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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들...
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들... ⓒ 이현숙
스승의 날, 아이들과 여행을 떠났다. 대관령 양떼목장과 신 재생 에너지 전시관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버스 안은 참새떼를 몰아놓은 것마냥 귀가 따가울 지경. 하지만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하니 덩달아 아이가 된 기분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단단히 당부를 하지만 아이들은 천방지축 뛴다.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지만 통제할 방법이 없다. 좀 큰 아이들은 작은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주먹을 한 대 먹이기도 하고. 맞은 아이는 울면서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양떼 목장에 올라가자 모두 양을 보며 조용해진다. 드넓은 초지에 양들이 몰려 다니며 풀을 뜯는다. 한가로운 목장 풍경에 잠시 조용한가 했더니 다시 뛰는 아이들. 나무에 매달아 놓은 그네도 타고, 건초를 바구니에 담아 양들에게 먹이기도 한다.

양에게 건초를 먹이는 아이들...
양에게 건초를 먹이는 아이들... ⓒ 이현숙

양에게 건초를 주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양에게 건초를 주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 이현숙
그런데 심드렁해서 몸만 비비 꼬는 아이도 있다. 다 재미없다며 말끝마다 토를 달고 말썽을 부린다.

"이제 에너지 전시관에 갈 텐데, 그건 어때?"
"재미 한 개도 없어요."
"너 아무래도 사춘기가 빨리 왔나보다."
"그게 뭔대요."
"그건 하라는대로 안 하고 부조건 반대로 하면서 불만만 많은 거야."

그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집에서 컴퓨터 게임하려고 했는데 데려와서 불만이란다. 연두색 초지를 가리키면서 자연을 강조해보지만 여전히 시큰둥하다.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다. 어린 아이가 답답한 방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려 들다니.

양떼 목장을 나와 신재생 에너지 전시관으로 갔다. 여기는 입장료도 없다. 우루루 몰려 들어간 아이들 아주 신이났다. 바람악기, 바람농구 등 미래에너지를 활용한 체험공간에서는 아이들이 둥둥 떠 있는 공을 만져 보며 신기해 하기도 하고 바람을 손으로 느껴보기 위해 뿌연 바람속으로 손을 집어 넣기도 한다. 자전거 페달을 이용해 전기 만드는 것도 체험해보고 손으로 기계를 움직여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도 체험한다.

에너지를 체험하는 아이들
에너지를 체험하는 아이들 ⓒ 이현숙
그렇게 통제불능이던 아이들이 각자 체험 공간을 찾아 다니느라 말썽도 피지 않고 잘 논다. 체험관에서 나와 풍력 발전의 역사와 정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몇몇 아이들이 조용히 서서 풍력발전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다. 아이들 취향도 참 다양하다. 적당히 움직이고 공부도 잘 하면 좋은데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은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걸 싫어한다.

바람으로 하는 농구와 물로 가는 자동차
바람으로 하는 농구와 물로 가는 자동차 ⓒ 이현숙

공중에 뜬 공을 잡아보는 아이들과 힘의 하모니를 체험하는 아이들
공중에 뜬 공을 잡아보는 아이들과 힘의 하모니를 체험하는 아이들 ⓒ 이현숙

손으로 바람을 만져 보기도 하고 손으로 바람을 느껴보기도 한다
손으로 바람을 만져 보기도 하고 손으로 바람을 느껴보기도 한다 ⓒ 이현숙
신재생 에너지 전시관은 대단히 흥미롭다. 나도 처음 와 봤는데, 내가 봐도 신기한 게 많았다. 대관령풍력발전 단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전시관에는 풍력발전의 역사와 원리, 우리나라 에너지 현황과 재생에너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전시도 해 놓았다.

자전거 페달을 이용한 전기 만들기, 태양전지 벌레, 물자동차, 바람악기, 바람농구 등 미래에너지를 활용한 체험공간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아이들은 마치 놀이기구처럼 즐기고 놀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해서 다행이었다. 컴퓨터 게임 때문에 모든 게 시큰둥하다던 아이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이것 저것을 체험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가 어떻게 달라지나 가만히 지켜 보았다.

어느새 아이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치고 함박 웃음이 번져 있었다. 게임만 좋아한다고 무조건 방치할 게 아니라 억지로라도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간이 되자 아쉬워하면서도 모두 한 자리로 모였다. 나도 여기는 처음인데 아이들이 놀기는 정말 좋은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간식을 먹은 아이들은 넓은 마당에서 한참을 뛰고 놀았다. 생기를 되찾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저절로 행복해진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신재생 에너지 전시관은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에 있습니다.
구 대관령 휴게소 하행선 자리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전시관#대관령 양떼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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