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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왼쪽)과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이 29일 오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법에 도착하고 있다.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왼쪽)과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이 29일 오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법에 도착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재용 전무.
이재용 전무.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법원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허태학, 박노빈 전 현직 에버랜드 사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 이는 1심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에버랜드 주식가치를 분명하게 밝혔다. 당시 최소 주식 값어치가 주당 1만4825원 이상은 된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1주당 7700원에 사들인 이재용씨 등은 89억4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 돈 만큼 허태학, 박노빈 전 현직 사장들이 회사쪽에 손해를 입혔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1심에선 주식가치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않았었다.

이와함께 법원은 삼성계열사들이 에버랜드 CB 인수를 포기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었고, 해당 CB를 특정인에게 몰아줌으로써 회사 지배권을 넘기는 것도 배임으로 판단했다.

헐값으로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했던 에버랜드 이사회도 정족수 미달로 무효이며, 이를 알고 CB를 배정한 것도 배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이를 근거 피고인들에게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내린 것이다.

그룹차원의 조직적 공모에 대한 판단은 보류

대신 이번 항소심의 쟁점이었던 그룹 차원의 공모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미뤘다.

재판부는 "허태학, 박노빈 전 현직 사장이 묵시적으로 공모해 저질렀거나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던 것으로 보이므로,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사는 이같은 범행이 미리 주주들과 공모해야 성립하는 범죄라고 주장했지만 피고인들이 기존 주주들과 공모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공소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면서 구체적인 공모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재판부는 지난 3월 속행공판에서 검찰쪽에 공소장을 좀 더 명확히 기재해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거부했다.

기존 공소장에 공모 여부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고 법률상 판단의 문제라는 이유였다. 결국 검찰이 공소장에 명확히 쓰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법원이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룹 경영권 이전이 걸린 문제를 전현직 사장 2명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렵다는 여론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이 이들 공모 여부에 대한 보강 수사 여부도 관심거리다.

삼성 지배구조에도 큰 영향 미칠듯

29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은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나오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은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검찰의 보강수사는 곧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삼성 핵심 경영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이학수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고위 경영진이 검찰 조사를 받았었다.

검찰은 그동안 2심 결과에 따라 이 회장 소환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삼성그룹은 이번 판결로 지배구조 개선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정의 법적 부당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당성과 도덕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최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의 삼성지배구조 개선 발언과 법원의 유죄 판결까지 겹치면서 지배구조 개선 요구 움직임도 더욱 힘을 받게됐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번 판결로 이재용씨의 부당이득과 경영권 승게구도는 이미 사회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면서 "삼성 스스로 결자해지 자세로 재용씨의 불법승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용씨가 삼성총수가 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CEO가 될수 없다"면서 "이는 이씨 개인 뿐 아니라 삼성그룹과 국민경제에도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쪽은 이번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지리한 법정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년을 끌어온 에버랜드 사건의 최종 결론은 좀더 미뤄질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뒤바뀌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에버랜드#전환사채#이건희#이재용#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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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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