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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구독 조건으로 받은 상품권과 현금
신문구독 조건으로 받은 상품권과 현금 ⓒ 김재경
“사모님! 사모님~ 이거 받으시고 딱 1년 만 봐 주세요.”

길거리나 알뜰장이 서는 아파트 단지마다 백화점 상품권을 든 남성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길가는 주부들에게 “5만원... 여기에 한 장 더 6만원 드려요. 자녀 있으세요. 그럼 학습지는 공짜로 넣어드리죠” 이렇게 올라간 상품권 액수가 8만원이다. 여기에 9개월 간 무료서비스, 그렇다면 도대체 구독료는 얼마일까? 생각하다가 즉석에서 구독료를 계산해 보았다.

9개월 서비스를 접어 두더라도, 월 1만2천원씩 12개월이면 14만4천원이다. 여기에서 8만원 상품권을 빼면, 연간 구독료는 6만4천원이다. 월 5334원 꼴이다. 전에는 경쟁적으로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더니, 최근에는 백화점 상품권이나 현금이다.

한 주부가 “지금 보는 신문이 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리자, “1년이 지났다면 신문사에 직접 전화하면 단칼에 끊어져요. 끊기 어려우시면 우리가 직접 구독자처럼 전화해서 끊어 드리지요”라며 끈덕지게 따라 붙는다.

그래도 발길을 돌리는 주부에게 “아이 분유 값이라도 하게 도와 달라”고 애원한다. 본사에서 나왔다는 그는,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생계가 곤란하다며 인정에 호소하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이 분유 값이란 말에 맘이 약해진 주부가 구독을 수락하자, 즉석에서 핸드폰으로 본인임을 확인한다.

그리고는 “사무실에서 확인 전화 오면 꼭 상품권 5만원만 받았다고 말해야 돼요” 라고 신신 당부다. 주부의 손에는 5만원 상품권과 3만원이 든 봉투가 쥐어져 있었다.

1년 구독 약정에 백화점 상품권 8만원, 9개월 무료서비스 학습지 무료는 굉장한 가격파괴다. 아직도 장기 구독 세대가 있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바보란 평을 들을 만큼, 신문 구독 시장은 혼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품권을 손에 쥔 주부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신문가격을 조정했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신문사는 광고 수입으로 살지 않나요”라며 총총히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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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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