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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안내를 해준 제주도의 역사학자 이영권 선생님
기행안내를 해준 제주도의 역사학자 이영권 선생님 ⓒ 오금숙

지금 해군기지로 유력시 되는 곳이 서귀포시 강정동이라고 하지만 기행안내를 하시는 분은 화순항을 해군기지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화순항에 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심상치 않게 바다 가운데로 뻗어나간 방파제와 높다란 크레인,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작업 중인 포크레인이 즐비한 공사현장을 보니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되었다. 거대한 전함들이 수십 척 아니 수백 척 정박해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어렵지 않았으니 말이다.

해군기지 후보지중 하나인 서귀포시 화순해수욕장앞
해군기지 후보지중 하나인 서귀포시 화순해수욕장앞 ⓒ 오금숙

어른들이 싸늘한 전율을 느끼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방파제보다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덥다고 난리 피우던 녀석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단숨에 바닷가로 내달았다. 손도 담그고 발도 담그고 먹다 남은 음료수를 버리고 그 병에 바닷물을 길어대는 녀석도 있었다. 어른들은 멀리서 그 모습들을 넋 나간 듯 지켜보았다.

1946년 제주도를 둘러본 서양의 어느 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제주도는 관광지로 빨리 개발하지 않는다면 군사요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문득 나는 그 아이들 모습이 탱크를 타고 노는 이라크의 아이들 그리고 탄피를 주워 담는 팔레스타인의 아이들과 오버랩 되었다.

산방산에서 내려다본 화순항 전경
산방산에서 내려다본 화순항 전경 ⓒ 오금숙

‘그깟 해군기지 하나 들어선다고 제주도가 어떻게 되겠는가?’ ‘해군기지 유치해서 돈 좀 벌면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상상해보기 바란다. 거대한 전함이 오고가는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들, 전 세계 군사기지가 있는 지역의 아이들, 전쟁터의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전쟁이 나면 군시설을 가장 먼저 폭격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일 것이다. 대부분 그 피해를 입을 사람은 전쟁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고, 기지 건설을 찬성했던 사람들도 아닌 아이들 여성들 힘 약한 사람들이 우선일 것이다.

설마 전쟁이야 일어나겠는가 하고 생각한다면 과거를 조금만이라도 돌아보시길. 일제의 점령, 양민학살, 남북전쟁 이 모든 것들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설마 일어날 줄 알았을까? 눈앞의 이익에 눈이 벌개진 어른들 손에 물장구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다니 가슴을 치며 통탄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민일보 6월 6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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