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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운전을 하다 접촉사고가 일어났다. 서로 차에서 내려 시비를 가리는데 구경하고 있던 사람이 한 쪽을 거든다. 그러자 상대편 사람과 동승했던 사람이 참견 말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며 정작 당사자들은 빠진 채 구경꾼들의 싸움이 되었다. 욕설이 난무하고 주먹이 오갔다. 시시비비는 간 데 없고 접촉사고가 폭행 사건이 되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댓글을 보면 딱 이런 상황이 연상된다. 댓글이란 정식 기사나 혹은 블로그 기사, UCC 등 인터넷 컨텐츠에 대한 일종의 객(客)들의 의견이다. 이런 댓글을 달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 이유는 기사나 동영상 등 컨텐츠에 대한 방문자들의 반응을 묻고, 컨텐츠에 대한 토론장으로써 혹은 컨텐츠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려는 등 여러 가지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다고 하던가. 어느 기사나 글을 보면 실제 기사의 내용보다 댓글이 더 많이 달려 있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다던가 혹은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는 사건은 수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관심도 측면에서 보자면 좋은 일이지만 막상 기사의 내용은 간데 없고 서로 욕설만 난무하는 수도 있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댓글들

며칠 전 어느 유명 연예인이 악플러들을 고소했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근거 없는 비방이나 소문을 통한 이미지 훼손은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고소까지 갔다는 기사들을 보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오죽하면 고소까지 했으랴' 하는 연민이 생긴다.

댓글이라는 형태는 대부분 한정된 글자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그것은 컨텐츠에 대한 의견을 내라는 것이지, 비방과 근거 없는 소문이나 혹은 인격모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육두문자를 써가며 상대방을 욕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심지어는 상대방의 부모나 친척 친구 그리고 자라온 환경까지 들이대며 욕을 하는 악플러들을 보면 과연 댓글이 순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심한 경우는 화면만 없었지 마치 '조승희'가 쏟아내는 말처럼 무자비한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경우도 보았다. 특정인을 향해 이런 댓글을 쏟아낼 때 그 사람은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동네 싸움이 되는 댓글

그런데 인터넷을 보면 정작 기사나 컨텐츠의 내용과는 상관 없이 댓글을 단 사람들끼리의 싸움이 진행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처음에는 기사와 관련된 댓글을 달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차별 욕을 해대고 언어의 린치를 가하는 것이다. 때론 개인의 한계를 넘어 주변 사람들까지 동원해 집단 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익명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도를 넘어서며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이 사람들에게 댓글이란 무엇인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토론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고, 단지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모든 언어폭력을 동원해 항복시키려는 폭력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시시비비는 없어지고 폭행만 남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댓글이란 단지 투견장에 들어간 짐승처럼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이겨야만 하는', 상대방의 어디를 물든 흠집을 내고 굴복시켜야만 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이래가지고서야 '건전한 댓글 문화'라는 것은 차치하고, 보는 이들에게 혐오감만 남기게 된다.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댓글은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거나 육두문자를 배설하는 도구가 아니다. 이유야 어떻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본다는 말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승리의 도취감을 맛보는 장이 된다면, 하나의 컨텐츠를 통해 여론을 보겠다는 댓글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댓글을 통해 상처를 입는 사람들만생기는 역기능만 남는다.

'무조건 큰소리 치면 이긴다'는 이 사회의 고정된 이미지가 댓글에도 배어 있다. 집단 따돌림이나 집단 폭행이 인터넷에서도 난무한다. 예의도 없고 논리도 없는, 비난을 위한 비난이 횡횡하는 댓글을 보면서, 악플러들에게 희생 당한 사람들에게 과연 개인적으로만 이 일을 해결하라고 내버려둬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법에 호소하라고 하기 이전에, 자기와 반대된 의견을 낸다고 해서 무차별 욕설의 린치를 가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제재는 가해져야 한다고 본다. 주먹이 오가는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말과 글로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육두문자를 써가며 상대방을 모욕하는 사람들이 아무 제재 없이 댓글을 다는 것이 용이하다면, 그런 댓글을 인터넷 사용자들이 알아서 가려보아야 한다면, 댓글이라는 공간에는 언어 폭력을 자행하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무차별로 욕을 써대는 사람들에게는 경고나 퇴출 등 최소한의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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