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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순천만 죽전 포구에서 한 아낙이 칠게 잡으러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순천만 죽전 포구에서 한 아낙이 칠게 잡으러 갈 채비를 하고 있다. ⓒ 조찬현
흙먼지 폴폴 날리며 덜커덩덜커덩 흔들리며 길을 따라갑니다. 어머님 계시던 곳, 내 어릴 적 살았던 고향의 고샅길 같은 순천만의 흙길을 따라갑니다.

끝없는 갯벌과 갈대밭. 갈대숲은 개개비 울음소리 가득하고 갈대의 노래 소리 귓가에 맴돕니다. 갈대의 마른 잎과 푸른 잎이 한데 어울려 살을 부비며 속살거립니다.

갯벌을 가로지르는 나무데크에 서서 느릿느릿 걸어봅니다. 드러난 갯벌에는 수많은 바다생물이 먹이를 찾느라 분주합니다. 칠면초 군락은 벌써 붉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칠면초 군락지 한가운데 연초록의 갈대 섬이 예쁩니다.

칠게
칠게 ⓒ 조찬현

순천만 갯벌의 짱뚱어
순천만 갯벌의 짱뚱어 ⓒ 조찬현
갯벌에는 툭 튀어나온 왕방울 눈을 굴리며 짱뚱어 녀석들이 여기저길 휘젓고 다닙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펄쩍 뛰며 쏜살같이 도망질입니다. 갯벌에 숨어 눈자루를 곧추 세운 칠게는 먹이를 먹으며 연신 흐린 물을 뿜어댑니다. 물을 연이어 분사합니다.

해돋이로 이름난 순천만 화포의 해돋이 길에는 찔레꽃이 탐스럽습니다. 올망졸망 키다리 지칭개는 목을 길게 빼고 갯벌을 바라보고 서있습니다. 뽕나무 고목에는 오디가 익어가고 살구나무의 살구도 토실토실 살이 차갑니다.

뽕나무 고목에는 오디가 익어갑니다.
뽕나무 고목에는 오디가 익어갑니다. ⓒ 조찬현

살구도 토실토실 살이 차갑니다.
살구도 토실토실 살이 차갑니다. ⓒ 조찬현
화포를 지나 죽전마을로 들어섰습니다. 아주머니 한분이 뻘배를 밀고 뭍으로 나옵니다. 칠게 그물을 걷어가지고 옵니다. 바다에서 잡아온 칠게와 그물을 물에 씻어, 칠게를 인근 가게주인에게 넘깁니다.

"가 있어. 내가 씻어 주께, 옷에 뻘이 묻은께"

아주머니는 게를 손질하며 연신 ‘쉬~쉬이~‘ 해녀의 숨비소리 비슷한 숨소리를 토해냅니다. 그래야 잘 씻겨 진다고 합니다.

칠게를 잡아 뭍으로 나오는 아주머니
칠게를 잡아 뭍으로 나오는 아주머니 ⓒ 조찬현

아주머니가 바다에서 잡아온 칠게와 그물을 물에 씻어내고 있습니다.
아주머니가 바다에서 잡아온 칠게와 그물을 물에 씻어내고 있습니다. ⓒ 조찬현

그물을 쳐 잡아 온 칠게(찔룩게)
그물을 쳐 잡아 온 칠게(찔룩게) ⓒ 조찬현
"이렇게 문딩이 같은 일을 해"

일이 힘이 드나봅니다. 툭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바구리를 들고 다시 갯벌로 들어섭니다.

"아줌마! 이름이 뭐예요?"
"안 갈쳐줘요"

뻘배가 갑자기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깜짝할 새 물길을 따라 저 멀리 사라집니다.

찔룩게를 도매하는 가게 주인은 찔룩게를 이용해 낙지를 잡는다고 말합니다.

"중국산으로 하면 낙지가 안 들어. 낙자도 금방 알아 부러. 낙자한테 이 찔룩게를 주면 껍질만 남기고 쫙 빨아 부러"

게 발에서 걷어낸 칠게
게 발에서 걷어낸 칠게 ⓒ 조찬현
죽전마을 바다에는 게 발이 가득합니다. 그물을 쳐 놓으면 그물에 찔룩게가 걸려듭니다. 이 마을에 사는 유할머니(75)는 게 그물에 낙지와 숭어 등의 고기도 가끔씩 걸려든다고 합니다.

"낙지가 이따금씩 뵈기드라고요. 숭어도 한 마리씩 있고..."

할머니는 늦은 오후에야 바다로 갑니다. 다른 물길을 따라 한 아낙은 뭍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늦은 오후에야 바다로 갑니다.
할머니는 늦은 오후에야 바다로 갑니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대대포구#순천만#칠게#찔룩게#흙먼지 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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