는다면, 물론 바로 이 다양성이다. 하나의 이념만을 강요하며 딱 하나로 정의된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는 생명력이 없다. 예를 들어 달걀을 삶아먹어야 하는 것이 불변의 가치와 규범인 사회에서는 달걀을 프라이해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지옥인 것이다.

계란을 삶아 먹고 싶은 사람은 삶아먹고, 프라이해 먹고 싶은 사람은 프라이해 먹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날달걀을 다른 사람에게 던져서는 안 된다고 규제해 사회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문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암 문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답이 나온다. 바로, '암'과 관련돼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나 규범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암과 관련 있는 사회 구성원이라 함은 우선적으로 암에 걸린 환자가 있을 것이고, 그 환자의 가족, 친구, 주변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사망원인 1위가 암이 된 현대 사회에서 잠재적인 암 환자들은 일반인들까지도 암 문화의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람들에게 딱히 문화가 필요한 것일까? 물론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암이 많은 이슈가 되고 있으며, 암에 관련된 프로그램, 상품, 책 등 많은 것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아직까지는 암에 관해 '타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서의 암

우연인지, 필연인지 현재 우리들의 모임인 '구름'의 구성원들은 가깝게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조금 멀리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암 투병을 하시거나, 암으로 사망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주변에 암에 걸린 분들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 참여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만큼 우리 사회에 암에 걸린 분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2005년 전체 사망자의 26.7%가 암으로 사망하여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암 환자 사망률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이 통계는 암에 관한 관심증가로 암 조기발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지 않으나 과거서부터 현재까지 암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암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암이라는 것은 치명적인 질병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노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암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암에 걸리는 것은 곧 '사형 선고'라는 것이다. 물론, 과거 의학기술이 충분히 발달치 못했을 때의 암은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였다. 암을 조기에 진단해 낼 수 있는 기술도 없었으니 발견하였을 때는 이미 손을 댈 수 없는 말기인 경우가 많았을 것이고, 의학 기술도 발달치 못했던 시절에 말기 암인 경우엔 쉽게 치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의학 기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암이라는 질병은 과거와 똑같이 손댈 수조차 없는 병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의학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으며, 각종 의약품, 치료법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환자의 강한 치료 의지와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5년 이상 생존해 희망의 증인이 되는 환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 암은 걸렸다고 해서 반드시 2~3개월 뒤에 죽어야 하는 질병은 아닌 것이다. 암에 걸린 뒤에도 분명한 삶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삶을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암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바로, 암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누군가의 슬픈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인터넷의 발달과 봉사활동이 결합해 현재 수없이 많은 봉사활동 클럽들이 이전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좋은 뜻으로 모여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 문화를 만들겠다고 모인 우리 동료들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암 환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봉사활동은 훌륭한 것이지만, 말 그대로 봉사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기 힘든 점이 많다.

물론 진심으로 타인을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들이 있으나 우리는 좀 다른 측면에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암 문화 정착을 위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어려운 말일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 적극적으로 가치 창출을 통해 암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며, 이를 통해 암 환자들의 복지를 증진하여 다시 부가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왕성한 행동력과 정확한 정보라고 생각을 했다. 이전 기사에서도 짚었으나 암에 관련해서는 유독 오염된 정보들이 많이 있다. 이는 생명이 달려있는 일이기에 환자들이 고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점과, 같은 인간이라고 믿어지지 않으나 거짓 정보와 상품을 통해 암 환자들을 이용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결합을 해 생겨난 것이다. 우리는 우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로 했다. 잘못된 정보를 유포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업자들을 찾아내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알리며, 오염된 정보를 깨끗한 정보로 정화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강이 있다고 하자. 너무나 더러워 냄새가 진동을 하고, 죽은 물고기들이 떠다닌다. 게다가 흐르지도 않고 고여 있어 날이 갈수록 혼탁해 지고 있다. 그러나 목마르고 배고픈 자들은 이 물이라도 떠먹어야하고, 죽은 물고기를 건져 허기를 달래야 한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결국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한시 바삐 깨끗한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적으로 물꼬를 터 강물이 흘러갈 수 있게 하고, 오염된 것들을 모두 흘려보내고 새로운 물을 받아 물고기들이 살 수 있고,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일을 하기로 했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옳은 길이기에 가기로 했다. 모두가 즐겁게 누릴 수 있는 강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암 환자의 제 2의 삶을 후원하는 구름입니다.


#암#구름#암시민연대#항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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