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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차를 직접 몰고 개성으로 가는 안민석 의원.
자신의 차를 직접 몰고 개성으로 가는 안민석 의원. ⓒ 안민석의원실
식구들과 모처럼 여유 있게 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개성을 향해 오산 톨게이트를 통과한 시간이 오전 8시쯤 되었고, 임진각역에서 신명자 '평화 3000' 이사장(고 제정구 의원의 부인)을 비롯한 세 분의 신부님과 실무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다음, 다시 제 차를 타고 남측 출입국 관리소를 오전 10시에 통과하였습니다.

그리고 4㎞ 되는 남북한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개성에 도착하니 북측 4명의 대표단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북측의 에스코트를 받아 개성공단이 지척에 바라다 보이는 회담장소인 봉동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었습니다.

만약 남북한 통관 절차를 생략하고 오산에서 개성까지 쉬지 않고 차를 몰았다면 한 시간 반이면 달릴 수 있는, 마음만 먹으면 출퇴근도 가능한 거리입니다.

2007년 개성의 봄, 그리고 개성에서 만난 사람들 ①

고려의 도읍지 개성에 도착하면 여성이 누워있는 형체와 흡사한 송악산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민족공영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어마어마하게 펼쳐집니다.

이미 개성주민 1만명이 공단에서 일하고 있으며, 오산시 면적의 두 배 가까이 되는 2000만평의 공단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100만명이 넘는 남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함께 일하게 됩니다. 남한의 노동자들이 구로역에서 전철을 타고 김일성주석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는 판문점에 내려서 개성공단의 공장으로 일하러 가는 모습을 그리 오래지 않아 보게 될 것입니다.

북측 대표로 김책공대 학생회장 출신의 강지영, 평양체육단 김호 선생 등이 나왔습니다. 1989년 임수경씨 방북시 북한 학생대표로 임수경양을 맞이했다는 강지영 선생을 그동안 여러 차례 만났지만, 축구선수 출신 김호 선생은 초면으로 북한 사람치고 거구에 속하였습니다.

잔디운동장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정보와 식견이 있는 김호 선생에게서 남한에서 최초로 지원되는 잔디운동장에 대한 기대를 한 눈에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오전 회담 결과 잔디운동장을 조성하기로 남북이 서명했습니다. 예정대로 이번 여름 평양에 잔디운동장이 조성되면 경평축구를 부활하여 축구를 통해 남북평화와 화해를 도모하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평양 잔디운동장 협약 장면.
평양 잔디운동장 협약 장면. ⓒ 안민석의원실
2007년 개성의 봄, 그리고 개성에서 만난 사람들 ②

털게 요리와 냉면으로 맛있게 점식식사를 하고 산책을 나서는데 여성봉사원 한 명이 "안 의원님, 저 몰라보셔서 섭섭합네다"라고 울먹이며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 그래, 효정이!" 뜻밖에 효정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2년 전 개성방문시 각별히 남한 일행을 친절히 대해주었던 봉사원인데 젊은 국회의원인 저를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집안 이야기도 거침없이 진솔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행여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오빠-동생하기로 했을 만큼 친해진 사이인데 제가 미처 몰라보았던 것입니다. 아직도 봉동관에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2년 사이 훨씬 성숙한 처녀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효정이와 농담한 것처럼 효정이가 시집갈 때 제가 주례를 설 수 있을 만큼 빨리 통일되기는 힘들겠지만, 유능하고 잘 생긴 총각 만나 단란한 가정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개성에서 듣는 <최유라-조영남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2년 만에 다시 만난 효정이와 함께.
2년 만에 다시 만난 효정이와 함께. ⓒ 안민석의원실
회담을 오후 4시경에 마쳤습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여한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제 의견에 많은 부분 동의해 주었습니다.

'평양두부공장설립' 안건은 남북 실무진들 간에 순조로운 대화가 이루어졌고 많은 부분에서 서로 견해 차이를 좁혀나갔습니다. 또한 '장윤정 평양공연' 건도 남북 문화교류 진전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조속히 다시 만나 협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미루어 보면 이번 회담은 대체로 잘 된 것 같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차 시동을 걸면서 혹시나 싶어 라디오를 켜니 최유라-조영남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개성에서 두 분의 목소리를 들으니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최유라-조영남씨 프로그램을 들으며 킥킥거리며 운전하는 오후의 단상을 북녘 땅에서도 해볼 수 있는 평화의 시대가 하루 속히 왔으면 합니다.

오후 6시 30분, 오산에 도착했습니다. 오산에서 개성으로 아침에 출발하여 볼일보고 돌아와서 저녁 7시에 운암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을 만큼 북한은 가까워졌습니다.

우리 마음도 화해와 사랑으로 가까워지기를 기도합니다. 또 머지않아 평양과 신의주까지 차를 직접 몰고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회담을 마치고 남북한 기념 촬영(앞줄 여성이 고 제정구 의원 부인인 신명자 이사장).
회담을 마치고 남북한 기념 촬영(앞줄 여성이 고 제정구 의원 부인인 신명자 이사장). ⓒ 안민석의원실
강지영 북한 대표단장(왼쪽)과 김호 부단장(오른쪽).
강지영 북한 대표단장(왼쪽)과 김호 부단장(오른쪽). ⓒ 안민석의원실

덧붙이는 글 | 안민석 기자는 열린우리당 의원입니다.


#안민석#개성#방북#자가#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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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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