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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아침에 눈뜨면 현관문 안 가족보다 문밖 가족들에게 더 마음과 눈길이 머문다.

나를 따라 나와 함께 고향을 떠나 이곳 조그만 낯선 화단에 옮겨 심어진 꽃들....낮달맞이꽃, 돌단풍, 초롱꽃, 바위솔, 허브...그리고 이름 모를 3종류 꽃들.

▲ 흐드러지게 핀 낮달맞이꽃
ⓒ 김정옥

▲ 종모양의 초롱꽃
ⓒ 김정옥
재작년 오십 넘은 나이에 자식들 직장 따라 객지 생활을 하게 됐다. 그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빈 마음을 채워보려고 꽃들을 심은 뒤, 갖은 정성과 기도로 애지중지 눈길과 손길을 보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삼년차가 된 올해 제대로 꽃을 피우며, 너무 곱고 아름답다는 이웃의 칭찬과 부러움을 받고 있다.

덕분에 화단을 좋아하는 폭넓은 연령층의 팬들까지 확보하고, 식물을 분양해주는 예약까지 받아 두었다.

그렇지 않아도 꽃피기 전 세 사람에게 분양해 주었는데 그곳에서도 벌써 꽃피운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와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꽃이 다 지고나면 꽃피우느라 손실된 영양보충을 시켜서 약속한 분들에게 분양해주려고 맘 먹고 보니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 노란 창포꽃
ⓒ 김정옥
마음 조급해지는 이유로 첫 번째는 살고 있는 곳이 관사이기 때문이다. 몇 년 살고 나면 집을 비워줘야 하는 나로서는 분양받은 집들의 화단에 꽃이 가득가득 활짝 핀 것을 보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번째는 낮달맞이꽃은 한 대에 여러 개의 꽃이 피고 지고 오래도록 가는데 지난해 끝 무렵 이름 모를 벌레들이 나타나 잡아도 잡아도 여린 순을 다 따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올해도 그렇게 될까봐 마음 졸이며 아침 눈뜨고 나면 제일 먼저 문을 열고 밤새 안부를 눈으로 확인한다.

▲ 붉게 핀 연산홍
ⓒ 김정옥
제발 올해는 예쁜 모습 그대로 지기를....

오늘도 노란 창포, 붉은 연산홍, 자주빛 초롱꼿, 앙증맞은 작은 꽃들과도 기분 좋은 눈맞춤으로 때론 허리 굽혀 입맞춤으로 밝은 하루를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단, #달맞이꽃, #초롱꽃, #창포, #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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