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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이효순이의 영정
미선이효순이의 영정 ⓒ 이선미
6월 13일 저녁 7시 춘천 명동. 사람들이 미선·효순이를 위한 촛불을 다시 들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열기 속에 비참하게 사그러든 미선·효순의 넋을 기리며 우리는 눈시울을 붉어집니다. 그 때 당시 중학생이었던 지금의 대학생 새내기부터 어느덧 네살바기 딸을 가진 엄마까지 5년의 시간 속에 달라진 사람들이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학생이었던 저 또한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 다시 이 자리를 찾았습니다. 하늘은 우리의 가슴처럼 먹먹하고 어두웠습니다.

민주노동당 춘천시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추모집회는 70여명의 춘천시민들이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이 날 집회에서 반미여성회 정희영 회장은 "미선이효순이의 목숨값으로 우리는 미국을 알고 한미관계의 불평등함을 알게 되었다"며 5년이 지난 지금 바뀌지 않은 뼈아픈 우리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2003년. 미선·효순이 추모위원 모집의 뜨거운 여름이 기억이납니다. 어떤 이는 길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미선이효순이 이야기를 하다 목이 메어 잠시 마이크를 놓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10만 추모위원 모집을 위해 끊임없이 학생들을 만나고, 저녁엔 어김없이 촛불을 들었습니다.미선이·효순이의 참혹한 죽음앞에 모든 이들은 분노하고,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친구들은 인터넷을 통해 촛불을 들고 거리를 나왔습니다.

춘천 명동에서 열린 촛불집회
춘천 명동에서 열린 촛불집회 ⓒ 이선미
2004년 5월, 고등학생이었던 친구가 대학생이 되어 우연히 인터뷰를 하게 되었을때, 그 친구는 처음 인터넷 정모를 통해 촛불집회 장소를 공유했던 이야기를 저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집회문화가 낯설법도 한 고등학생이 인터넷 까페를 통해 추모집회에 참석하고 부당한 그들의 죽음에 분노했던 그 날의 촛불의 기억.

2007년 6월 13일. 70여명의 사람들과 춘천명동에 앉아있으니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명동 거리가 꽉차 촛불을 들고 춘천 캠페이지까지 행진하던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지나가던 학생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이 곳에 함께 앉아 슬픔과 분노를 터뜨렸던 그 때를 생각하니 마음이 헛헛합니다.

그런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는 춘천명동에서 미선·효순이 영전에 국화를 드리운 채, 춘천 캠페이지로 행진했습니다. 2007년의 춘천 캠페이지는 텅빈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캠페이지 창살에 종이학을 꽂는 상징의식
캠페이지 창살에 종이학을 꽂는 상징의식 ⓒ 이선미
미선이효순이를 추모하며
미선이효순이를 추모하며 ⓒ 이선미
미선·효순이를 위해 촛불을 들었을때 캠페이지 너머로 우리를 보고 웃고 있던 주한미군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지금 이곳은 컴컴한 암흑뿐입니다. 지난 달 31일 주한미군에서 국방부로 반환된 9곳의 미군기지 중 춘천캠페이지는 매향리 사격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미군기지입니다. 지금 이곳은 그들이 버리고 간 오염물질 때문에 환경조사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땅이 되어 우리는 그 후과를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텅빈 캠페이지 앞에서 우리는 지난 달을 돌아보며 다시 미선이·효순이를 위한 끝나지 않은 숙제를 생각해봅니다. 아직도 변하지 않은 부끄러운 현실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마지막으로 추모집회에서 미선·효순이에게 편지를 쓴 대학생 새내기의 글을 싣고자 합니다. 미선이·효순이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 속에 또다른 내일을 기약하며.

효순이 미선이에게
한 대학생 새내기의 편지 전문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니? 벌써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난 지 5년이나 지났구나.

나는 올해 대학생이 되었어. 이제는 교복이 아닌 예쁜 옷도 입고 단발버리가 아닌 긴 머리에 파마도 해 보고 다녀. 그 해 바로 오늘이 없었더라면... 그 때 그 자리에 너희가 없었더라면.. 지금 너희들도 나처럼 새내기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당연히 누리고 있어야 할 이 평범한 일상을... 너희는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 것이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파.

세상 일부 사람들은 말해. 아직도 그 얘기냐고. 이제 그만 덮어둘 때도 되지 않았냐고. 하지만 나는 말해주고 싶어. 아직 바뀌지 않았다고. 현실에서 아직도 우리는 미군을 볼 수 있고 그들이 저지르는 나쁘고 더러운 일들을 볼 수 있다고. 이런 현실이 바뀔때까지 우리는 너희를 생각하고 절대 잊지 않을게.

효순아 미선아.

내년의 오늘에도, 후년의 오늘에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수십년이 지난 오늘에도 우리는 너희를 잊지 않을 거야.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그때는 너희들이 하늘에서 휴전선이 없고 미군이 없는 평화로운 우리나라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고 또 그것은 남겨진 우리의 몫이겠지.

오늘, 지금 여기에 모인 너희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너희가 하늘에서 보고 있을 거라고 믿어.

부디 미군도 없고 전쟁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렴.

너희가 우리곁을 떠난 지 5년이 지난 해, 셋째 주 수요일에

너희를 보고 싶어하는 다솜이가.

#효순#미선#촛불집회#여중생#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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