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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의 대명사였던 만국기를 대신하는 놀이마당 깃발들.
운동회의 대명사였던 만국기를 대신하는 놀이마당 깃발들. ⓒ 임현철
운동장을 가로지른 만국기 대신 놀이 종목을 알리는 깃발이 펄럭이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체험장을 찾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 이거 운동회야? 놀이마당이야?' 흥미를 자아냅니다.

과거에는 부모에게 보여줄 매스게임 등의 연습으로 인해 선생님은 '줄 맞춰라, 동작이 틀렸다'는 짜증스런 소리를 마이크에 토해내고, 햇볕 아래에서 아이들은 동작에 맞추느라 지쳐가는 힘들었던 기억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 없이 자유로움이 넘쳐납니다.

지난 11일 열린 여수 여도초등학교 봄 운동회.
지난 11일 열린 여수 여도초등학교 봄 운동회. ⓒ 임현철
다리얽어 박수치며 노래하기 프로그램.
다리얽어 박수치며 노래하기 프로그램. ⓒ 임현철
아이들의 얼굴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표정에도 즐거움이 묻어 있습니다. 김채원(4학년)군은 "즐거운 놀이시간이다"면서 "놀이를 즐기다 다친 친구가 생겼는데 서로 위로도 하며 더 친해지는 기분이다"고 말합니다.

지난 금요일(11일), 지인의 초청으로 찾은 전남 여수 여도초등학교 운동회는 우리가 자랄 때의 운동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입니다. 아이들과 학부모, 선생님이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즐기는 프로그램 위주여서 바람직한 운동회의 표본인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프로그램 진행을 하고 있는 김미경(39)씨는 "과거 학부모 참여가 줄다리기나, 달리기 등의 프로그램에 수동적인 참여했는데 지금은 프로그램의 한 축을 담당하여 아이들 행동을 읽으면서 어울리는 적극 참여로 바뀌어 좋다"는 소감을 밝힙니다.

물총쏘기.
물총쏘기. ⓒ 임현철
자원봉사자로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부모 도우미.
자원봉사자로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부모 도우미. ⓒ 임현철
고재경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는 놀이마당 형식으로 학생들의 성장 단계에 맞게 학년별로 12∼16의 어울림 마당을 구성, 학부모와 선생님, 학생들이 스스로 적극 참여하는 자율성을 강조한 운동회로 꾸몄다"고 설명하십니다.

최인석 선생님은 운동회 구성에 대해 "오전에는 보물을 찾아라, 돼지몰이, 여왕벌 닭싸움, 탱탱볼 튀기며 과자 따먹기, 나도 피구왕 등의 놀이마당이, 오후에는 줄다리기, 고싸움, 이어달리기 등의 단체 경기로 진행된다"고 말씀하십니다.

학생들은 학년별, 모둠별로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확인을 받는다.
학생들은 학년별, 모둠별로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확인을 받는다. ⓒ 임현철
점심시간입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먹을거리를 펼칩니다. 운동회의 대표 음식 김밥에 피자, 족발, 통닭, 상추쌈 등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려는 애타는 부모 마음보다 서로 즐거움을 나누려는 모습입니다.

선생님들은 학교 급식실에 모여 식사를 합니다. 무슨 행사 때면 선생님들 도시락 준비하느라 애를 먹곤 했는데, 그게 없이 깔끔해 좋습니다.

식사 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다니는 학생, 지금은 보기 힘들다는 고무줄을 하는 여학생들이 여기저기 보여 반갑습니다. 이럴 때면 꼭 있게 마련인 고무줄 자르는 남학생이 없어 실망(?)입니다.

맛있게도 얌냠.
맛있게도 얌냠. ⓒ 임현철
운좋게 학교 정자에 자리잡아 점심을 준비하는 가족.
운좋게 학교 정자에 자리잡아 점심을 준비하는 가족. ⓒ 임현철
고무줄 놀이. 이런 때면 고무줄 끊는 남학생들이 한 두 명은 나타나야 재미있는데...
고무줄 놀이. 이런 때면 고무줄 끊는 남학생들이 한 두 명은 나타나야 재미있는데... ⓒ 임현철
식사 후 아이들도, 엄마들도 달리기를 합니다. 넘어지는 엄마들, 뒤에 처져 들어오면서 "왕년에 한 가닥 했는데, 전 같지 않네…" 하는 겸연쩍은 한 마디가 들립니다. 왕년에 한 가닥 안 한 사람 있나요?

그리고 고싸움이 진행됩니다. 처음 대하는 고싸움입니다. 상대를 압도하려는 함성이 울려 퍼지고 서로 어울립니다. 좀처럼 나지 않을 것 같은 승부가 지구력에 의해 갈립니다.

운동회인지, 놀이마당인지 모를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한 운동회가 끝이 납니다.

나 어때요, 잘 달리죠?
나 어때요, 잘 달리죠? ⓒ 임현철
처음 대하는 고싸움.
처음 대하는 고싸움.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와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운동회#전남 여수#여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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