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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들과 왜병을 앞에 세워라. 단숨에 짓밟아 버리고 관산성까지 밀고 올라간다."

여창이 호기롭게 말하자 가량이 주의를 주었다.

"병사를 움직일 때는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신중함도 필요합니다. 적이 도중에 매복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정면으로는 일단 왜병들을 내보내어 공격을 한 후 기병은 측면을 돌아 적의 배후를 들이치게 하고 우리는 주위를 돌아보며 신중히 전진해 들어가면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여창은 전장 경험이 많은 가량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왜군 3천으로 하여금 급히 신라군을 공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장군! 왜병이 몰려옵니다!"

"뭐라? 이곳에 왜병이?"

각간 우덕은 크게 당황하였다. 잔혹하기로 소문난 왜병은 신라의 골칫거리였지만 최근에는 신라의 세력이 강성해지나 침입이 뜸하던 차였는데 생각지고 않은 곳에서 이들을 맞이하게 된 탓이었다.

"아마 남부여에서 징집해온 왜병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우리들의 기세를 꺾어보고자 저들을 내보낸 것 같사오이다."

이찬 탐지가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갈았다.

"궁병들을 앞으로 내보내라!"

신라 궁병들이 방패를 든 뒤로 들어섬과 함께 멀리서 살덩어리와 같은 왜병의 무리가 몰려들어왔다. 왜병들은 큰 칼을 땅에 끌거나 어깨에 둘러매고 쇳조각 하나 없는 천 하나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었는데 얼굴과 몸에는 울긋불긋한 문신이 가득해 보는 이로 하여금 두려움이 들게 하였다. 왜병들이 괴성을 지르며 일제히 앞으로 내달리자 당황한 신라군은 화살을 마구잡이로 날리기 시작했다.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왜병들은 얼마 되지 않았고 신라진영에 뛰어든 왜병들은 커다란 칼을 신라군의 방패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저까짓 왜병들을 두려워 마라! 모두 나서서 적을 무찔러라!”

창을 든 신라군들이 방패 뒤에서 뛰어나오며 왜병들과 일대 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왜병들의 출현으로 당황했던 신라군이었지만 막상 싸움에 임해서는 물러섬이 없었다. 창과 칼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먼저 기세를 올려 덤벼들던 왜병들이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우덕은 때를 놓치지 않으려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신라병들이 기세를 올리며 앞으로 나섬과 동시에 그들의 뒤쪽에서 먼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가야기병들이 달려오며 일어나는 먼지였다.

“모조리 짓밟아 버려라!”

가야기병들이 말위에서 창을 휘두르며 신라 병사들의 등을 찍어 쓰러트리고 말굽으로 밟아 버리자 기세등등했던 신라병들은 크게 어지러워져 여기저기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장군! 병사를 물리소서! 뒤에서 기병이 공격해 오고 있소이다!”

뒤늦게 탐지가 소리를 질렀지만 가야기병은 이미 신라진지의 뒤쪽을 거침없이 짓밟으며 들어서고 있었다.

“남부여의 병사들이 공격해 오고 있소이다!”

왜병을 몰아세우던 신라진지의 앞쪽에서도 충분히 힘을 비축하고 다가온 남부여군의 등장으로 되려 진지안쪽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마침내 한가운데가 뻥 뚫려버린 신라진지 안으로 가량이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신라의 대장은 숨지 말고 썩 나서서 이 칼을 받으라!”

“괘씸한 놈! 내가 피할 듯싶으냐! 대(大)신라의 각간 우덕이 여기 있다!

우덕은 분한 마음에 말을 집어타고 가량에게 덤벼드려 했지만 탐지가 이를 잡아 말렸다.

“지금은 감정을 추슬러야 할 때입니다! 어서 군사들을 다독이고 산으로 피해 함산성으로 들어간 후 대오를 정비해야 합니다!”

탐지는 우덕을 잡아 끌 듯이 하고서는 남부여군의 공격이 없는 옆쪽의 산을 넘어 가기 시작했다. 우덕과 탐지가 도망가는 모습을 본 신라병들은 그 뒤를 따라 산을 넘어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를 못보고 대오를 지키던 신라병들은 오래 견디지 못하고 결국 칼과 창을 던지고 항복해 버렸고 그렇게 첫 전투는 남부여군의 대승으로 끝맺음을 내렸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남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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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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