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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해 9일 오후 성공회대성당 마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 박형규 목사 등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아 대회사를 듣고 있다.
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해 9일 오후 성공회대성당 마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 박형규 목사 등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아 대회사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6월항쟁은 국민들이 50년간 빼앗긴 자유를 되찾아온 항쟁이다.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독재를 끊은 이 항쟁 앞에서 어떻게 '잃어버린 10년' 운운할 수 있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대성당 마당에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독교위원회'가 주최한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보수기득권 정치세력을 향한 쓴소리다. 독재정권과 역사적 뿌리를 같이 하는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직격탄인 셈이다.

"예전엔 휴전선 소총 소리에도 불안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단상에 서지 않고 자리에 앉은 채로 약 10분간 축사를 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이승만독재, 박정희독재, 전두환독재까지 총 세 번의 독재까지 겪었고 싸워왔다"며 "이 중 6월 항쟁은 이 땅에 또 다른 독재가 자리하지 못하도록 종지부를 찍은 항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각에서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6월 항쟁의 의미를 격하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며 "어떻게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5O년의 독재를 끊은 이 항쟁을 잃어버린 10년에 비유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87년 6월 민주항쟁은 국민들이 잃어버렸던 50년간의 자유를 되찾아온 항쟁이라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비록 미흡하지만 개혁적 성과는 있다"며 대표적 사례로 남북관계 개선을 들었다. 그는 "예전에는 휴전선에서 소총 소리만 나도 불안해하던 국민들이 이제는 핵실험을 해도 끄떡하지 않는다"며 "미국 골드만삭스가 21세기 중반에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 다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높은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성장이 모두 6월항쟁의 성과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물론 서민 대중들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부족하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아직도 거부하는 사람들, 6월항쟁을 백안시하는 부류들은 이겨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금년 8월 15일 이전까지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남북화해를 무시하는 반민주적 움직임에 대해서는 엄중한 감시와 계속적인 설득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6월 항쟁을 개선해 더욱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군사정권 몰락했지만, 민주주의의 새 위기"

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해 9일 오후 성공회대성당 마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해 이휘호 여사 등 참석자들이 '민주통일' 기념떡을 떼고 있다.
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해 9일 오후 성공회대성당 마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해 이휘호 여사 등 참석자들이 '민주통일' 기념떡을 떼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해 9일 오후 성공회대성당 마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해 9일 오후 성공회대성당 마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에 앞서 6월민주항쟁 20주년 기독교위원회는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한국교회 선언'을 통해 "87년 6월, 온 국민이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외쳤던 함성은 우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기념비가 되었다"며 "6월 민주항쟁은 해방 후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국가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20년간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큼 민주주의와 경제를 발전시켜왔다"며 "시대가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과거를 잊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6월 민주항쟁 20년이 흐른 오늘, 민주주의는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며 "군사정권은 몰락했지만 비민주적이며 수구 냉전적인 사고와 관행은 온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양극화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큰 기대와 엄청난 지지를 받았던 현 정부 아래서 양극화가 심화돼 국민적 실망감이 매우 커진 상태이며, 민주개혁을 자임하던 세력은 분열과 무기력감 속에 빠져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졸속으로 합의한 한미FTA로 인한 첨예한 사회적 갈등,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로 인한 갈등 등이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정치인들이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해서 그동안 부족했던 점들을 겸허히 반성하고 민주화와 평화가 구체적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충고했다. 정치인들이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번 타종... 통일노래·인간띠잇기 등

6월민주항쟁의 진원지인 성공회대성당에서 열린 6월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6월민주항쟁의 진원지인 성공회대성당에서 열린 6월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행사에는 6월 민주항쟁 당시 거리에서 활동했던 교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내 박용길 장로를 비롯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조화순 목사, 이명남 목사, 이해동 목사, 오충일 목사, 김근상 성공회 신부를 포함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도 김대중 전 대통령 수행에 나섰다.

이날 행사는 6월 민주항쟁의 20주년을 기리는 의미로 대성당 종을 20번 울리는 타종식을 시작으로 민주의례와 통일노래 합창, 만세삼창, 민주통일의 기 꽂기 등이 진행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서울 명동 향린교회-성공회대성당-광화문빌딩으로 이어지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함세웅 신부#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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