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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올라오는 분수대에 들어가 즐거움에 환호하는 아이들
바닥에서 올라오는 분수대에 들어가 즐거움에 환호하는 아이들 ⓒ 김동율
지난 일요일(27일)에는 뚝섬에 있는 '서울의 숲'을 찾았다.

5월이지만, 초여름 날씨로 많은 사람들이 가족끼리, 연인들끼리 숲의 그늘을 찾아 도심의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분수에 몰려들어 물세례를 받으며 즐거움의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아내와 함께 클로버가 밭을 이루고 있는 호숫가의 그늘에 자리를 펴고 모처럼의 휴일을 함께 보냈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가져준다고 알려졌다. 나에게는 행운이 많은지 네잎클로버가 눈에 잘 띄는 편이다. 어디든 클로버가 있는 곳에서는 곧 네잎을 찾아내곤 한다. 심지어는 군에서 훈련 행군을 하는 도중에도 길가의 언덕이나 비탈면에 있는 네잎클로버가 눈에 들어오곤 했다.

서울의 숲 - 수변공원
서울의 숲 - 수변공원 ⓒ 김동율
클로버 밭에 자리를 펴고 있으니, 당연히 네잎클로버가 저녁 하늘의 샛별처럼 나의 눈에 들어왔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안 보이던 별들이 차츰 여기저기서 나타나듯이 잠시 동안에 6개나 눈에 띄었다.

행운의 클로버를 잘 찾아내는 만큼 행운이 온다면 아마도 로또복권을 두어 번은 당첨되었을 법도 하지만, 백번 양보가 아니라 백만 번을 양보해서라도 이제까지 만 원짜리도 한 번 당첨된 적은 없다.

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 ⓒ 김동율
<네잎클로버>라는 외국소설 이야기를 중학교 시절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난다.

유난히 네잎클로버를 잘 찾아내는 소년이 있었는데, 소년의 누나는 한 번도 네잎클로버를 찾지 못하여 늘 행운의 클로버를 찾게 되는 동생을 부러워하면서 '나에게는 행운이 오지 않는가 보다'라고 낙심을 하게 된다.

그러한 누나의 낙심이 안타까운 동생은 어느 날 누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세잎클로버에 한 잎을 더 붙여서 가짜 네잎클로버를 만들어 놓고는 누나가 찾게 만든다.

그 사실도 모르고 네잎클로버를 찾은 누나는 기뻐하며 '나에게도 행운이 올 것'이라는 기쁨 속에서 자라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늘 작은 행운이라도 오면 그때의 네잎클로버 덕분이라고 여기며 행복해 했다.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동생은 왠지 누나의 행복이 자신이 가짜로 만든 네잎클로버처럼 가짜의 행복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는 내용이다.

행운이 잦으면 행복이 될까? 불운이 자주 오는 것보다는 행운이 자주 오는 것이 더 나은 것은 분명하다.

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 ⓒ 김동율
로또복권에 당첨되어 큰 행운을 맞이한 사람들의 그 후의 이야기를 취재한 티비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모든 행운이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행운이 오히려 가족 간에 싸움을 만들고, 부부를 이혼하게 하고, 외국으로 잠적하게 하거나, 허영심을 일으켜 이전에 있었던 재산마저 탕진하게 하는 불행의 씨앗이 된 경우도 허다했다.

어쩌면 행운을 만나지 못해서 행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많은 행운을 만나도 그것을 행복으로 키워내지 못하면 행복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동생이 만든 가짜 행운을 사실로 믿고 일생을 행복하게 살았다면 씨앗이 가짜였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쭉쟁이 씨앗에서라도 행복의 싹을 틔울 수 있는 '마음의 밭'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 ⓒ 김동율
행운의 씨앗은 잠시 동안에 발견한 네잎클로버처럼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붉은 속살을 드러낸 땅덩이가 얼마간의 시간만 지나면 어디에선가 생명의 씨앗들이 날아와 금방 풀밭으로 덮여 버리듯 행운의 씨앗들도 어디서건 집어내는 대로 떨어지는 마술사의 동전처럼 도처에 깔려있는지도 모른다.

다 익은 행복이 넝쿨째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보다 작은 씨앗을 행복으로 키워나가는 과정이 곧 행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의 숲#네잎클로버#행운#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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